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대한 조용한 명상
궁극적으로 그녀는 ‘존재에 대한 생성과 소멸’, 그리고 ‘삶의 영원성’을 추구한다. 무한의 거울 방을 통해 이제 그녀는 자기 소멸을 승화하고 나아가 우리를 사색의 길로 이끈다.
1965년 처음 소개된 이래로, 세계 투어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무한의 거울 방’에서는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방향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아래에는 물이 있고, 벽에 의해 구역이 나눠져 있다. 좁은 통로가 인도하는 대로 걷고 있으면, 마치 모든 것이 둥둥 떠 있는 우주 속을 부유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Yayoi Kusama, Infinity Mirrored Room – The Souls of Millions of Light Years Away, 2013
찢어지기 쉬운 화선지로 만들어진 등들은 천천히 그 색깔이 바뀐다. 우리는 점점 거대한 심원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초기의 그녀의 ‘무한의 방’ 작품에서 느껴졌던 불안한 침략적 느낌과는 달리, 아주 천천히 바뀌는 불빛은 우리에게 마치 평화로운 우주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Yayoi Kusama, INFINITY MIRRORED ROOM – DANCING LIGHTS THAT FLEW UP TO THE UNIVERSE, 2019
<무한 거울방> 뿐만 아니라, <영혼의 광채>, <환생>, <내 사랑의 모든 것>, <인생 찬미>,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여기 죽음이 있다>와 같이, 그녀는 ‘생명의 원천’, ‘삶의 기쁨’, ‘사랑’, 그리고 ‘죽음’ 등 근본적이고 인간적인 주제들을 원시적 문양과 화려한 색채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는 정신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작품의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속에서 조용히 존재에 대한 명상을 하게 된다.
Yayoi Kusama, Life Is the Heart of a Rainbow, 2017
Yayoi Kusama, I am Dying Now There the Death Is, 2014
Yayoi Kusama, Infinity Mirrored Room - Hymn of Life, 2015
Yayoi Kusama, Chandelier of Grief, 2016
8. 그녀가 예술이다
야요이 쿠사마하면 제일 먼저 거울방과 물방물무늬가 떠오른다. 사실 동일한 패턴을 무한 반복하는 것이 그녀의 작품속에만 나타나는 양식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이우환 작가도 점과 선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그녀의 트이레드 마크이자 그녀의 스타일이 되어 마침내 그녀의 미학이 되었다.
Yayoi Kusama, untitled, ca. 1939
그녀의 물방울무늬에 관한 기원은 무수한 물방울 점으로 얼굴을 뒤덮은 여성의 상반신을 그린 1939년 경의 <무제>라는 펜화 드로잉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진다.
Yayoi Kusama, Accumulation of corpses, 1950
그리고 <시체의 집적 Accumulation of corpses(Prisoner surrounded by curtain of depersonalization)>(1950)처럼 그녀의 초기 구상회화에서도, 시체를 반복 패턴으로 변형시켜 표현한 ‘무한 망사’와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또 다른 하나는 성적 정체성이다. 1960년대 초반부터 나타난 무수한 돌기형 자루의 오브제는 남근상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Yayoi Kusama with one of her “Accumulation” pieces, 1966
야요이 쿠사마는 섹스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오래 동안 품고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 체류 기간 중 가장 가까이 의존하며 교류했던 70대의 조셉 코넬(Joseph Cornell)과도 성관계가 없는 플라토닉 러브였다고 그녀는 늘 말해왔다.
또한 남성 성기로 뒤덮인 아상블라주 작업에 관해서도 섹스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라고 그녀는 거듭 강조했었다.
Yayoi Kusama, Life (Repetitive Vision) (Detail), 1998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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