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수 증가는 모든 총예산 동결과 강력한 국회 개혁을 전제 해야
내년 총선은 여야 모두 정치적 사활이 걸린 격전장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국회의원들의 무능과 무사안일에 지친 국민들은 선거제도 개혁마저도 무관심해지고 있는 데 국회의원수를 늘리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은 ‘의원 정수 300석 현행 유지, 비례대표 75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한다.
물론, 국회가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이해를 수렴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비례대표 수를 다소 늘리는 방안으로 국회의원 수 증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경제ㆍ민생 법안 처리는 외면한 채 정쟁과 파행만 일삼아 온 국회가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후안무치하다. 여야는 19대와 20대 총선 때도 ‘세비 30% 삭감’을 공약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정치개혁특위 자문위조차 ‘국회의원 정수를 20% 늘린 360명으로 하는 연동형비례제’ 도입을 권고했다. 현행 선거제도에선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과잉 대표되면서, 다양한 색깔의 군소 정당 출연을 막고 정치를 양대 정당의 대결 구도로 만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유한국당도 당초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였으나, 선거제 개혁 전면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오히려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제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11월27일 이후)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7일 “(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로 확대하는 합의가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29일 국회 본회의 부의(附議) 예정인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내용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원 정수 확대를 통해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민주당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한 어려운 얘기라며 부정적 태도를 밝혔지만, 민주당 안에서도 의원 정수를 늘리는 쪽으로 선거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강한 상황에서 ‘국회의원 정수 확대’ 의견은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하게 되기 때문에 국민 지지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주장자체가 개탄스럽다.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이 득표율에 비례한 선거제 개혁에 찬성하면서도 의원 정수를 줄이고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없앨 것을 요구했다.
국회의원 수 증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경기 침체와 고용 한파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국회가 세비 삭감과 보좌진 축소 등을 통해, 의원 수가 늘더라도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총예산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약속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강력한 국회 개혁을 통해 국회 불출석 의원에 대한 징계,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 과감한 ‘특권 내려놓기’법안을 제정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