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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의 살롱 뒤 뱅 #11 프랑스의 레스토랑 문화

by 편집부 posted Nov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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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의 살롱 뒤 뱅 #11

프랑스의 레스토랑 문화


프랑스 남부의 관광 도시 니스에는 예의 없는 손님들에게 더 비싸게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다.


메뉴판이 특이한데, 커피 주문 시 “커피 한잔!”은 7유로, “커피 한 잔 주세요”는 4.25유로,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는 1.40유로이다. 손님이 매너 있으면 직원들도 매너 있게, 손님이 무례하면 직원들도 무례하게라는 프랑스의 불문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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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말도 안 통하고 프랑스 문화에도 서툰 관광객들이 프랑스에서 겪은 각종 불친절을 인터넷에 호소해놓은 글을 보면 놀랍지 않다.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문화가 프랑스인들에겐 굉장히 무례하게 보여 안 그래도 시크한 프랑스 직원들이 질세라 관광객 손님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동양인 아주머니 네 분이 오셔서 편한 곳에 마음대로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직원들끼리 저 사람들 누구냐고 쑥덕대길래 가보니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오히려 손님이 쭈뼛거리면서 여기 앉아도 되나요? 라고 묻는 게 이상한 일 일 테지만 여기서는 반대로 안내 없이 자리에 앉는 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다. 손님들의 예의 없는 행동에 기분이 상한 매니저가 예약이 다 차서 자리가 없다고 아주머니들을 내보내 버렸다. 두 문화의 정서를 다 이해하는 나로서는 중간에서 아주머니들께 상황을 설명하느라 한참을 진땀 흘렸다. 


이런 예기치 않은 봉변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프랑스 식당에서는 손님이 왕이라는 한국인의 마인드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프랑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땐 어려운 지인의 집에서 하는 식사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당연히 남의 집에 아무 때나 찾아가면 실례일 테니 미리 전화로 약속을 잡고 가는 것이 좋다. 당일 저녁이라도 말이다. 예약 손님과 비 예약 손님이 받는 서비스의 차이는 의외로 클 수 있다.


식당에 들어서면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자. 프랑스어를 못하더라도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익히는 게 좋다. 해가 있을 땐 봉쥬흐, 해가 질 무렵부터는 봉수와라고 인사하면 된다. 남의 집에 가서 아무 곳에나 외투를 벗어놓고 눈에 띄는 곳에 털썩 앉지는 않듯이 레스토랑에서도 자리를 안내받아 앉아야 한다. 심지어 캐주얼한 맥주 바나 커피숍에서도 여기 앉아도 되는지 물어보고 앉는 게 더 매너 있는 행동이다.


주문할 땐 식사를 먼저 고르고 그에 맞는 와인을 선택한다. 와인을 고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 소믈리에 혹은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할 수도 있다. 와인을 오픈하면 주문한 사람이 첫 잔을 테이스팅하게 된다. 첫 잔 테이스팅의 목적은 와인의 상태를 보기 위함이다. 와인이 상했다면 당연히 같은 와인의 다른 병으로 바꿔준다. 천병 중 한두 병 꼴로 상한 와인이 당첨될 확률이 있다고 한다. 많은 분이 - 심지어는 프랑스인들도 - 첫 잔 테이스팅 후 맛이 없으면 다른 와인으로 바꿔준다고 믿는데 그렇지 않다. 맛이 없으면 추천해 준 직원 책임이니 당연히 바꿔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이건 마치 식당에서 “사장님, 이 집에서 맛있는 거로 주세요” 한 뒤 맛이 없다고 다른 메뉴로 다시 달라고 떼를 쓰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입맛은 제각각이다. 직원이 내 입맛을 초능력으로 간파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와인을 추천받을 땐 본인이 주로 마시던 와인의 지역 이름이나 과실 맛이 좋은 와인, 타닌이 강한 와인 혹은 드라이한 와인, 달콤한 와인 등 평소 본인이 즐겨 마시는 와인 스타일을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게 좋다. 직원이 와인을 따라줄 땐 굳이 소주나 막걸리처럼 잔을 들고 받을 필요는 없다. 테이블 위에 잔을 내려놓고, 필요하다면 잔의 베이스 부분에 손을 살짝 갖다 대는 정도로 충분하다. 


식사 중 필요한 것이 있을 때 큰 소리로 손을 들고 직원을 부르는 것도 매우 실례이다. 직원과 눈이 마주치거나 앉은 자리 옆을 지나갈 때 조용히 필요한 것을 말한다.


프랑스는 미국과는 달리 팁 문화가 없는 거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음식값을 지불한 후 그럭저럭 괜찮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되면 1유로, 몹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되면 5유로에서 10유로 정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나와도 좋다.


와인 학교에 다니던 시절 호텔 레스토랑에 실습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레스토랑의 셰프는 보르도 소믈리에 협회의 협회장을 겸하고 있던 분이었다. 굉장히 깐깐한 사람이라고 들었기에 바짝 긴장했었다. 어느 날 저녁 손님들이 동시에 몰려들어 혼자 정신없이 뛰어다녀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던 중 한 테이블의 손님이 어떻게 주문하는 데만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나고 불평하며 그냥 나가 버렸다. 그날 저녁 세프에게 불려갔다.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주눅이 들어갔더니 대뜸 하는 소리가 가게 안에서 뛰지 말라고, 손님은 원래 기다리는 사람들이고 너는 주문받은 순서대로 차분하게 서비스하면 된다고 했다. 손님이 못 기다려서 나가면 그건 참을성이 부족한 손님 탓이라는 것이다. “레스토랑에 와서 저렇게 빨리빨리 밥 먹으려 하는 사람들 이해가 안 가, 그럴 거면 샌드위치나 사 먹지"라고 덧붙이며 말이다. 참, 우리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프랑스인들의 서비스 정신이다.


프랑스인들이 평생 몸에 익혀온 그들만의 에티켓을 글 한 편으로 쉽게 익히긴 힘들 터. 그래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땐 일단 좀 느긋해져 보자. 인사도 잘하고, 잘 웃고 최대한 예의 바른 손님이 되어보자. 그럼에도 불친절한 직원은 어디에나 있지만 말이다. 


임주희 와인 칼럼니스트

jhee12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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