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부지역, 외국인 향한 증오범죄 늘어나
독일 전역에서 증오범죄는 매일 발생하고 있다. 동부지역에서는 특히 외국인, 난민, 유대인을 향한 극우세력과 네오나치의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라이프니츠 유럽경제연구센터(ZEW)’는 2월 24일 동부지역에서 외국인이나 난민 신청자가 증오범죄의 피해자가 될 위험이 서부지역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했다.
3월 7일 동부에 있는 작센주 ‘이주민가정 자녀 지원 지역사무소(RAA)’는 지난해 작센주에서 극우세력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공격이 약 3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총집계된 폭행범죄는 317건, 관련자는 481명으로 파악됐다. 범죄유형은 협박, 방화, 위협 등으로 다양했으나 신체상해가 2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사민당(SPD) 소속 페트라 쾨핑 작센주 통합장관은 이 상황에 변명하지 않겠다며 이미 “우익세력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은 작센주의 삶의 일부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센주는 ‘작센주-민주주의 센터’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라며 증오범죄 감소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3월 9일 ‘연방 헌법수호청’도 네오나치의 거리 투쟁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작센주 관청 소속 헨리 크렌츠 극우주의 전문가는 국가 질서의 붕괴를 기대하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시위와 투쟁을 벌이는 날인, 이른바 ‘X의 날(Tag-X, X-Day)’을 극우세력과 네오나치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외국인과 난민을 향한 범죄가 감소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수년 전부터 정치인과 학자, 언론은 동부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서부지역과 비교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기에 연방정부와 주 정부는 국내외 기업들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려야 하고, 정치, 경제, 행정 분야의 주요 직책에 동독 출신을 기용하는 이른바 ‘동독 출신 할당제’처럼 특별제도를 지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ZEW는 동부지역 내 외국인 대상 증오범죄 증가는 동부지역 주민이 과거부터 외국인과의 교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ZEW는 과거 동독 시절에 ‘사회주의 형제 국가들’의 주민과 동독지역 주민과의 접촉이 제한됐었을 뿐만 아니라,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동독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도 소수에 불과했었기에 ‘외국인은 곧 수혜자’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고, 동독 주민의 이러한 인식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임금 인상, 주거지 혜택, 할당제처럼 특별지역 경제 지원책으로는 동부지역 주민의 외국인 혐오 정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다른 국적·민족·종교에 대한 주민의 의식을 개선하고 공감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는 게 중요하다고 ZEW는 밝혔다.
동부지역에서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요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난 5일 한 강연에서 온·오프라인에서 횡행하는 근거 없는 인종차별 발언과 증오범죄와 관련해 “이성의 파괴는 곧 민주주의의 파괴를 알리는 서막이다”라며 악의와 증오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급격히 변화시킨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성의 상실이 만연하는” 이 시대에 시민은 “냉철한 이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 출처: Die Welt Online
독일 유로저널 김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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