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다
이번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었던 작품이 몇몇 있었다. 첫 번째 섹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에서의 두 작품 ‘The First Marriage(A Marriage of Styles I)’(1962)과 ‘The Second Marriage’(1963)이다.
David Hockney, The First Marriage(A Marriage of Styles I), 1962
David Hockney, The Second Marriage, 1963
이 두 작품은 호크니가 현대미술가로서 어떤 방식을 취할지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 ‘결혼’이란 한 주제를 두고 그가 어떻게 자신의 회화를 발전시켜 왔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세 번째 방 ‘자연주의를 향하여’에 걸린 미완성의 2인 초상 ‘George Lawson and Wayne Sleep’(1972~1975)도 호크니의 섬세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것은 특히 그가 고정시점을 극복하기 위해 3년간 매달렸지만 결국 미완성으로 남겨둔 작품이다.
David Hockney, George Lawson and Wayne Sleep, 1972~1975
이번 전시 공간의 가장 끝자락의 사진 작품 ‘In the Studio, December 2017’(2017)은 호크니가 데이트모던갤러리에 기증한 것이다. 갤러리가 이것을 기증받자마자 바로 한국의 전시를 위해 보내온 의미 있는 특별한 작품이었다.
David Hockney, In the Studio, December 2017, 2017
마지막으로 전시장 끝부분의 ‘호크니가 본 세상’에 있는 대작 ‘A Bigger Grand Canyon’(1998)도 주목해 볼 만 했다.
David Hockney, A Bigger Grand Canyon, 1988
이 작품은 1990년대 후반 그의 멀티 캔버스 시리즈 중 하나로, 60개 캔버스로 이뤄져 폭이 7m에 달했다. 호주 국립미술관에서 대여해 온 이 작품은 그의 회고전에 단 한 번도 포함된 적이 없는 것이다.
정열적인 붉은 캐년과는 다르게 그 위를 아주 얇게 메운 지평선의 대비가 돋보였는데, 흡사 그랜드 캐년의 절벽에 올라 광활한 절경을 직접 보는 듯 하는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바라보는 풍경인지 우리를 헷갈리게 했다.
호크니는 원근법을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는 움직이는 세상을 평면에 어떻게 담고 묘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피카소의 큐비즘이나 동양의 두루마리 회화도 접목하며 시점의 변화를 시도해왔다.
‘A Bigger Grand Canyon’에서도 한 패널이 하나의 시점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그의 포토콜라주 작업과도 비슷한데, 그는 사진으로 찍힌 이미지의 중첩이 서로 다른 시간의 공존과 확장된 시점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작품을 통해 호크니는 60개의 패널, 즉 60개의 분열된 소멸점을 이용하여 2차원 평면의 원근법을 무력화하고 인간의 시각 인식 체계와 유사한 다시점 방식으로 관람객의 시선에 다양한 자유로움을 부여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이것은 나이 80세가 된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의 스튜디오에서 아직 미완성인 두 작품을 걸어두고 심사숙고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작가라는 것을 애써 소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명한 작가이다. 그리고 많은 아티스트들에게조차 동경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왜냐하면 1960년대부터 계속해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 온 그는 자신보다 더 어리고 젊은 작가들에게 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David Hockney, The Arrival of Spring in Woldgate, East Yorkshire in 2011 (twenty eleven) - 25 February, 2011 - iPad drawing printed on paper 55 x 41 1/2 inches
비록 겉모습은 말 그대로 백발의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David Hockney, Self-portrait, 20 March 2012 (1219), 2012
하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독창적인 영감을 불어넣고 있는 여전히 혈기왕성한 작가이다.
David Hockney, Summer Sky, 2008 - Edition: 25 inkjet printed computer drawing on paper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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