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27): 뷰티 인사이드
감독: 백종열
주연: 한효주(홍이수), 우진 122명
개봉: 2015년 8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홍이수’(한효주)는 122명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들의 생각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이수’ 뿐이었다. 이수는 대형가구점에 근무하는 매니저이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가구를 구입해 간다. 그리고 날마다 그와 비슷한 가구들이 팔려나간다. 새로운 사람에게 판매한 가구지만 실상 한 사람이 구매한 것이다. 가구를 구입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구에 대해 설명하고 판매하는 그녀를 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그녀를 사랑하기에 각각의 다른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난 주인공 ‘우진’은 122명이다. 주인공은 자고나면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호감이 갈 만한 사람, 어린아이, 늙은 모습, 외국인, 심지어는 여성의 모습으로 바뀐다. 본질은 한 사람이다. 그 본질인 우진이는 ‘이수’를 사랑한다. 그런데 그녀 곁에 나타날 수 없다.
가장 잘 생긴 모습으로 바뀌었을 때 우진이는 용기 내어 그녀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데이트를 한다. 이수 역시 우진이가 싫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날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우진에게는 내일이 없었다. 우진의 본질은 존재하나 내일이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기 때문이다. 우진이는 잠을 자지 않기로 했다. 다음날 우진이는 밤을 꼬박세우고 그녀를 만난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며칠 잠을 자지 못한 우진이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다시 다음날 그녀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에 나가기 위해 우진은 그날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그러던 중 깜빡 잠이 들었다. 며칠 잠을 자지 못해 잠을 이길 수 있는 체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은 잠을 자지 않으려했지만 육체는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라 깨어보니 결국 다른 사람의 모습이었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만남의 장소로 갔지만 그녀는 우진을 알아보지 못했다.
우진은 다른 사람이 되어 그녀가 판매하는 가구를 산다. 이수는 소식이 끊긴 우진에게 쉼 없이 전화를 한다. 그러나 우진은 그녀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진은 여자로 변신된다. 그날도 어김없이 가구점에 들러 그녀 곁에서 말을 걸고 가구를 구매한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했다.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 모든 행동에서 우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성으로 변한 우진은 자신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당연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기회는 하루뿐이다. 내일이면 또 다른 사람이 될 텐데 또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하기 때문이다. 여성으로 변한 우진이는 어떠하든 그날에 자신이 우진임을 설명해야 했다. 그리고 집으로 초대하고 창고를 보여주었다. 그간 우진이가 구매한 가구였다. 이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하룻밤 같이 있어 달라 부탁한다. 아침이 되면 자신이 변화되는 모습으로 증명하여 변화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긴장된 모습으로 잠을 잔다. 그리고 아침, 다른 모습으로 변화된 우진이를 보고 그녀는 충격에 빠진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내용이다. 남자 주인공 우진이는 122명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아마 그 이상의 배우가 등장해야 한다. 122명으로 제한된 것은 ‘이수’가 진정으로 사랑할 때 진우의 모습은 멈추고 영화도 끝이 난다. 매일 변하는 우진을 향해 그녀는 고백한다.
“나 니가 변하는 거 본적 있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도 괜찮아,
다 같은 너니까.
나는 너 안에 김우진을 사랑하는 거니까.”
주인공 우진은 그녀 앞에 나타날 수 없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그래서 하루를 시작할 때 거울에 비춰진 낯선 자신에게 묻는 말이 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일까?” 영화는 영화에 갇히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내용은 독자의 몫이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본 청중에 의해 영화는 재편성된다. 어떤 사람은 영화자체를 훼손하지 않고 평가한다. 또 다른 부류는 영화를 해체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어떻게 보면 제작자의 의도는 영화는 청중에 의해 해체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야 영화를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세시지는 관객의 입장에서 해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주인공이 122명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현대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조명이다. 여주인공의 고백처럼 매일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것뿐이지 본질은 한 사람이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러져 살아야 한다. 그 다양함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낸 유토피아 세계다. 현대는 단순한 것을 거부한다. 다양함의 차원을 넘어 자극적인 세상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더 잔인해야 하고, 보편적인 생각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잃어버린다. 길을 안내하는 인디언의 유명일화가 있다. 짐을 운반하고 길을 안내하는 원주민이 일정 시간 가면 멈추어 선다. 웃돈을 얹어준다 해도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나중에는 그들에게 물었다. 가던 길을 멈추는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들은 단호하게 이야기 했다. 너무 빨리 가게 되면 자기 영혼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 했다.
인류역사 이래 문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시대가 현대다. 매 시대마다 문명의 혜택을 많이 봐온 것은 사실이다. 존재해온 역사의 마지막 시대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본다는 것은 문명의 발전이라 해석할 수 있다. 문명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짙은 그림자를 낸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린다. 편리한 세상에 살면서 불편해 한다. 가장 완벽하다 하는 세상에 살면서 과거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먹을 것이 풍족하여 이제는 다이어트하기 위해 굶어야 하는 살기 좋은 세상이지만 과거 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물론 이는 독자의 해석이다. 122명의 주인공 우진은 인간 안에 있는 자아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그 정체성은 자신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한다. 변화의 속도는 과학문명도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그러나 변화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이 있다. 주인공 이수는 우진에게 있는 그 본질을 사랑하게 된다. 우화적이면서, 공상과학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인간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이수의 사랑이 결국 우진의 변화를 멈추게 한다. 그 사랑은 외모지상주의로 치닫는 시대를 고발하고 있다. 사람의 본질은 변화되는 외모, 뜯어고쳐진 외모가 아니라 변화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의 속내다. 그래서 영화제목처럼 아름다움은 외형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인간의 속내인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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