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가을 비가 내리는 프랑스 소도시 쉬프(Suippes)에 다녀 와
가을 비가 유난히 많이 오는 특별한 해 그리고 특별한 달의 첫 날, 2019 년 11 월 1 일 아침,
한인들로 채워 진 대형 버스 두 대가 파리를 출발해 Suippes 쉬프(Suippes )로 향한다. 각자의 차로 온 분들도 계시고 모두 백여 명쯤이다 .
쉬프는 파리에서200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동쪽으로 완만히 올라 가면 있는 인구 4000 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까맣게 묻혀져 있었던 우리의 역사, 1919 년 11 월, 1 세기 전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 경찰의 추적을 피해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이 곳에 와 정착한 30여 명의 한인들을 기리기 위해 이 곳에 도착했다.
먼저 조형물 제막식이 있었다. 공모전을 통해 백승수 작가의 작품이 선정 되었는데 낯이 익다. 작년 이맘때쯤 차세대 예술인 축제를 진행하며 뵈웠는데 작은 관람자의 질문에 꼼꼼하고 진중히 답해 주신 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바로 그 분이시다.
한국의 무명 레지스탕(resistant) 들이 이곳에서 세운 굳건함처럼 청동으로 만들어진 하늘로 솟은 긴 사각형 몸체 안에는 고단한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 선들이 겹겹 쌓여 있는 공간이 있다. 위에는 날개가 한 쪽 있는데 이국 땅에서 다른 쪽 날개가 있는 멀고 먼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떨어져 있는 두 날개로 인해 조국으로 날아 가지 못하는 애석함을 말해 주고 있다.
비는 계속 되고 텃밭도 멋지게 가꾸시고 나와 판소리 수업, 민요 합창 모임에도 함께 했던 분이 옆에서 감격에 겨워 많이 울고 계셨다.
그리고 플래카드, 태국기와 프랑스 국기를 앞세우고 쉬프 고적대(Union musicale Suippes) 의 계속되는 연주에 맞줘 기념식이 있을 곳까지 시가 행진을 했는데 전쟁의 폐허가 컸던 이곳에서 시체 치우기를 비롯 전쟁 후 복구의 고된 일을 하는 척박한 생활 속에서도 급여의 일부를 독립 운동을 위해 매달 송금하고 '재법 한국민회'라는 유럽 최초, 프랑스 최초의 한인 단체를 결성해 활동했던 그들의 삶을 상기하며 그들이 섰던 이 길을 걸으니 맘이 벅찼다.
챙겨 주며 옆에서 걸으시는 분이 말씀 하신다. 이 비는 하늘에서 이 곳에 100 년 전 정착하셨던 조상님들의 우리의 방문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 아닐까라고.
기념식 끝엔 서울에서 온 국립 합장단의 축하 공연이 있었고 기념식 후에는 쉬프에서 마련한 다과의 시간도 가졌다.
2023년에는 쉬프에서 한국 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프랑스 유로저널 이수정 통신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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