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정쟁을 중단하고 초당적으로 대응하고,
정부는 이번 기회를 산업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일본 정부가 4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경제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그동안 북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등 북풍을 선거때마다 악용해오던 아베정권(자민당)이 오는 21일로 예정된 일본의 참의원(상원) 선거운동 개시일를 앞두었지만,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단골 메뉴가 없어지자, 경제 보복이라는 ‘한국 때리기’로 표를 모으겠다는 정략적 술수을 부린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수 십년동안 보수를 빙자한 우익정권들이 선거 때마다 북풍을 비롯한 북한 문제를 악용해와 이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선거에서 몇 표를 구걸하기위한 아베 정권의 치사하고 저급한 전략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쉽게 안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통한 경제 보복조치는 외교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 무역 절차를 들고나와 정치 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합리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번 조치는 경제의 상호의존이 심화되어 있는 양국 관계에서 한국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직접 언급하면서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히고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같은 날 문 대통령의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대해 한국측이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응하지 않겠다며 거부하면서 규제 대상을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긴급 제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8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풀기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초당적 방일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3당 원내대표들은 또 일본의 수출통상 보복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도 각당의 의견을 모은 뒤 오는 18일 또는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일본의 통상보복 조치에 대해 초당적으로 우리의 결의를 모아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규제와 한반도 평화 문제 등을 의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을 제안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이 방안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
이와같이 여야의 초당적 대응을 환영하며 국회 차원에서 한목소리로 대응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앞길을 막겠다는 일본 정부의 터무니없는 공세에 정치권이 정부의 대응에 적극 동참하고 앞장서서 한 목소리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핵심 소재·부품산업 등을 국산화를 서둘러 일본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산업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뒤 지난해까지 일본에 무려 6046억달러(약 708조원)의 무역 누적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일본에 의존해왔으며 일제 강점기보다 더 긴 무려 54년동안을 일본의 경제 식민지를 자처해왔다.
제조업 중간재의 일본산 비율은 2010년 1분기 25.5%에서 올해 1분기 15.9%로 많이 줄었지만, 핵심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에 기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를 맞이해 높은 수출 집중도와 뒤떨어진 핵심 소재·부품산업의 민낯이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소재·부품 분야에서 1400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봤지만 일본을 상대로는 151억여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유사한 현상이 매년 반복되어 왔지만, 우리는 간악한 일본만 믿고 여전히 핵심소재 개발을 게을리해왔음을 이제라도 반성하고 국산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총체적인 중장기 근본책 마련으로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 이런 굴욕을 국민들에게 다시는 안겨서는 안된다.
지난 36년 일제 강점기의 치욕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번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국회, 기업,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일본 경제 신민지'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행동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