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와 윤석열의 마지막 승자는 '징계위'가 결정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면서 한 '직무 배제' 조치에 대해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인용됐다.
이로써 추 장관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이 잇따라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어 그동안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윤 총장의 거취 결단을 압박했던 추 장관과 여권이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1일 감찰위원 총 11명 중 7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시회의를 열고 "대상자에 대한 징계청구사유 미고지 및 소명기회 미부여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고 만장일치로 결론이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같은 날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처분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윤 총장의 직무집행정지가 사실상 해임과 동일하다'며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그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위 규정(검사징계법8조2항)이 피신청인(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돼야" 하지만 "신청인의 직무집행정지가 지속될 경우 사실상 신청인을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바, 그런 결과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결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또한 "적어도 신청인에 대한 직무배제는 징계절차에서 이 사건 징계사유에 관해 신청인에게 방어권이 부여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충분히 심리된 뒤에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고도 했다. 결정문에서는 "부당한 정치권력", "전횡" 등의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법원의 이와같은 판결이 있자마자 추 장관을 대신해 검사징계위의 위원장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사표를 제출해 후임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윤 총장은 한숨을 돌린 반면 추 장관과 법무부는 체면을 구기게 됐고,윤 총장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했고, "대한민국의 공직자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일성을 밝혔다.
이와같은 감찰위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징계위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취지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살아있는 양심이 윤 총장을 지켰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총장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은 윤 총장 징계사유가 적정한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징계위원회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도 "이번 법원 판단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형식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것 자체가 징계 사유라든가, 아니면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원 결정에 대해 "법과 양심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하고 적극 환영한다"며 "정권이 무도하고 포악하게 위법을 행하면서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했지만 살아있는 양심들이 이를 지켜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추 장관은 11월 24일 윤 총장이 언론사주와의 회동, 재판부 사찰 등의 비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그에 대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를 한다고 발표했고, 윤 총장은 이에 반발해 같은달 25일 가처분 격인 집행정지 신청을, 그 이튿날 정식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과 법무부 자문기구인 감찰위에서 연이어 비슷한 취지의 결정이 나오면서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여온 추 장관으로서는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여론도 부정적인 가운데 정부·법조계 내에서도 고립되는 양상이다.
설사 추 장관이 주도해 윤 총장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를 의결한다고 해도 윤 총장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고 재차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CBS 방송은 이날 윤 총장 측 인사가 "윤 총장은 위법한 처사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법무부가 중징계를 의결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더라도, 아무런 얘기 없이 서명만 한다면 그걸 대통령의 의사 표시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앞서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징계위 심의 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내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심중을 내보였고, 법무부는 예정된 2일대신 4일로 연기해주었다.
이에따라 일단 청와대 등 여권은 오는 4일까지 윤 총장에 대한 자진사퇴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월30일 문재인 대통령과 주례회동에서 "징계 절차와 상관없이 윤 총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자초한 만큼 자진 사퇴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같은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윤 총장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결국 추 장관이 징계위를 열어 윤 총장에 대한 해임 등을 제청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어 최종 승자는 추 장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징계위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 법무부 차관, 검사 2명,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된다. 모두 추 장관이 직접 임명·위촉한다. 이에 따라 윤 총장 측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이번 윤 총장의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 과정에 개입한 인사는 징계위원으로 구성되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에 징계위원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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