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예술칼럼

선과 색을 통한 사유

by 편집부 posted Jun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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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예술 칼럼 (215)  
선과 색을 통한 사유

추상표현주의에도 '액션 회화(페인팅)'와 '색면(color field) 회화'라는 두 흐름이 있다. 미첼은 후자에 속한다. 전자가 붓 대신 몸을 던져 물감을 뿌리거나 붓는 드리핑 기법으로 작가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후자는 색채를 회화 언어의 기본으로 삼아 각자 내면의 사유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미첼은 본능적 감정이나 반응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으며 여기에 철학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그리고 전쟁의 허무를 극복하고 존재 영역을 넓히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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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 Mitchell, Lille V, 1986

미첼은 캔버스를 새로운 이미지가 탄생하는 커다란 장(field)으로 보고, 넓은 캔버스에 그림을 완성해가면서 끊임없이 요구되는 행위 그 자체로부터 철저히 영감을 얻고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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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 Mitchell, Aquarium, 1967
미첼은 모든 기억을 다 잊어버리고 난 다음 얻어지는 순수한 추상을 좋아했다. 수면에 비친 빛의 반짝임이나 또는 호수에 비친 도시의 불빛을 보면서 떠오르는 추억을 직관과 주관으로 받아쓰기 하듯 그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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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 Mitchell, Untitled, 1991

그녀는 자연이 남겨 준 세계만을 그릴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녀의 작품에 느껴지는 친근한 느낌은 그녀만의 대담한 생략, 여백의 존중, 그리고 힘찬 속도감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나 중국 등의 동양화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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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 Mitchell, Trees III,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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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세한도의 부분, 1844

사실 당시 미국의 추상파 화가들은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디언 미술, 멕시코 벽화, 동양화에 커다란 관심을 가졌었다. 이것은 프란츠 클라인의 작품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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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Kline, Puppet in the Paint Box, 1940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 다시 회화라는 신체적 행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그녀만의 특유한 화법과 색채를 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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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 Mitchell, Untitled, 1992

10. 우리의 현실 안에 존속하는 것들을 표현
미첼(1925-1992)이 살아 있었을 당시, 추상표현주의 시대에서 미니멀리즘과 팝아트의 세계로 옮겨가던 미국 미술계의 흐름과 관계를 끊은 채 이탈리아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했던 또 다른 한 작가가 있었다. 그는 바로 싸이 톰블리(1928-2011)다. 
그에게도 미첼처럼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프란츠 클라인의 표현주의적 성향이 나타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톰블리는 사실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셴버그, 바넷 뉴먼, 마크 로스코 등과 같이 추상표현주의 제2세대에 속한 작가였다.
하지만, 동료 작가들의 화려한 활동 속에 그는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그리고 그는 미첼처럼 시대계승적인 작업에 점차 환멸을 느꼈다. 그래서 톰블리는 자신의 언어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을 쫓아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모험을 시작할 계기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외롭게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했다.  
구체적인 이미지 없이 마치 수수께끼처럼 식별하기 힘든 기호들과 글자, 선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붓을 사용한 전통적인 채색방법 대신 유백색 또는 검은 캔버스에 물감을 묻힌 손가락과 손바닥을 사용하거나 연필과 크레용을 이용하여 즉흥적인 손의 움직임을 전달하는 드로잉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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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 Twombly, Untitled (New York City), 1968

미첼의 작품의 주제는 주로 풍경과 색채, 그리고 빛이었다. 자연에 대한 정감 넘치는 기억과 감성을 회화적 선과 움직임을 통해 그녀는 자연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그대로 담아냈다.
커다란 화폭에 남성 작가 못지않은 힘찬 붓질과 춤추는 듯한 섬세한 색채의 조합으로 표현된 거친 파도와 같은 미첼의 에너지는 우리들에게 생의 의욕과 충만감을 북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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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 Mitchell, Pastel, 1991

이 두 작가는 모두 현실을 넘어선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안에 존속하는 것들을 표현해 냈다. 사건들은 사물들의 표면에서 그리고 주체들은 사물들의 표면 위에서 형성되도록 했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사건의 존재론처럼, 톰블리와 조안 미첼의 선들은 우리 시대 사유의 가장 긴박감 넘치는 모험을 형성하고 있다.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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