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기능항진증 여성, 우울증 위험 세 배 높아
갑상선기능저하증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 여성의절반 수준
갑상선기능항진증을 가진 성인 여성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여성보다 세 배 높지만, 갑상선기능저하증 여성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일반 여성의 절반 수준이었다.
우리 목 안에는 나비 모양의 갑상선이라는 기관이 있다. 갑상선에서는 갑상선호르몬을 배출하여 우리 몸의 여러 기능을 조절한다. 갑상선호르몬이 정상보다 많이 분비되어 몸의 에너지가 빨리 소모되고 많은 기능이 항진되는 질병을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고 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 질환에 의한 것이다. 자가면역 질환이란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하는 면역력이 자신의 몸을 외부 바이러스로 착각하고 공격하는 질환이다.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신체의 여러 장기가 항진되어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뛰는 효과가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심박동 수가 빨라지고, 혈압 이상, 숨찬 증상과, 신경질적이고 안절부절못하며 감정의 변화가 심해지는 정서 변화가 나타난다.
불면증도 생길 수 있다. 식욕이 증가해도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고, 설사나 변비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땀이 많아지고 머리가 많이 빠질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월경의 양이 줄거나 없어질 수 있고, 남성의 경우 아주 드물지만 여성형 유방이 생길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목 부위(갑상선 부위)가 커지는 증상이 생긴다.
서울시립대학 박상신 교수팀이 성인 여성 2,991명을 대상으로 갑상선 기능과 우울증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인용한 KOFRUM에 따르면 전체 성인 여성의 77.2%는 갑상선 기능 정상 상태였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전체의 20%, 갑상선기능항진증은 2.5%였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은 29.5%로,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여성(9.4%)보다 거의 3배 높았다. 반면 갑상선기능저하증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은 4.5%로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여성의 절반 수준이었다.
박 교수팀은 혈중 갑상선자극호르몬(TSH) 농도에 따른 우울증 유병률의 차이도 밝혀냈다. TSH가 가장 높은 그룹(갑상선기능저하증) 여성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TSH가 정상인 여성보다 57% 낮았다. TSH가 가장 낮은 그룹(갑상선기능항진증)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은 TSH 정상 여성의 2.8배였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 여성의 우울증 위험이 낮은 것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신진대사 속도를 늦춰 신체적ㆍ인지적 기능 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갑상선 기능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갑상선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으면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CRH)과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가 과도해져 뇌의 구조적ㆍ기능적 변화를 촉발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는 이론이 제기됐다.
한편 갑상선 질환(갑상선기능저하증ㆍ갑상선기능항진증)과 우울증은 모두 여성에게 잦은 질병이다.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남성 3.0%, 여성 6.9%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2018년 기준으로, 여성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남성보다 5.3배,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2.5배 더 많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유로저널 김용대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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