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스물 세 번째 이야기
소박한 거품(bulles)과 귀로 마시는 와인의 즐거움 (1)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 좋다 .”
---김현승 , “창”
-차콜리(Txakoli)를 사랑한다 말하는 것은
샴페인(champagne)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블링블링(bling-bling)하지 않아 좋다.
----필자
김현승 시인의 이 아름다운 싯구를 이런식으로 인용해서 좀 유감스럽게 되었지만, 필자가 접한 차콜리에 대한 첫인상을 이 구절만큼, 직선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산 세바스티안의 라콘챠 해변
G7정상 회담이 끝나 삼엄했던 경찰의 경비도 한껏 느슨해진 구월 초, 프랑스 바스크지방의 대표 도시인 바욘(Bayonne)으로 가서 활기찬 늦여름의 주말 시장, 그 생동감을 느끼며,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스페인 바스크 지방까지 느껴보고 싶어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án)과 빌바오(Bilbao)로 떠났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막걸리나 소주를 마시듯, 그렇게 차콜리를 일상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치게 되었다.
구시가지 해변가
차콜리란 무엇인가 ? 그 또한와인이다. 바스크 지방, 특히 스페인령 바스크에서 많이 소비되는, 작은 기포가 올라오면서, 색깔이 옅은 화이트 .(Vin blanc pétillant)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에서 만난, 현지 신시가지에서 유명한 와인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이자 소믈리에이기도 한 마틴(M.Martin)씨는 말한다.
“바다와 접해 해산물이 풍부한 이곳에서는, 아무리 리오하(Rioja: 스페인의 유명한 와인 산지, 템프라니요 , 가르나챠(그르냐슈) 품종을 주로 쓴 레드 와인이 유명함)와 가까워도 화이트 와인을 많이 마시죠. 그중에서도 과하지 않은 잔잔한 거품을 지니고 있는 차콜리 한 잔과 핀쵸스(Pintxos) 를 함께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오후의 휴식을 즐기기도 하고, 하루의 피로를 풀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답니다.
여러가지 종류의 차콜리
아시다시피, 거품,기포가 올라오는 와인(vins effervescents)은 여러가지 형태가 있죠. 그 중 대표적인게 프랑스의 샴페인이죠. 샴페인은 뭐랄까, 왠지 특별한 날, 화려한 은식기에 담긴 캐비어(caviar, 철갑 상어의 알)를 곁들여, 최대한 멋지게 차려입고, 눈부신 샹들리에의 요란한 불빛 아래에서 마셔줘야 할것 같지 않나요?
근데, 보시다시피 이 차콜리는 알콜농도도 9프로로 낮은 편이라 그리 쉽게 취하지 않고, 술이 약한 여성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죠. 곁들이는 음식도, 거창하지 않은, 가벼운 스넥같은 여러 종류의 핀쵸스면 충분하답니다.
여러 종류의 핀쵸스(Pintxos)
차콜리는 이 바스크 지방의 백포도주를 만드는 향토 품종인 “온다리비 수리”(Hondarribi Zuri-스페인에서는 알파벳Z를 시옷에 가깝게 발음하는 모양이다.)로 만든답니다. 레몬의 뉘앙스와 복숭아, 흰꽃을 섞은듯한 미묘한 풍미와신선한 느낌의 신맛이 매력적이죠. 따라서 이 와인은 절대적으로 스텐레스 스틸 양조통에서 발효시켜야 해요.
시멘트나 나무를 재료로 한 양조통을 쓰면, 레몬향의 섬세한 산미가 살아날 수 없겠죠. 두꺼운 커튼으로 덮힌 것 처럼 본래의 신맛이 빛을 잃고, 아마도 매우 둔탁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요 ? 더군다나 알콜 도수도 낮은데, 그런 양조통을 쓰게 되면, 산미를 유지하려는 힘도 무력해 질 거예요.”
바다를 품은 도시ㆍ도노스티아
바스크어로 도노스티아(Donostia)라고 불리는 도시 , 인구 대비 미슐랭 레스토랑이 가장 많은 곳,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
산(피레네 산맥)과 아름다운 해변(‘조개’라는 뜻의 라콘챠 해변이 대표적, 실제로 조개를 닮았음)을 품은 바다가 주는 풍부하고 다양한 먹거리,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만들어내는 여유가, 예술과 미식의 발달로 경쾌하게 열매맺고 있는 그 곳에서 다양한 핀쵸스를 먹고 오지 않았다면, 마치 파리에 갔다가 에펠탑 안보고 돌아왔다는 이야기와 같을 것이다.
성당 주변 먹자골목
세계각지에서 온 핀쵸스 바(Pintxos Bar)의 순례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구시가지의 바실리카 드 산타마리아 델 꼬로(Bascilica de Santa Maria del Coro)주변으로 모여든다. 이 바로크 스타일의 성당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두번째, 세번째 골목이 그들의 성지라고 해도 될만큼, 많은 바(bar)들이 모여 있다.
(다음 호에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현재 프랑스에 거주중.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