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세계 평화와 한반도의 평화 위한 길놀이 공연 열려
지난 7월 26일 금요일 오후 17시, 베를린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 통일정자 앞 광장
에서는 많은 인파가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경쾌하고도 리드미컬한 음악소리가 멀리 울려
퍼졌다. 몇 겹으로 삥둘러선 인파 속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국의 사물놀이연주자들과
독일 현지의 타악기 그룹이 함께 연주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3.1 독립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그리고 베를린 장벽붕괴 30주년과
우파 파브릭의 40주년을 맞아 통일된 독일의 앞날을 축복함과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길놀이 퍼레이드를 시작하는 김덕수 사물놀이와 박병천 가무악, 테라 브라지리스(Terra
Brasilis Berlin), 삼바 레게 베를린, 독일 풍물패, 한민족유럽연대, 코리아협의회, 한가람을 비롯한 베를린 한인교민들이었다.
올 2019년은 우리에게는 3.1운동과 이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여 조국의 광복을 위해 중국 상하
이에서 조직되고 선포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독일에서는 동서독을
분단으로 가르던 장벽이 붕괴된지 30주년이 되었고, 테라 브라지리스와 삼바 레게가 활동하는
베를린 우파 파브릭(Ufa Fabrik)은 생태 문화오아시스를 표방하며 설립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길놀이는 원래 본놀이에 앞서 그 장소로 이동하면서 거리에서 펼치는 놀이로서 풍악을 올리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한편, 구경꾼들이 행렬을 따르는 가운데 행사를 알리
면서 관객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날 길놀이는 그런 사전 놀이로서의 길놀이가 아니었다.
길놀이 주최측은 <It’s love, All for one, one for all> 이라는 모토 아래 흥겹고 신명나는 풍물과
삼바로 길놀이를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함과 동시에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동서독이
통일을 이루고 진정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게된 아픈 경험과 상처들을 위로하고 미래
를 축복함으로써 세계인이 하나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길놀이의 시작 장소였던 포츠다머 플라츠는 독일 분단시절에는 베를린 장벽이 바로 지나던 곳이
라 폐허처럼 황량한 채로 내버려지다시피 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통독 후 지금의 모습은 과거 분
단시절의 모습이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건물들이 화려하게 들어서 있는
베를린의 중심지로서 분단시절의 모습과 통일 후의 모습이 가장 극명하게 차이나는 대표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 포츠다머 플라츠에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며 세워진
통일정자 앞에서 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길놀이가 시작된 것은 그만큼 의미있어보였다.
김덕수 선생이 맨 앞에서 나팔을 불며 앞장을 선 길놀이 행렬은 통일정자 앞에서 부터 베를린 장벽이 지나던 길을 따라 브란덴부르크 문 앞의 파리저 플라츠까지 약 1.9km의 거리에서 이뤄졌다.
처음 300명이 약간 웃도는 참가자가 참여하였으나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던 퇴근길의 독일시민
이나 관광명소를 돌던 관광객들이 길놀이그룹과 같이 이동하며 즐기다보니 그 참가자 수는 점점늘어났다.
또한 구경하는 사람들은 공연하고 있는 사람들을 신기한듯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기도 했지만 공연팀과 함께하는 자신을 증명이라도 남기려는 듯 공연팀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셀카를 찍기에 바
빴다.
길놀이 행렬에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판굿, 사물판굿, 진도 씻김굿의 지전춤과 가무
악, 장고반 등 워크숍에 참여한 회원들이 같이 참여를 하였는데 장고와 북을 치는 연주자들은 초등학교 학생부터 흰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백안의 외국인들까지 다양하였다. 이들은 베를린, 함부르크, 보쿰 등 독일 전역 뿐만아니라 스위스, 노르웨이, 벨기에 , 프랑스 등 유럽전역에서 와서 1주일간의 워크샵에 참여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했다고 한다.
행렬 속에서 장구를 치던 우베 도나트(Uwe Donat)씨는 노르웨이에 사는 독일인으로서 장고 워크샵에 참여하기 위해 1주일간 혼자 베를린에 왔다고 했다. 그는 민속음악에 관심이 많다면서 이미 대금연주를 배운 바가 있고 그의 부인은 단소를 연주한다면서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또한 길놀이중 한반도 기를 들고 행진하던 경북 문경시 점촌고 1학년 홍성민학생은 이번에 문경
시 해외 명문대학 탐방 지원으로 문경시 고등학교 1학년생 15명이 영국의 옥스포드와 런던, 프랑스 파리를 를 거처 베를린에 왔는데 마침 베를린에서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퍼레이드를 한다고
해서 주최측에 연락한 후 전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뜻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길놀이는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 앞에서 잠깐 멈추고 모든 국가테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그들의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기 위한 짧은 의식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글과 사진 유로저널 베를린 정선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