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예술 칼럼 (271)
요즘 가장 핫한 예술가는? 양혜규 (3)
세인트 아이비스편
3. 'Strange Attractors'
그는 현재 테이트 세인트 아이비스에서 'Strange Attractors'를 전시하고 있다. 이것은 페인팅, 콜라주, 드로잉, 조각, 그리고 설치물까지 이전에 있었던 작품과 새로운 것을 혼합한 전시이다.
우리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낯선 풍경에 당혹스러워질 수 있다. 시각과 온 감각들이 두서없는 재조합적인 설치물에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말문이 막힌다. 또한, 눈은 도대체 어디에 둬야할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본능적인 반응들은 즉각적으로 그녀의 창조물에 이끌려 간다. 이것들은 바바라 햅워쓰, 나움 가보, 그리고 중국 아티스트 리 유안 치아의 영혼을 떠오르게 하는 쇼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뭔가 풍만하면서도 좀 관능적인 한 조각물이 눈에 들어온다.
반 자연적인, 아주 정교한 손작업을 통해 완성된 그녀의 작품들은 검은 합성 짚,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재료 중 하나인 작은 구릿빛의 방울로 뒤덮혀 있다.
손잡이로 그 요상한 조각물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시장을 돌면서 우리는 원시적인 의식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뭔가 기능적으로 장애가 있는 것 같기도 한 참 이상한 이 조각물에 의문이 생긴다. 또한 이상하게도 이 '중개자 (Inter mediate)'는 우리들에게 미소를 던지게 한다.
자연 현상과 관련있는 계절적 의식과 깊게 연결된 토속 신앙을 반영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속에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숨겨 놓았는 것일까?
이번 전시장을 완전히 우주같이 연출하고 싶다고 했던 그의 바램대로, 천장에 축 쳐져있는 벨들이 달려있는 둥근모양의 'Sonic Half Moons(2012-15)'이 매달려 반은 천체같고 반은 물속같은 오묘한 분위기도 만들어진다.
또 한 가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벽지다.
세인트 아이비스 갤러리 주변의 바다 풍경을 암시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더 우주에 가깝다. 고요한데 혼란스럽다.
이 벽지는 자연을 통제할려는 인간들, 하지만, 결국 자연에 통제되는 인간들이 인용되어 있다. 결국 우리는 그 속에서 움직이는 시간과 멈춰진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새 건물의 위에서 빛이 비춰지는 첫번 째 갤러리를 지나 원래 건물에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두번 째 전시장인 갤러리에 들어서면, 작가가 큰 창문에 설치한 층으로 레이어된 물결무늬 커튼 사이로 바다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하늘색의 빛이 이 전 갤러리의 분위기와는 완전 다른 확장된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것은 그의 'Dress Vehicles(2011)' 조각물의 사촌 격인 작품이다.
이것은 그의 작품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외관적으로는 산업적으로 보이는 물질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괴상하고 불안정한 생명의 힘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마르셀 뒤샹의 레디 메이드도 연상시킨다.
'Strange Attractors”라는 제목은 혼란스러운 자연 체계속에서의 복잡한 행동 패튼과 관련이 있는 수학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이 제목처럼 자신의 전시의 테마와 조각물들의 집합∙혼합을 자유로이 펼쳐 보였다.
최근 그는 AI 기술, 딥러닝, 제너레이티브 사운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휴머노이드나 소셜 로봇에 탑재하는 목소리는 어떤 텍스처와 캐릭터로 만들어야 하는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또한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TTS 기술도 같은 맥락에서 흥미를 느끼고 있고,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그의 정교한 작품들에 또 다른 테크날리지와 그 무엇이 조만간 접목될 것 같다.
진리라는 권력 밖의 소외된 지식을 찾아내 그것을 권력에 대항해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지식인들, 바로 예술가들. 그 중의 한명, 양혜규.
노마드가 되어 아주 열심히 '디아스포라'적 삶을 살고 있는 그의 다음 행보에서 우리는 또 어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 또한 그것을 통해 우리 스스로는 어떤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
(다음에 계속…)
최지혜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아트컨설턴트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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