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예술 칼럼 (247)
인간적인 모순
Paul Gauguin, BATHERS AT TAHITI, 1897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에밀 놀데는 끊임없이 그가 본 것을 드로잉으로 수채화로 그렸고, 그의 부인 아다는 그 그림들을 묘사하는 글을 적었다.
그 중에 한국 노인을 펜화로 남긴 것도 있다. 그의 부인은 그것을 설명하는 글과 함께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글로 기록했다.
그 책에 있는 양귀비 연작 등의 꽃이나 바다를 그린 밝고 투명한 수채화는 특히 유명하다.
Vol. I: Neuguinea 1913 und 1914. Vol. II: Heimkehr, Weltkrieg, Heimat. 1914 bis 1921
(에밀 놀데의 책 중 한 페이지애 있는 한국 노인)
이후 1930년대에 그는 나치로부터 퇴폐적이고 반게르만적인 예술가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작업 금지령을 받은 후에도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못다 한 그림들'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수채화를 남겼다.
Paul Gauguin, BATHERS AT TAHITI, 1897
Emil Nolde, Red and yellow sunflowers, 1920
Emil Nolde, Moon over the Marsh, circa 1920-1930
Emil Nolde, Herbstwolken, Friesland, 1929
4. 인간적인 모순
놀데의 매력은 아무래도 그의 삶을 관통하는 인간적인 모순에 있지 않나 싶다.
Emil Nolde in Munich, 1937
이는 작품 속에서 쉽사리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주제가 극히 다양할 뿐만 아니라 기법들도 빠르게 변화하며, 또 한 시기 안에서도 다양한, 때로는 서로 완전히 상반되는 기법들이 공존한다.
또한, 그의 자서전들을 읽게 되면 이러한 모순적인 모습들이 작품의 주제와 기법에서 그치지 않고 인물 자체로까지 확장됨을 알 수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적 정서를 주장하는가 하면 이국의 예술을 열렬히 칭송했고, 스스로 속세를 떠나 있음을 표방하는가 하면 베를린 분리파의 막스 리버만에 대항해 미술계에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Emil Nolde, Warship and Burning Steamer,
undated (ca. 1943)
극단적인 반문명주의적 주장을 고수하면서도 함부르크의 항구 풍경이나 대도시 베를린의 밤 풍경에 본능적으로 매료되어 그 주제로 연작을 제작하기도 했다. 심지어 나치당에 참여한 적도 있었고 반유태주의적 주장을 공공연히 드러낸 적도 있었다.
Emil Nolde, Moonlit Night, 1913 - 1914
놀데라는 인물은 이렇듯 확실히 자기 분열적인, 모순에 가득 찬 인물이었다. 그러나, 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통해 삶을 초극하려고 노력했던 한 명의 낭만주의자이기도 했다.
(다음에 계속…)
최지혜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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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