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해산' 민심 제대로 읽고 민생 국회에 나서라
5월 7일 오후 4시 현재,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는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 1,805,575명으로 청원 광장 개통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더불어민주당 해산청원도 312,530명이 참여했다.
여야 4당의 선거법·개혁입법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여야의 몸싸움에 뿔난 국민의 분노가 민생은 외면한 채 밥그릇 싸움에만 열을 올리는 여의도 ‘동물 국회’를 향해 폭발 일보 직전이라는 경고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나타낸 것이다.
이는 국민소환제도 없는 상황에서 제도권 정당을 반드시 해산하겠다는 의지라기보다는 욕설과 몸싸움, 연좌농성이 동원된 구태 국회의 꼴을 더는 보기 싫다는 분노의 표현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국민소통 광장 개통이래 최대를 기록한 것은 개혁입법을 저지하겠다며 폭력을 행사하고 장외투쟁을 고집하는 막가파식 형태를 지속하며 툭하면 정부 입법에 딴지를 거
는 한국당의 행태에 민심 분노가 폭발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여야 4당의 주도로 패스트트랙이 지정되면 총사퇴하겠다던 한국당이 이러한 민심조차 제대로 파악못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좌파독재’를 막기 위해 장내외 투쟁을 선언하면서 이제 국회는 '동물국회'에서 또
다시 '식물국회'로 추락시키고 있다.
3월 임시 국회에 이어 강원도 산불 재해와 포항 지진 복구 및 지원 예산을 포함한 민생을 위한 추경예산 등으로 민생법안이 산더미같이 밀려있는 이번 4월 임시국회도 이미선 헌법재판관 등의 임명 강행이래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역시 ‘빈손’으로 끝났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택시·카풀 관련 입법 등 시급한 현안 법안들도 오랫동안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역시 중한 사안들인 만큼 330일 내에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야가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함에도 한국당이 지지세 결집에 고무되어 패스트트랙을 ‘좌파 독재’ 등으로 규정하며 자신들의 외침처럼 경제위기 속에서 장외 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명분상 그다지 우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지난 수 십년동안 한국당의 전신 정당들이 집권했던 기간동안 엄청난 독재를 맛보았던 국민들은 한국당의 근거도 없는 '독재타령'에 전혀 온도를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다.
게다가 황 대표가 연일 장외투쟁을 이끌며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하겠다”고 좌파독재 타도의 투사를 자처하자, 급기야 김무성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4대 강을 해체하는 다이나마이트를 빼앗아 문재인 청와대를 날
려버리자”고 막말을 퍼붓는 일도 벌어졌다. 한때 당 대표를 지낸 6선 중진의 발언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황 대표의 행보도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3 개월만에 민생 국회를 외면하고 7일 부산을 시작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이라는 전국 순회 장외투쟁을 하고 있지만, 대치 정국 와중에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개인 행보라는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이와같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수록 답답한 쪽은 집권당인 민주당이지만, 한국당과 황 대표도 장외투쟁에 매달릴수록 정치 실종의 책임을 온전히 떠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당 합의를 뒤집은 한국당의 몽니가 국회 파행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데다, 장외투쟁을 지속할 명분과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과거 여당 시절 당시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3류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거리집회”라며 무조건 국회 복귀를 촉구하던 때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때문에 깊은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대치 정국을 풀어 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가 우선적으로 정국 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하며,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 대표회담 등을 통해 선거법과 민생 입법 등 정국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
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들이 산적해있음에도 이를 팽개치고 민주투사인 양 국회 밖에서 민생을 외치는 것은 자기 모순임을 백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제라도 정쟁이 아니라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국민들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