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가 마련한 브렉시트 협상안이 장장 5일 간의 토론 끝에 1월 15일 저녁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비준동의에 실패하였다. 이로써 영국은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자동적으로 합의 없이 (No-deal)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된다.
작년 11월 15일 테레사 메이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는 20개월 만에 영국의 Brexit 협상 초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Dominic Raab 브렉시트 협상담당 장관 등 각료들이 이에 반발해 사퇴하고, 100여명의 보수당 의원과 야당, 언론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의 리더쉽과 Brexit 협상안의 문제점을 제기하자 메이 총리는 작년 12월 11일로 예정된 국회비준 동의를 연기한 바 있다.
EU 위원회는 1월 14일 공개적으로 공개적으로 영국과 합의한 협상안 초안에 어떤 변경도 용인하지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No-deal' 브렉시트 상황에 처한 영국은 EU와의 모든 관계가 하루 밤 사이에 끊어져 버릴 처지에 놓였다. EU 탈퇴일은 2019년 3월 29일 오후 11시이다.
No-deal Brexit가 영국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지만, 무엇보다 브렉시트 이후의 불확실성이 잠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3분기의 GDP 성장율은 전년도에 비해 0.6% 성장하여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과거 12개월 동안의 경제 성장율은 과거 25년 평균치의 절반에 불과하다.
영국 경제는 과거 5년 동안 가장 낮은 속도로 성장했고,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많은 기업투자가 보류되었다. 브렉시트가 시작되면 식품 가격이 올라가고, 물품의 부족 사태가 빚어지며, 국경에서의 추가 검사로 인하여 잉글랜드 남동부 일부에서 교통 정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No-deal 브렉시트 이후에 분야별로 다음과 같은 사태를 예상하고 있다.
무역에 있어서 영국은 WTO (World Trade Organisation) 규정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들은 수출입과 서비스 제공 시에 새로운 과세부담을 안게 되고, 운영비가 증가됨으로써 소매물가의 상승의 요인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국은 EU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어야 함은 물론, 그 동안 영국이 EU의 회원국으로서 다른 나라와 체결한 무역협정도 전면 재검토하여야 한다.
영국의 제조업자들은 국경을 넘어오는 부품들의 지연 도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제품에서는 벌써 사재기의 징후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뉴몰든에서 한국과 무역을 하고 있는 어떤 한인은 브렉시트 이후에는 영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수입선을 영국에서 이태리로 바꾸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민 의료 보험인 NHS의 주요 이슈는 직원 채용, 의료 보험, 의료 서비스 이용이다. 의료 분야의 직원 채용의 경우, 영국에는 EU에서 온 많은 의료인력이 있는데 NHS가 직접 고용한 인력이 잉글란드에서만 57,604명이고, 독립적인 의료기관에서 고용한 인력까지 포함하면 63,600 여명에 이른다.
잉글란드의 NHS에서 일하는 의사의 약 9%, 간호사의 5%가 EU 인력이다. 브렉시트로 인하여 국민소득이 줄면 EU 의료진에 대한 보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들의 이탈이 예상된다. 이 경우 예산과 의료 인력 부족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NHS 서비스의 질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이제 자체적으로 이민 통제가 가능해졌다. 반면 EU와 기타 외국에서 일하는 영국인은 자신의 지위가 명확해 질 때까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EU의 입법권과 중요 행정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European Commission에서는 no-deal이 되어도 영국 여행자들은 90일까지의 유럽 단기 체류에는 비자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의 국경선은 통관과 이민 통제를 실시하는 EU의 국경지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그 통제를 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한편, 영국은 1973년도에 유럽공동체 (EC : European Communities)에 가입하였으며, 1975 년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승인하였다. 경제공동체를 추구한 EC는 1993년 11월 1일 정치경제공동체제인 유럽연합 (EU)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을 것인지 탈퇴할 것인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국민투표당 (The Referendum Party:1994-1997)이 활동을 시작하였고, 1993년에 창당한 반EU, 극우정당인 UKIP (UK Independence Party)이 지지층을 확대해 나갔다. 급기야 영국은 2016년 6월 치뤄진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하였고, 2017년 3월 29일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에 관한 조약 50조 (유럽연합 회원국은 자신의 헌법상의 요건에 따라 회원국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를 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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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knews.net/xe/readersopinion/529203
하재성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jaesungha@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