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
이외에도 호크니 관련 영상이 세 점 상영되었다. 그 하나는 고향인 요크셔로 돌아가 풍경화를 그리는 호크니를 3년간 촬영한 <데이비드 호크니: 점점 더 커지는 그림>(2010)이다. 그리고 2년 전 대규모 회고전에 앞서 호크니 지인들의 말을 빌려 그의 화업을 되짚는 <데이비드 호크니: 되찾은 시간>(2017)이 있었다.
또한 고정시점과 이동시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호크니를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중국 황제와 함께한 대운하에서의 하루, 또는 표면은 환영이지만 깊이 또한 마찬가지이다>(1988)가 상영됐다.
60년에 걸친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무엇일지 고민하던 끝에, 이 작가를 수식하는 게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하다고 여겨져 결국은 아무것도 붙이지 않은 채 그저 ‘데이비드 호크니’라고만 전시 타이틀을 정하기로 결정했다고 큐레이터는 말했다.
어떤 전시라도 작가의 모든 걸 다 보여줄 수는 없다.
사실 이번 전시는 명색이 회고전이었는데, 호크니 예술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인 1980∼1990년대 포토콜라주 작품이 제외된 것이나 2000년대 이후 선보인 아이폰·아이패드 그림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다.
David Hockney의 Yosemite(iPad Art)
David Hockney, Untitled, 22 July 2010, 2010 (ipad drawing)
그러나 시립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가 호크니가 행해온 모든 매체와 그 활용법을 일일이 보여주는 전시는 아닐지라도 호크니의 정수(精髓)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였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다.
오히려, 대중은 호크니를 아크릴, 유화 작가로만 여겼을 수 있지만, 정작 자연주의 시기 이후엔 그림에 그다지 매진하지도 않았고 전시 활동도 열심히 하지 않았으며, 그가 판화를 비롯해 사진, 무대디자인 등에 관심을 돌리고 실험적인 행보를 이어갔던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큐레이터는 덧붙였다.
사실 호크니의 커리어에서 판화는 상당히 중요한 매체다. 실제로 기사 등을 통해 호크니 스스로도 판화를 자주 언급했었다. 또한 데이트 모던갤러리도 그러한 이유로 호크니의 판화 작품을 많이 갖고 있다.
David Hockney, Swimming Afternoon, 1980 (Print)
Tate modern gallry 소장 David Hockney prints (A Rake’s Progress 중 6a. The Wallet Begins to Empty(1961-3))
무엇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기존 데이트 컬렉션에서는 없는 ‘푸른 기타’란 섹션을 이번 전시에 추가 구성함으로써 전시에 스토리를 더해, 대중의 입장에서 호크니의 작업 흐름을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피카소’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이뤄진 이 섹션은 1973년 피카소 사망 후, 호크니가 작업한 판화 시리즈 ‘푸른 기타’를 보여준다. 피카소는 호크니의 영웅이었다.
David Hockney, The Student - Homage to Picasso, 1973
그래서 서울시립미술관은 벌거숭이로 그린 자신과 피카소가 마주보는 <Artist and Model>(1974)을 이번 전시에 보여주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번 출품작 중 맨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
David Hockney, Artist and Model, 1974
이 당시부터 그는 자연주의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엄격한 양식이 아니어도 세상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이 시기를 지나면서 호크니는 20세기 후반 판화사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중요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David Hockney Going Out, from: Some New Prints, 1993
11. 혈기왕성한 작가
이외에도 2000년대 이후 그의 요크셔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 <Bigger Trees near Water or/ou Peinture sur le Motif pour le Nouvel Age Post–Photographique>(2007)이 3층 전시실 마지막 공간에 50개 패널로 배치되어 있었다.
David Hockney와 Bigger Trees near Water or/ou Peinture sur le Motif pour le Nouvel Age Post–Photographique(2007)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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