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학의 사건' 철저한 재수사로 과거 치부와 단절해야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 등을 받아왔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경호인력까지 동원해, 지난 3월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시도했다가 법무부의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좌절되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건설업자 윤씨가 이권을 따기 위해 여성 수십명을 동원해 성범죄가 난무했던 향응에서 자신의 모습이 동영상에 찍히는 등 증거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의해 두 차례씩 무혐의 처분을 받고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지 5년만에 재수사를 받게 되었다.
일부 여성 피해자가 시위에 나서면서까지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처벌을 주장하는 상황이니, 범죄의 파렴치성을 감안해 검찰은 적극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인했지만, 검찰은 ‘인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2014년에도 한 여성이 “여러 장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준강간했다”며 김 전 차관을 고소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이와같이 다수의 피해자 증언과 동영상이 무용지물이 된 배경에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김 전 차관 수사를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 되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윤씨로부터 수 천만원의 뇌물수수 혐의 등을 재수사하도록 권고해 검찰이 두차례의 성폭행 혐의 수사에 이은 세번째 수사로 검찰로서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애초부터 윤씨가 건설업자인데다 별장에 초대해 성접대를 했다는 점에서 성폭행뿐 아니라 뇌물 혐의가 짙었음에도 검찰은 계좌 추적이나 휴대전화 통화내역 압수수색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수사에 임했던 검찰이 알아서 기었거나 외부의 압력을 받았겠지만, 이제라도 검찰은 국민을 기만하지말고 과거 치부를 드러내어 단절할 수 있도록, 검찰의 명운을 걸고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이 유일하고 그나마 국민들의 공분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길이다.
또한, 과거사위는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를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거나 수사 지휘라인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한 당시 청와대 곽상도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민정비서관(현 김앤장 변호사)의 직권남용권리방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23일 한 방송에 출연한 당시 경찰 수사 책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경찰청에 찾아와 “대통령이 불편해한다. 수사를 진행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청와대뿐 아니라 당시 이성한 경찰청장도 수사팀을 압박했다고 한다.
이후 수사팀 지휘부는 모두 전보조치되었다.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수사를 통해 윗선 개입자는 발본해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청와대는 물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 등 윗선의 개입 여부도 성역 없이 밝혀야 한다. 범죄 사실을 알고도 김 전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검찰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런 의혹들을 낱낱이 수사해야할 뿐만 아니라,김 전 차관을 비호해온 검찰 내 인사와 윗선도 철저히 밝혀 과거 치부와 단절하고 국민 불신을 씻어 명예회복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