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교황 베누아(Benoît) 16세가 4일간의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지난 2005년 취임 후 첫 번째인 이번 프랑스 방문은 1858년 프랑스 남부의 성지 루르드(Lourdes)에서 성모 마리아가 발현되고 나서 15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프랑스 도착 첫날인 12일, 노트르담 성당에서는 5만여 명의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전 교황 쟝 폴(Jean Paul) 2세의 전언이었던 “겁내지 마라”(N’ayez pas peur)의 화두를 다시 던지며 카톨릭의 신념 아래에서 화합과 평화를 찾을 것을 강조했고, 앙발리드 인근의 베르나르당(Bernardins) 중학교에서 가진 미사에서는 시락(Bernadette Chirac) 전 프랑스 대통령과 들라노에(Bertrand Delanoë) 파리 시장이 함께한 가운데 광신과 근본주의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13일 파리를 떠나기 전 앙발리드에서 마련된 성대한 미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26만 명의 신자와 900여 명의 사제가 참석한 가운데 "돈이나 권력욕, 소유욕, 심지어 지식에 대한 욕망이 인간을 진실한 운명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리스도에게 헌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성지로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질병의 치유에 대한 희망을 안고 찾아오는 곳이기도 한 프랑스 남부의 루르드(Lourdes)에서 가진 미사에서는 “신이 선택한 시간에 아무런 두려움이나 슬픔 없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을 찾고자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안락사에 대한 카톨릭 교회의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교황의 방문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 중 53%는 교황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랑스 천주교 역시 교황 방문을 계기로 급감하는 천주교 신자들이 다시 늘어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다양한 축하행사를 준비하기도 했다.
한편, 그의 이번 방문은 정교분리와 세속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 정치권에 다소간의 정치적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보수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교황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종파 간의 대화가 국가적 결정과 논의에 더욱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회 내부에서 종교를 위한 보다 많은 공간을 요구하는 교황의 입장에 화답한 반면, 야당인 사회당은 베누아 16세가 루르드에서 행한 강론은 “근본주의적이며 교회 내에서 일어난 변혁에 폐쇄적인 자세"라고 평가절하하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공적 영역과 종교적 관행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4일간의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교황의 마지막 행보를 함께하며 공항까지 배웅을 나간 프랑스와 피용(François Fillon) 총리는 "지난 4일간의 일정은 수많은 프랑스인의 가슴에 크고 아름다운 나눔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로저널 프랑스지사
오세견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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