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많은 한인단체들, 여전히 부끄럽게도 '설날'을 구정으로
구정이나 음력설대신 '설날'로, 추석대신 '한가위'로 !!!
유럽 내 많은 ,아니 대부분의 한인 단체들이 우리 대명절인 '설날을 '구정'이라고 여전히 칭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
물론 한국 내 언론들의 각종 뉴스에서도 '구정맞이....' 혹은 '구정 연휴....' 등등으로 ‘설날’이 아닌 ‘구정’이란 말을 쓰는 여전히 쓰고 있다.
‘구정’이란 말은 양력 신정(양력 1월1일)에 대해 음력으로 쇠는 ‘설날’을 말하는 것이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일제의 잔재이다.
1936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향토오락》이란 책을 펴낸 이후 우리말ㆍ우리글을 쓰지 못하게 하고, 창씨개명으로 우리의 성과 이름까지 빼앗았으며, 풍물굿 등 민속놀이도 맘대로 즐기지 못하게 함으로써 겨레문화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또한, 양력설 곧 ‘신정’을 설날로 쇠는 일제는 우리 겨레가 오래전부터 쇠던 설을 ‘구정(舊正)’이란 말을 써서 지내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광복 뒤에도 정부가 양력을 기준력으로 삼으면서 양력설은 제도적으로 계속되었다. 1989년까지만 해도 양력 1월 1일부터 3일 동안을 공휴일로 했기에 성탄절과 함께 연말연시를 잔치처럼 지내는 게 굳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 고유의 음력설은 ‘민속의 날’이라 하여 ‘이중과세’라는 허울 좋은 말로 하루만 지내게 해 양력설에 짓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겨레는 끈질기게 설날을 지켜왔고, 드디어 1989년 2월 1일 정부가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설날인 음력 1월 1일을 앞뒤로 사흘을 공휴일로 지정, 시행함에 따라 다시 ‘설날’이 완전한 민족명절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구정’이란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이제 우리는 ‘추석’이 아니라 ‘한가위’라고 써야 하는 것처럼, ‘구정’이 아니라 ‘설날’이라고 써야 하겠다.
‘한가위’는 우리 겨레의 명절 가운데 가장 큰 날로 '한'이라는 말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으로, 음력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 있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이다. "신라 유리왕 9년에 나라 안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로 승부를 가름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리고 이 날 달 밝은 밤에 길쌈을 한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을 부르며, 춤을 추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 때 말로 ‘가배→가위라고 하였다.” 이는 《삼국사기》의 기록으로 ’한가위‘는 우리 겨레가 오랜 세월 써온 우리말임이 분명하다.
이어 조선 후기 한양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있는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처럼 한가위는 햇곡식과 과일들이 풍성한 좋은 절기이다. 명절 한가위는 음력 팔월 보름날인데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요즈음 너도나도 쓰는 말이 ‘추석’으로 역시 유럽 등 해외 한인단체들이나 국내 언론들도 기사나 광고에서 거의 추석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추석(秋夕)’은 5세기 때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天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뜻으로 우리의 명절과 잘 맞지 않는 말이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조차 이 '추석'이란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라도 우리 국어를 사랑하고 우리 민족의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고유의 명절들에 대한 올바른 표기로 '구정대신 설날', '추석대신 한가위'으로 사용하자.
<유로저널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