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한국의 노동규약 비준 의무 미이행에 분쟁해결 요구 (1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한국의 노동권 보장문제를 다루기 위해 한국정부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해결절차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EU와 맺은 FTA가 2011년 7월 발효된 뒤에도 유럽연합과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8개 핵심협약 가운데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보호를 담은 4개(결사의 자유 관련 87호·98호 협약과 강제노동 관련 29호·105호 협약)를 여전히 비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연합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 가운데 노동 조건 위반을 이유로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 절차에 이른 첫 요청으로 한국이 부정적 의미에서 전세계적으로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섬을 의미한다.
당시 유럽연합 쪽은 4개 핵심협약 비준과 더불어 협정에서 준수하기로 한 1998년 국제노동기구의 ‘노동에서의 기본 원칙 및 권리에 관한 선언’을 지키지 않고 있는 부분도 함께 지적했다. △노조법에서 근로자 개념이 너무 좁아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등이 배제된 점 △근로자 아닌 자가 가입한 노조의 법적 성격을 부정한 점 △노조 설립신고 제도의 자의적 운영 △평화적 파업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사법 관행 등도 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EU 의회의 사회민주그룹과 녹색당 그룹은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규약 비준 의무를 미이행한다는 이유로 이의 개선 촉구 결의를 채택하는 등 집행위를 압박했다.
이에 집행위는 한국이 협정 체결시 약속한 ILO 핵심 노동권 규약의 비준과 관련하여, 협정 발효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양자간 협의를 요청,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전문가 패널 설치를 요구했다.
전문가 패널은 한-EU FTA가 규정한 분쟁해결의 최종 단계로 협정상의 의무이행 여부를 판단, 원활한 협정 이행을 위해 권고적 성격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벌금 등의 제재조치는 부과할 수 없다.
지난 달 타결된 EU-메르코수르 FTA가 환경 및 인권 부분에 대한 우려로 협정 비준이 불투명한 가운데, 집행위가 한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챕터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향후 무역협정의 사회 및 환경 규정 이행 압박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5월 EU 의회 선거에서 약진한 녹색당의 지속가능한 개발 챕터에 대한 제재조치 도입 촉구는 향후 EU 무역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4일 “유럽연합은 우리 정부의 입장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회에서의 처리 여부가 정치적으로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단계에서 유럽연합이 협정 위반을 이유로 한 각종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유럽연합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 유보 △한국 수출품의 통관절차 강화 등을 유럽연합이 한국에 가할 수 있는 제재의 유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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