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커가는 고마운 시간-프라이부르크 한글학교 2020년 종업식
한글학교에 가는 토요일은 언제나 기분 좋지만, 이번 토요일은 종업식이 있어 특별히 더 설레었다. 종업식이 있는 날은 한글학교 식구들이 ‘하루 종일’ 함께하는 까닭이다. 아이들 역시 한껏 들떠서 기말 시험을 먼저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잊고, 같이 점심 먹고 게임을 하며 오후까지 논다는 것에 이른 아침부터 신이 나 있었다.
선생님들은 기말 시험지와 한 학기 동안 모아 만든 아이들 전시물을 한 꾸러미씩 들고, 학부모님들은 부페로 나누어 먹을 점심이 담긴 냄비를 들고 속속들이 학교에 도착해 여느
잔칫날 못지않게 풍성한 분위기였다. 특히 이번 종업식은 오랜만에
졸업식을 겸했기에 더욱 뜻깊었다. 12년간 한글학교를 꾸준히, 열심히 다닌 맏언니(이하린 양)의 졸업식은 의미가 컸다. 잊을 만하면 한두 번씩 학글학교를 빠지고 싶다고 떼쓰곤 하는 사춘기 학생들도, 그런 고비를 만날 때마다 어찌 해야 하나 고민이 깊던 학부모들도 독일 학교 학업에
충실하면서 한글학교 활동에 모범이 되어 온 졸업생을 축하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2년 임기를 열성을 다해 채우신 교장선생님(김수빈 님)께서 지난 12월 7일 총회 때 학부모 만장일치로 선출된 신임 교장선생님(주영희 님)을 소개한 뒤, 기다리던 점심 식사가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이 한두 가지씩 메뉴를 정해 솜씨를 부린 한식 부페 점심은 모든 아버님이 한
달에 한 번씩 종업식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근사했고, 태권도 체조 공연과 장구 공연을 선보이느라 기운을 뺀 아이들은 매운 반찬까지 꾹꾹 눌러 담아 몇 번씩이나 부페 테이블을 오가며 양껏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어른들보다 빠르게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려 놀며 다른 반은 어떤 전시물을 만들었나 구경했고, 곧이어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각 반의 전시를 통해 한 주 한 주 열심히 가르치고 배워 온 과정을 되돌아보는 뿌듯한 시간을 가졌다.
이어진 전통 놀이 시간은 아이들이 모두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흥겹고 시끌벅적하게 진행됐다. 투호 놀이, 촉감 놀이(상자 안 물건 맞추기), 제기 차기, 비석 치기, 과자 따먹기 등을 하며 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 종일을 함께하고도 아이들은 헤어지길
아쉬워했다. 준비된 일정이 끝나자 아이들은 자기들이 게임을 만들고
선생님과 부모님들을 모아 참여시킬 정도로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다. 한 주, 또 한 주, 애쓰며 쌓아온 시간들 덕분에 아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형제처럼 자라는 중이다. 어른들은 그런 모습에 뭉클한 고마움을 느끼며, 아이들보다 더 개학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글 김정아 교사, 사진 프라이부르크 한글학교)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 기자(mt.199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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