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예술칼럼 (220)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8. 호크니가 본 세상
1990년대 호크니는 또 다른 실험을 한다. 카메라를 통해 똑같이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 추상적인 패턴과 형태로 조합된 기하학적인 세상을 그만의 시각으로 만들어내며 이미지에 대한 연구에 더욱 적극적이게 되었다.
David Hockney, Garrowby Hill, 1998
David Hockney, The Other Side, 1990-3
그는 수천 개의 디지털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사진 드로잉 작품을 만드는 등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확장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David Hockney, The Chairs, 2014 - Photographic drawing printed on paper, mounted on Dibond, Edition of 25
“눈은 언제나 움직인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다섯 명의 인물을 바라볼 때 그곳에는 1천개의 시점이 존재한다라고 덧붙이며 자신이 찾고자 하는 바를 밝혔다.
특히 ‘호크니가 본 세상’에서는 신선놀이를 하는 조선 시대 산수화의 유유자적하는 느낌과 비슷한 것을 영국풍경에서 영국인인 호크니의 시선으로 느낄 수 있다. 고향 요크셔의 숲을 그린 가로 12m 이상의 대작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2007)과 미국 ‘그랜드 캐년의 풍경’(1998) 등은 작품의 크기부터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David Hockney,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2007
David Hockney, 그랜드 캐년의 풍경, 1998
무엇이든 내가 주시하고 보는 것은 그릴 수 있다는 그의 마음과 또한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풍경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그의 갈망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 전시에는 1990년대말 거울·렌즈를 활용한 르네상스·바로크 거장 작법 연구라든가, 아이폰, 아이패드를 이용한 작품, 디지털 무비, 포토콜라주 작품 등 그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작품이 없었다는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David Hockney, Walking in the Zen Garden at the Ryoanji Temple, Kyoto, 1983
David Hockney, still from The Jugglers, June 24th 2012, 2012. Eighteen-screen video installation, 9 min.
David Hockney, Untitled, 346, 2010 - iPad drawing
David Hockney, Merced River, Yosemity Valley, 1982, photographic collage, edition20
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이 영국 데이트모던갤러리와 공동 기획한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는 개막한 지 2주만에 관람객수 4만 명을 돌파하면서 끊임없이 긴 줄을 만들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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