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권 시절 국정원의 정치인 불법사찰 사실로 밝혀져
18대 국회 시절 국가정보원이 당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불법 사찰에 관한 문건이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지금까지의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의 사찰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어서, 진상 규명 및 문건의 전면적 공개를 요구하는 여권의 공세가 본격화하는 등 파장이 더 확대되어 4.7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MB 사찰 의혹'을 두고 야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의혹의 화살이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던 국민의힘 부산시장 박형준 후보에게까지 뻗치면서 야당의 부산시장 선거판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이명박 정부 이전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정보 공개를 주장하며 공세의 고삐를 한층 높였다.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야당의‘정치 공세’ 비판을 원천 차단하며 본격적인 역공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MB 정부 불법사찰 의혹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나오는 사찰 정보들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공개되는 것인데, 야당은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공세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참으로 허무맹랑하다. 것은 마치 달도 해도 선거에 맞춰서 뜨고 진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국정원의 불법 사찰이 있었다면, 국정원이 똑같이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을 거론하는 야권의 의혹 제기에 대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정부 기관의 불법 사찰은 선거도 여야의 문제도 아닌, 민주와 독재의 경계에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라며 “민주당은 불법 사찰의 진상 규명을 위해당당하게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이 이명박(MB)정부 당시인 2009년 말 청와대 지시로 여야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에 대해 검찰, 국세청, 경찰 자료를 포함한 신원 자료를 수집·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정부에서도 이같은 사찰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국정원은 민간인 사찰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필요할 경우 수시로 업데이트했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신상 자료 요청이 있을 경우 보고서 형태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사찰 지시가 MB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16일 청와대에서 내려온 것으로 확인했다. 국정원은 민간인 사찰이 박근혜정부 때도 지속됐다는 개연성은 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당시 야권 지자체장 대상,문제점 구체적 나열
우선,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2월 18일 발표한 문건에는 국정원이 지난 2011년 9월 15일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으로 각 지자체장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본문에선 야권 기초·광역단체장 32명을 겨냥해 "일부 야권 지자체장들은 국익과 지역발전보다는 당리당략·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어 적극 제어 필요"라고 적었다.
또 '국정운영 저해' 근거를 ▲좌편향 행정 등 이념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국가 정체성 훼손 ▲국책사업·대북정책 반대로 대정부 비난여론 및 국론분열 조장 ▲세금급식 등 포퓰리즘 시책 및 무분별한 대북사업 추진으로 주민 현혹 등으로 항목별로 나열했다.
사례로는 좌파단체 보조금 지원, 종북·좌파인물 중용, 반미감정 조장, 정부시책 어깃장 등을 열거했다.
문건은 특히 "4대강 사업 저지를 정부정책 흔들기의 핵심방편으로 삼았다"면서 이를 국론분열 조장 사례로 주장하기도 했다. DJ 정부 시절 6·15 공동선언에 대한 지자체장들의 이행 촉구를 "지역민들의 정부 대북정책 불신 유발"이라고 규정했다.
문건은 또 "당정은 가용수단을 총동원, 야권 지자체장들의 국익·정책 엇박자 행보를 적극 견제·차단함으로써 국정결실기 안정적인 국정운영 뒷받침"을 강조했다.
나아가 지자체장들을 압박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으로 ▲행정 재정적 제재 다각 추진 ▲국정저해 지자체 소관사업 타당성 여부 점검 및 예산 삭감 ▲기관운영, 지방재정 운영실태 감사 ▲지역내 비판여론 조성 통한 독단행보 저지 등을 제시했다.
행정안전부에는 비협조 지자체에 "교부세 감액·반환 및 지방채 발행중단 불이익"을 주면서 동시에 국정 협조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총액인건비 및 훈·포장 선정 인센티브"를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협조 지자체 지원 의도는 "여타 지자체의 태도변화를 적극 유인"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에는 "종북 단체의 사회단체 보조금 부당사용 여부 면밀 점검"을 지시했다. 또한 지역내 비판여론 조성 방안으로는 "건전언론 및 보수단체와 협조, 규탄성명 발표·항의집회 개최"를 제시했다.
사찰 대상은 당시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과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 등 야권 광역단체장 8명과 기초단체장 24명이었다. 배 의원은 당시 민노당 소속 인천 남동구청장이었다.
당시 구청장인 배 의원에 대해선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출신 인사를 정책자문위원으로 기용한 것을 두고 "종북좌파인물의 제도권내 활동기반 마련"이라고 평가했다. 이 인사의 실명은 가렸지만 '전공노 인천 남동구지부장 출신' 등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이력과 당시 활동 근황 등을 첨부했다.
또 지역 학부모 대상 '부모스쿨' 강좌의 강사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민주노총 출신을 초청한 사안에 대해 "지역사회 이념 오염 조장"이라고 규정했다. 일개 구(區)의 150명짜리 주민행사까지 챙겨 문제시한 것이다.
배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문건을 받아보고 1차적으로 공포감과 소름이 끼쳤다"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행정에 대해서 국정원이 임의로 해석하고, 또 이를 제약하기 위한 게 필요하다는 구체적 내용까지 적시돼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아직 공개 안 된 문서들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같은 MB정권 시정 정치인들에 대한 불법 사찰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김경진 전 국회의원은 15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이 사건에 대해 “상당히 커질 수 있는 사건”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의원은 “국정원이 작성했다는 문건의 성격과 이전 정부인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봐야 한다”면서도 “이명박 정부에서 새롭게 사찰 성격의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면, 사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의혹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의심에 대해 이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른 죄로 사법처리를 받았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은 “크게 폭발력 있는 이슈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21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서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영민 전 실장은 "불법적 행위가 권력에 의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그 부분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어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고 법적으로 (규명)하면 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하태경,'박지원의 신종 정치개입'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제 기능을 찾아가던 국정원이 박지원 원장 취임 후 다시 일탈 행보를 시작했다"며 "국내 정치에 대해 신종 개입 수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정원이 불법 사찰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고 부당한 정치개입이지만 과거 사찰 정보를 국정원이 선택적이고 당파적으로 악용하는 것도 부당한 정치개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 의원은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 60년 흑역사를 청산하자면서도 진보정부일 때는 국정원의 조직적 사찰이 없었다고 강변한다"며 "진보 정부 국정원은 깨끗했고 보수 정부 국정원만 더러웠다며 박지원 국정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야당 때리기 선봉에 선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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