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포스트 총선은 차기 대권 잠룡간의 경쟁에 관심 모아져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전체 의원 수 300명의 60%에 이르는 180명이 당선되면서 거대 여당으로 등장해, 여당 주도 협치를 실현 기회를 마련했지만, '막강한 권한만큼 책임'도 뒤따르게 되어 부담을 안았다.
반면, 보수진영은 민주화 이후 어느 정당도 경험하지 않은 궤멸적 패배, 통합당이 얻은 103석 역시 1988년 13대 총선 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립됐다.
황 전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끝내 이 전 총리와의 지지율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특히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곤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1년 2개월 만에 당 대표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여권이 총선에서 이렇게 압승을 거두면서 포스트 총선을 위한 2년 후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총리는 날개를 달게 됐고, 뒤쫓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역구 패배에 이어 통합당 참패로 치명상을 입게 됐다. 험지 출마로 반전을 꾀하려던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원외잠룡으로 양대산맥을 이루면서 이번 총선에서 측근들이 대거 당선으로 세 불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신속하고 단호한 결단으로 지지율을 얻은 이재명 경기지사, 그리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에 압승을 거두고 21대 국회 원내에 입성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권을 놓고 뜨거운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선의 박 시장과 2년 전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장에 오른 이 지사는 비문(비문재인)계의 대표 주자이자 당내 비주류에 불과하지만, 4·15 총선 정국을 거치면서 차기 대권에 바짝 다가섰다. 다만 이들의 포지션은 극과 극이다.
이번 총선에서 현역인 기동민(서울 성북을) 박홍근(중랑을) 의원 등 박원순계 12명이 21대 국회에 진입해 박 시장은 친문(친문재인) 부럽지 않은 '4·15 총선 최대 수혜자'를 얻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 정국에서 ‘신천지 잡는 도지사’로 대중성을 높인 후 재난기본소득 이슈에서도 홈런을 기록, 높은 대중성을 재확인했다.
이로인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월 7,8일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 참조)에서 이 지사는 2.3%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8위에 그친 박 시장보다 월등히 높은 13.7%로 올라서면서 황 전 미래통합당 대표(20.5%)를 6.8%포인트 차로 추격했다.
반면, 박 시장이 얻은 세력과는 달리 이 지사 측근들이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화영(경기 용인갑) 전 경기도 부지사와 이 지사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을 비롯한대부분의 측근들이 예선 벽을 넘지 못해 당내 세 확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불리하게 되었다.
게다가, 포스트 총선 시계는 우회로가 아예없이 ‘기승전·이낙연’으로 통한다.
이번 총선에서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1등 공신이다. 게다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를 거머쥐면서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고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만큼 타지역 후보들의 지원유세 요청이 잇따르면서 종로 선거운동과 전국 각지 지원 유세를 병행해야 했다. 또한,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이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비롯해 고민정 이탄희 당선자 등 40여 명의 후원회장을 맡은 만큼, 총선을 계기로 당내에 그만큼 '이낙연계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나아가 대권에도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총리의 대권 후보 지지율은 여야 타 후보들과는 큰 차이를 보여 같은 여론조사에서도 34.9%를 기록하고 1 위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단지, 늦어도 오는 8월 말 ‘선당권·후대권이냐, 대권 직행이냐’만을 결정하면 된다.
이른바 ‘문재인 모델’로 단독 드리블로 직진하는 안이나, 친문계나 김부겸 의원과 연계로 ’러닝메이트를 앞세워 ‘당권·대권 분리’를 택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김 의원의 낙선으로 ‘당권 접수 후 대권 직행’인 문재인 모델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오른 지 2년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8월24일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 당규에는 대권·당권 분리 규정이 있어 대선 1년 전 당 대표직을 물러나야 한다. 2021년 3월 이전 사퇴해야 해 사실상 7개월짜리 당 대표인 셈이고, 이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자칫 당내에 견제 세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부분이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7개월이라고 해도 당무(黨務)를 알아야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게 아니냐"면서 "국회가 개원되고 강력한 '그립'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반면, 다른 의원은 아직 당권 도전 자체를 논의하기 시기상조라면서 "아직 당권 도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좀 더 상황을 봐야 한다"며 "대권 때문에 금방 (당권을) 내려놔야 하는 것도 있으니 좀 더 신중할 것이다.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내 리더십 요구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지 대선에 유·불리를 가지고 고민하진 않을 것"이라며 "주변인들과 동료 의원들과 상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선자도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당내 공천 과정에서 실속은커녕 자기 사람 하나 챙기지 못해 약한 당내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남재 전 전남지사 정무특보와 우기종 전 전남부지사, 지용호 전 국무총리실 정무실장 등 이낙연계(NY계)가 대부분 낙천됐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창당 과정에서도 친노(친노무현) 좌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위성정당 창당을 주도해 철저히 배제됐다.
다만 이 당선자가 이번 총선 사령탑 역할을 통해 당내 세력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번 총선에서 이 위원장은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다녔고, 현역 의원을 비롯해 고민정 이탄희 당선자 등 40여 명의 후원회장을 맡은 만큼, 총선을 계기로 당내에 그만큼 '이낙연계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 나아가 대권에도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줄 수 있어, 향후 당내 역학 관계에 따라 새로운 NY계가 결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외곽에선 정대철·권노갑 전 의원 등 김대중 전 대통령(DJ)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민주당 복당 의사를 밝히는 등 ‘이낙연 대세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NY계 강경파들은 이와같은 현실을 고려해 총선 대승 파죽지세를 발판 삼아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당내 지지 기반을 구축해 ‘문재인 모델’식의 단독 드리블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당선자가 친문계와 손을 잡을 경우 세력과 대중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익 면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로 평가되고 있다.
여권 대선 주자 1위를 달리는 이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1등 공신이자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를 거머쥐면서,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어 존재감을 각인시키면서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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