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19)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의 시작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배경으로, 마리아 선생과 폰 트랩 대령의 7남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견습 수녀인 주인공 마리아는 원장 수녀의 권유로 해군 명문 집안 폰트랩 가정의 가정교사가 된다.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말괄량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 노래를 가르치며 점차 교감한다.
이때, 아이들에게 음악 기초를 가르치기 위해 마리아 선생은 '도레미송'을 만들어 가르친다.
도는 하얀 도화지
레는 새콤한 레몬
미는 미끌 미끄럼
파는 예쁜 파랑새
솔은 솔솔 솔바람
라는 라일락 향기
시는 졸졸 시냇물
다시 처음부터 도
예쁘고 익히기 쉬운 멜로디 덕분에 영화 뿐 아니라 이 노래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현재에도 어린이들이게 7음계에 대해 가르칠 때 활용하기도 한다. .
도-레-미-파-솔-라-시-도
이 음계의 시작은 언제 였을까?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베네딕토회 수사이자 음악가였던 귀도는 아레초 지역 주교좌성당의 음악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다. 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 저녁기도 노래 선율을 가르치던 중, 새로운 소절마다 첫 음 잡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귀도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좀 더 쉽게 첫 음을 기억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Ut queant laxis, Resonare fibris
Mira gestorum, Famuli tuorum
Solve Polluti, Labii reatum
Sancte Johannes
세례자 요한이여 들어주소서
위대한 당신업적 기묘하오니
목소리 가다듬어 찬양하도록
때묻은 우리입술 씻어주소서
아레초의 귀도는 각 소절 가사의 시작인 'Ut - Re - Mi- Fa - Sol - La'가 한 음씩 상승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 가사와 음정에 맞춰 계명을 정합니다.
계명의 이름들은 이 저녁기도 각 소절 첫머리의 라틴어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Ut는 좀 더 발음하기 쉬운 Do로 바뀌고, 6음계의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에 일곱 번째 음 Si(j)가 더해지는 등 조금의 변화를 거친다.
Do : Dominus 하느님
Re : Resonare 음성, 울림
Mi : Mira 기적
Fa : Famuli 종, 가족
Sol : Solve 구원, 사랑
La : Labii 입술
Si : Sanctus 거룩
이 외에도 그는 기존에 쓰이던 네우마 기보법을 대체하게 된 현대 기보법을 발명했고, 음악 이론의 초석을 다졌다.
음악을 배운다면 누구나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도-레-미-파-솔-라-시-도'.
그 계이름의 시작은 좀 더 쉽게 음계와 노래를 설명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전기와 인터넷의 발명이 전세계 사람들의 생활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듯, 그가 고안해낸 악보 기보법과 계이름은 천년이 넘도록 세상에 남아 새로운 음악과 감동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혁신적인 변화의 시작도 때로는 생각보다 작은 걸음에서 출발한다. 세상이 삭막해지고 살기가 팍팍해 질수록, 가끔은 여유를 갖고 다른 사람에게 작은 도움을 건네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그 작은 마음에서 내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가치 있어지는 변화가 시작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시간 너머엔
언제나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은
언제나
처음으로 돌아오고
그 처음 앞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젓다
긴 방황의 끝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작
그 끝에는
찬란한
푸른
불빛이 있었다
김근이 <새로운 시작>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발걸음에 용기를 보태며..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mchristinay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