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0년,
왜곡과 폄훼 못하게 진실 규명 확실히 매듭지어야
광주 시민의 5·18민주화운동은 6월 항쟁을 통해 독재군사정권을 종식시키는 데 디딤돌이 되었고, 미완된 부분이 촛불혁명으로 표출이 되는 등 오늘날의 한국 민주화를 가져온 기나긴 여정에서 기념비적인 역사다.
일부 극우세력들은 아직도 5·18민주화운동을 왜곡 및 폄훼하는 등 가짜 뉴스 유포에 혈안이고, 보수를 자칭하는 우파 정당의 일각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짓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제 광주정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지난 40년간 우리 사회의 근간으로 분명히 자리잡아 왔다.
세계적으로도 상징성을 인정받아, 홍콩과 타이, 대만 등이 민주화운동의 모범으로 기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국내에선 김영삼 정부 시절 당시 집권당이었던 보수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해 국회 의결로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 인정되었음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씨는 5ㆍ18 기념식에 취임 첫 해에만 참석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못 하게 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이런 기류를 틈타 ‘북한군 개입설’ 같은 가짜뉴스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번져갔고, 제1 야당이었던 보수당 의원들은 '5·18은 폭동(이종명),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김순례)' 같은 망언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학살 주범인 전두환씨는 “무기를 탈취하고 군인들을 살해한 행위를 민주화 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시대착오적 역사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더 아픈 것은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당시 발포 명령자와 법적 최종 책임, 왜곡 공작 실상 등 규명은 여전히 진전이 크게 없고 왜곡과 폄훼가 독버섯처럼 갈수록 깊어지고 확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주MBC의 ‘5·18의 여러 과제 중 최우선 해결 과제’ 질문에 대해 “여전히 발포의 ‘명령자’가 누구였는지, 발포에 대한 법적인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암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런 집단 학살자들을 찾아내는 일, 헬기 사격까지 하게 된 경위,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한 공작의 실상까지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진상 규명은 책임자를 가려내서 꼭 법적인 처벌을 하자는 차원보다는 그 진실의 토대 위에서 진정으로 화해하고 통합의 길로 나가고 폄훼나 왜곡을 더 이상 없게 만드는 절대적인 방법이기에 꼭 필요하다.
이어 문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를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이제라도 용기 내 진실을 고백한다면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진상 규명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5ㆍ18 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식이 코로나19 위기 탓에 행사는 예년보다 축소됐지만, 진보ㆍ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처럼 만에 협력과 공존의 모습을 보이면서 5월 18일 광주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열렸다.
그나마 다행히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해 기념식에 참석하고 과거 당 일부 인사들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 유족에게도 사과함으로써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해 39주년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가 이종명,김순례,김진태 의원 망언 3인방에 대한 조치 없이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물병 세례 봉변을 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5ㆍ18 민주화 운동을 둘러싼 갈등과 상처를 모두 치유하고 5ㆍ18 정신으로 하나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성격, 권위에 대한 평가는 이미 법적으로 정리된 것 아니겠냐. 간혹 딴소리를 해서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는 거듭 죄송하고 잘못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는 사과의 말을 전하는가 하면 기념식에서는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5·18 유족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5·18 민주화운동 관련한 입법 활동에 노력해달라는 요청에도 화답함으로써 유족들로부터 지난 해같은 고성과 물세례 대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참배해 주고, 영령들을 위해 사죄한 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고 감사 인사를 받았다.
미래통합당과 우파 정당들은 4.15 총선에서 참패해 보수정당의 추락을 부추겼던 계파 논란이 자취를 감추면서 주 원내대표를 비롯해 통합당 지도부와 초선 의원들이 당을 혁신하기에 주변 여건이 많이 호전되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4.15 총선에서 참패로 그동안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왔던 친박근혜계가 사실상 소멸된 상태이고, 친이(친이명박)계도 소수만 원내에 진입해 계파 힘이 축소되었으며, 김무성계, 유승민계 등 중진 의원들도 정작 본인들이 불출마해 당내에 미칠 힘이 제한돼 있다.
이런 호기를 맞아 통합당은 쇄신작업으로 대여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수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는 참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주 원내 대표 등 통합당의 사과도 지나친 당의 우경화가 총선 참패의 원인이었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진상 규명을 통해 5ㆍ18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막고, 더는 사회적 갈등과 반목의 소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
동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5·18 가짜뉴스 유포의 장본인인 지만원씨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려 시도하는 등 조사위 구성을 1년 넘게 지연시켰는데, 이런 구태와 절연하기 바란다.
이제 활동이 시작된 5ㆍ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5ㆍ18의 역사적 의미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과 객관적 사실주의에 입각, 진상 규명 작업을 확실히 마무리해서 그 진실의 토대 위에서 진정으로 화해하고 통합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