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스물 아홉번째 이야기
나폴레옹(Napoléon)이 사랑한 와인마을, 그곳에서의 축제 (2)
생 뱅썽 투르넝트-Saint Vincent Tournante 2020-스케치
유난히 한 주택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왜그런지 가봤더니, 위트있는 장식때문이다. 불어 단어와 그림을 혼합해, 집주인이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구성한 한 장식을 두고, 사람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아하, 샹베르탱은 와인들의 왕이다.( Le Chambertin égale le roi des vins.)라는 뜻으로 장식한거군요!"
샹베르탱은 와인들의 왕이다. (Le Chambertin égale le Roi des vins.)
이 행사의 백미는 각 마을마다 특색있게 만들어진 생 뱅썽(Saint Vincent)의 입상을 가마에 태워 둘또는 네사람이 어깨에 매고 온 마을을 행진하는 광경이다.
나무로, 혹은 금칠을 하여, 크고 작게 제작된, 더러는 포도송이를 들고 있고, 더러는 타스트 뱅(taste-vin :와인을 시음할때 쓰이는 작은 용기 )을 목에 걸고 있는 개성 넘치는 입상들을 구경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생뱅썽(Saint Vincent) 사진들
올해 행사에서는 2009년, 2013년, 2014년, 2017년, 2018년 빈티지의 와인이 서비스 되었다.
2017, 2018 빈티지가 어린 피노누와 포도의 풋풋한 베리류의 붉은 과일향, 약간의 흙내음을 표현하면서, 전성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열심히 살았던 젊은 날 패기 넘쳤던 나폴레옹을 느끼게 했다면, 2013년과 2014년의 와인은, 약간의 버섯향, 희미한 가죽향이 기존의 체리향같은 과일향과 잘 어우러져, 음식과 곁들여도 충분히 맛날만큼 알맞게 익어 있음을 느끼게 했다.
피노누와로 만든 와인을 소스로 하여, 얇게 저민 고기와 함께, 달걀을 넣어 살짝만 익힌 부르고뉴 전통요리(l'oeuf en meurette)를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유년의 때도 벗고, 전쟁을 치르며 점점 전성기를 향해 달려 가는 삼십대 초반의 나폴레옹의 모습이 나의 뇌리를 스쳤다.
마지막으로 2009년 빈티지를 입속에 머금는 순간, 왠지 모를 울컥함에 눈물이 맺혔다.
여문 과일향과 머스크향(musc),, 희미하게 담뱃갑에서 나던 향이 느껴졌던 그 와인은, 뭔가를 다 이루고, 이제는 말에서 내려와 작별을 준비하는 아직은 죽지않은 , 말년의 나폴레옹을 느끼게 했다.
즈브레 샹베르탱 시청 앞에 위치한, 한 와인전문점의 여주인에게 축제에서 마셨던 레드와인 다섯개의 빈티지 모두를 어떻게하면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안타깝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축제 기간동안 당신이 마셨던 다섯개 빈티지의 와인은 전세계 어디에서고 살 수 없답니다. 오직, 이틀동안 이곳에서 축제 기간 동안에만 맛볼 수 있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몰리는거예요.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 축제가 가치있는거구요. 각각의 빈티지마다, 40개 정도의 포도원에서 생산된 포도주가 혼합되죠. 그래서 축제인겁니다. 시간이 얼마 안남았네요. 즐기세요. 이 축제를!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이 와인들을요!"
어느덧 축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건물 벽에 한 글귀가 의미깊게 다가왔다.
"즈브레 샹베르탱의 훌륭한 포도주를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은, 두번다시 포도주를 마시지 않는다. 다만 확실히, 감미로운 비밀을 즐길뿐이다."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현재 프랑스에 거주중.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