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이야기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어느새 시간은 흘러, 입춘이 지났고 설 명절도 지나갔다.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고, 내 마음처럼 발걸음이 내딛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새로운 계절과 새해를 맞이하며 마음 가득 희망과 소망을 채워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마
슬픈 날들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들 오리니
세상이 그대를 버릴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마
힘든 날들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꼭 올 거야
마음은 미래를 꿈꾸니, 슬픈 오늘은 곧 지나버리네
걱정 근심 모두 사라지고, 내일은 기쁨의 날 맞으라
삶이 그대를 차마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마
절망의 날 그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꼭 올 거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마
힘든 날들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꼭 올 거야
‘아트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불리기도 하는 작곡가 김효근의 한국가곡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서정적인 선율에 러시아 문인 알렉산더 푸쉬킨의 시를 담은 아름다운 곡이다. 절망의 날들을 참고 견딘 끝에 맞이할 기쁨의 날이 음표위에 가슴 벅차게 그려진다.
이곡을 작곡한 김효근의 이력이 특이한데, 그는 전문 작곡가가 아니라 경영학자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적이 없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말을 세상에 내어 놓았다. 가곡 <눈>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보았을 <내 영혼 바람 되어>도 그의 곡이다. 세상에 위로를 건네고자하는 작곡가의 마음과 푸쉬킨의 시가 만나 새로운 희망을 건낸다.
프란츠 리스트 <사랑의 꿈>
Franz Liszt <Liebesträume> S.541
리스트는 헝가리 출생의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다.
피아노 독주곡으로 널리 알려진 <사랑의 꿈>은 원래 리스트가 1850년 작곡한 가곡을 피아노 소품 형식의 야상곡(녹턴)으로 재발표한 곡이다. 1번 고귀한 사랑 (Hohe Liebe), 2번 가장 행복한 죽음(Seliger Tod), 3번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Oh Lieb, so lang du lieben kannst) 중 세 번째 곡이 ‘사랑의 꿈’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한!
오 사랑하라, 사랑하고픈 만큼!
시간이 오리라
그대가 무덤가에서 슬퍼할 시간이.
애써라, 그대의 마음이 타오르도록
사랑을 품도록 그리고 사랑을 간직하도록
그대의 마음을 향해 또 다른 마음이
사랑으로 따듯하게 두근거리는 한
그대에게 자기 마음을 열어 놓는 자
사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그를 모든 순간 기쁘게 하며
그를 한순간도 슬프게 하지 마라.
피아노 위를 흐르는 달콤한 아르페지오 선율이 사랑을 가득 담고 흐른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그 마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이 귀하다. 그 사랑이 아픈 끝맺음으로 이어지더라도 말이다. 억겹의 순간이 겹쳐 서로의 마음이 닿은 그 순간을 음악으로 담을 수 있다면 바로 리스트의 사랑의 꿈과 같지 않을까?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펠릭스 멘델스존 <노래의 날개 위에>
Felix Mendelsshon-Bartholdy <Auf Flügeln des Gesanges> Op.34, No.2
펠릭스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는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멘델스존이 작곡한 “피아노포르테 반주와 함께하는 6개의 가곡” 중 두 번째 곡으로, <사랑의 노래>, <노래의 날개 위에>, <봄의 노래>, <줄라이카>, <일요일의 노래>, <나그네의 노래> 순서로 실려 있다. 1840년 프란츠 리스트가 피아노 곡으로 편곡 하기도 했으며, 같은 이름의 KBS 클래식 FM 라디오 프로그램 시그널 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섬세하고 서정적인 멘델스존의 음악과 삶을 시로 담은 하이네의 시는 노래의 날개를 타고 우리가 도달하고픈 이상향을 그린다.
노래의 날개 위에, 사랑하는 그대를 실어
저 멀리 갠지스 평원,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그 곳으로 가리.
붉은 꽃 피어나는 정원에
고요히 달빛 비치고
연꽃은 자매를 기다리네.
제비꽃은 소곤대며 별을 바라보고,
미소 짓는 장미는 향기로운 이야기를 속삭인다.
폴짝대는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온순하고 지혜로운 산양과
저 멀리 출렁이는 성스러운 강물 소리
그곳 종려나무 아래 앉아
사랑과 안식을 마시고,
축복의 꿈을 꾸리라
낙원을 그린 프랑스 화가 고갱은 자신의 작품에 철학적 질문을 던져놓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 우리는 무엇인가 /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D' où Venons Nous / Que Sommes Nous / Où Allons Nous)
죽음을 결심하고 그려낸 이 그림에는 삶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으며, 갓 태어난 어린아이와, 사과를 따는 청년, 고뇌하는 노인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렸다. 그 안에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 사색의 길에서 음악을 만나 노래의 날개를 타고 낙원으로 닿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노래의 날개에 실려 도달하는 그곳에
‘위로’와 ‘희망’이 가득하기를...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mchristinay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