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참패한’ 보수, '선거 4연패’로 차기 대선도 물건너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지방선거 ▲2020년 총선 그리고 ▲ 2022년 대선도(?)
그동안 보수를 자칭해왔지만 정작 노선에서는 보수와는 거리가 먼 우파, 혹은 극우에 가까웠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서 참패하면서 ‘선거 4연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어 2022년 대선도 어렵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4 연패(▲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지방선거 ▲2020년 총선)의 원인은 항상 선거 당시마다 같은, 공천파동, 계파갈등, 그리고 무정책이었다.
지난 문재인 정부 3 년 내내 ‘문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정책 제안 한 번 제대로 하질 못하고 네거티브 공세에만 집중해 무려 23번의 국회 공백 상태를 만들면서,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고, 툭하면 단식, 삭발, 거리투쟁을 밥먹듯이 하면서 정치가 아닌 대학생 집회나 노동자들의 투쟁 수준에 머물러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이다.
자유한국당 당시 의원들의 5·18 민주화운동 모독 발언과 세월호 폄하발언 등을 비롯해 선거 직전까지 세대 비하 발언과 ‘세월호 텐트’ 등 막말 발언, 그리고 공천과정에서 매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막천 공천,자해 공천'으로 수권정당이 될 수 없음을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특히,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 과정과 발표는 한 마디로 초딩 반장 선거 수준만도 못하는 대한민국 최악의 코메디 수준으로 한국 보수 정치의 치욕적인 현주소를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이번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전체 의석 300석중에서 103석(지역구 84석·비례대표 19석)을 얻어낸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경기·충청·제주 등 대부분의 지역서 우세를 보이면서 180석(지역구 163석·비례대표 17석)을 차지했다.
그나마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보수 세력이 결집해 영남권에서 선전했지만 집토끼 잡기에 급급해 중도층을 놓치면서 수도권에서 거의 전멸하다시피했고 충청권마저 우위를 빼앗겨 지역정당으로 몰락하면서 통합당은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주요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는 범보수 진영이 석권했고, PK(부산·울산·경남) 역시 표심이 다소 갈렸지만 거의 분홍 물결로 덮혔다.
황교안 당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최고위원들중에서도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낙선하면서 지도부마저 붕괴되어 참혹한 상태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로인해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21대 총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고,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승기를 잡아오면서 ‘선거의 달인’으로 불렸던 김종인 선대위원장 역시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에게 지지를 요청해 송구하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대선까지 남은 2년동안 통합당은 설욕전을 치르기 위해 당 정비에 사력을 다해야겠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를 준비해갈 지도층이 붕괴되어 다음 대선에서 승리 가망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당헌 당규상, 당 대표 궐위 시에는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원래는 심 원내대표 주도로 비상대책위를 꾸린 후 빠른 시일 내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 선출 등 지도부 구색을 맞추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총선 패배로 권력 진공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당선자들 간 논의가 전제돼야 하겠지만, 현재 낙선자인 심 원내대표가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당내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당내 중진들과 황 전대표 등이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의 비대위 대행을 요청하고 있지만, 당선자들중에서 조경태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일부 중진들이 외부 인사 영입을 반대하고 있어 난항에 빠져 있다.
당내 PK 지역에서 당선된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아 당의 중심축을 잡아야 한다"며 "대략 6개월 정도 당을 끌고 가면서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K 지역 재선 의원도 "지금 전당대회를 열면 괜히 계파 갈등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당을 추스르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외부 인사에 당 지도부를 맡기기 보다는 전당대회를 통한 정통성 있는 지도부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기 대선이 불과 1년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강(自强)을 통해 재기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충청권에서 당선된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신인 원내대표를 선출한 후에 조기 전대를 열어야 한다"며 "외부인에게 당을 맡겨선 더 이상 답이 없다. 빨리 전대를 열어 당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PK 지역 중진의원도 "비대위에 당의 운명을 맡겨서 성공한 사례가 있냐"며 "어차피 임기응변으로 비대위 시기를 지나면 또 다시 갈등이 불거진다. 그럴바에 차라리 지금 우리당의 수장을 뽑고 대선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선거가 끝난 다음 날부터 내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한 사람이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나는 뭘 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
그런데 (통합당 내에서) 무슨 내 이름을 자꾸 거론하고 그런 상황 자체가 불쾌하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통합당의 생리는 2012년에도 경험해봤다. 아마 꽤 오래 논쟁하다 결론도 안 나고 적당히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통합당은 다음도 기약하기 힘들어진다.”고 완곡하게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했다.
이번 총선에서 역대 어느 총선에서도 경험이 없었던 한 정당의 지도부 전면 붕괴를 경험하고 있는 통합당이 이번 참패를 잘 수습하고 2년 후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보수 정당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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