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대표 연설,
색깔론과 망언으로 뒤덮인 극우정당 수준에 개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의원이 아니라 시민을 상대로 한 연설로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정치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기에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2015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상대 당으로부터도 보수의 지평을 넓혔다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쏟아낸 원색적인 비판은 색깔론과 함께 시대착오적 망발로 도를 크게 넘어섰다.
나 원내대표는 극우 세력인 태극기 부대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위헌'이고 문재인 정권은 먹튀정권, 욜로정권, 막장정권”이라며 '빨갱이'소리만 빠진 막말을 퍼붓어 연설이 아니라 저주의 주문을 외는 것 같아 시민들은 한국당이 극우정당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제1 야당 원내대표 연설치고는 수준이하인 데다가 왜곡과 과장, 독설로 일관했고, 정책이나 비전은 찾아볼 수 없어 특별하게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도 못했다.
나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만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면서,좌파라는 말을 11번, ‘좌파정권’이란 말만도 5차례 등장하는 등 한국당의 전매특허인 구시대적 색깔론을 씌웠다.
그는 또한 “한-미동맹은 붕괴되고 자유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강성노조 등의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 “국민 머릿속까지 통제하는 문브라더” 등 합리적 근거 없는 막가파식 비난이자,극우 태극기부대의 생경한 인식을 그대로 민의의 전당에 끌어들였다.
게다가,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이 뉴욕의 미외교협회에서 연설하면서 북한 김정은국방위원장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하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비관적 보도를 일삼아 온 일부 미국 언론들이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비아냥거린 보도 문구를 인용해 “더이상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야당이 정부 대북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을 북한 지도자의 수하 정도로 묘사한 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혀 ‘평화 정착’ 노력을 폄훼하고 훼방 놓는 시대착오적 발언일 뿐 아니라, 국회와 정당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이와같은 발언은 늘 문 대통령과 정부의 남북 대화 노력을 색깔론적 막말과 욕설로 깎아내려 왔던 한국당의 원내대표답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당인 국회에서 제1당 대표 연설치고는 자신의 소신이 아닌 외국 언론의 글귀 인용을 앞세워 대통령을 저격한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이다.
그는 보수정당답게 품격 있는 언어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보다 국회라는 장을 빌려 저주에 가까운 망언으로 공격을 퍼붓는 등 냉전적 이념 공세와 막말 같은 구태를 답습하면서 극우정당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미 한국당의 직전 원내대표인 홍준표도 지난해 판문점선언에 대해 “김정은과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이념 공세를 펼쳤고, 대표에서 물러나서도 불과 몇 개월 후 페이스북을 통해 “아세안정상회의에 가서도 똑같이 북의 수석대변인 외교를 한다”고 문 대통령을 공격했음을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인 한국당은 아직도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으며, 합리적 보수로의 변신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도로 박근혜당' '도로 친박계당'에 이어 '극우정당'이라고 불리는 것이 전혀 의심스럽치 않다.
지난 주 한국당의 지지율이 30%대에 진입한 것은 한국당이 잘해서 지지를 얻은 것이 아니라, 최근 정부·여당의 연속적인 실책과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반사적 이익을 얻은 거품 지지율임을 알아야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완패한 것이 케케묵은 색깔론, 막무가내식 반대로 중도층의 외면을 받았던 게 주원인이었음을 잊지말고,이제라도 정도의 정치, 비전과 품격의 정치로 복귀하길 바라며, 당장 대통령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