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박원순, 가장 청렴한 공직자로 재평가 이뤄져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불과 15일 앞두고부터 반복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해 서울민심 향방이 주목된다.
게다가 4.7 재보궐선거 선거운동이 본격 돌입과 맞물려 후폭풍이 더욱 거세다. 여야에서 모두 비판적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여권 일부에서는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이다.
박영선 자제 부탁 불구하고 재차 반복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박 전 시장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임 전 실장은 거듭 박 전 시장을 옹호하며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 전 실장은 3월 23일 박 전 시장을 두고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냐”며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표현했다가 ‘2차 가해’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박영선 후보는 24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지금 피해 여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은 자제해주는 게 좋다”며 “개인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앞으로 그런 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임 전 실장, '고 박 시장, 가장 청렴한 공직자'
하지만,임 전 실장은 같은 날 정오에 자신의 SNS에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부터 역대 서울시장을 나열하며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충돌하고 서울 시정에 대한 기대와 평가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대체로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에 속도와 효율이 강조됐다면, 박 전 시장 시절에는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뉴타운 개발과 도심 초고층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토목 행정은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의 상징”이라며 “거기에 20개가 넘는 자율형 사립고를 허가해 일반고를 무력화하고 고교 교육의 서열화를 악화시킨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전 시장에 대해선 “박 전 시장의 행정에 대해 시장 질서나 기업의 효율 등을 무시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서울시민들의 생각이 변했다는 방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물 고도를 제한하고 경관 심의를 까다롭게 하고 문화재는 무조건 지키고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재창조하려고 무모함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복지와 문화시설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서울형 공공어린이집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고 예찬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임 전 실장 발언에 옹호
한편,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책 '비극의 탄생' 한 대목을 공유하며 "박원순 시장의 비극적 운명이 슬프고, 성희롱 피해자의 처지 역시 슬프다"고 했다.
앞서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박원순의 족적이 눈부시다. 어떻게 인간이 완전무결할 수 있나"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박영선 후보와 당내 경선을 벌였던 우상호 의원도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했다.
이낙연,"신중했으면 한다"
반면,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3월 25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안타까움이 있겠지만 이 국면에서는 박 후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라며 "신중했으면 한다"고 임 전 실장을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임 전 실장의 이와같은 발언에 “박원순 전 시장 복권 프레임을 가져가고 있다”면서 “선거 프레임을 박원순 복권으로 가져가는 걸 보니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박영선 후보가 시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정의당도 임 전실장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옹호 발언에 3월 25일 “민주화 세대로 끝까지 명예롭고 싶다면 이런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정의당 대표단 회의에서 “세상이 변한 줄 모르면 한때 진보도 구태가 된다”면서 “대의를 명분으로 약자 목소리를 짓밟는 게 오늘날 ‘586 민주주의’라면 그 민주주의는 끝나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속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2차 가해가 없도록 강력 대응하라”고 했다.
정치권, '서울시장 선거에 유불리 엇갈려'
이와같은 고 박원순 시장 옹호하는 발언이 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쏟아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선거 공학상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 등이 정치적 계산 없이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동정심 또는 부채의식 때문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의 경우 2012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휘말려 정치권에서 사실상 퇴출됐었다. 2014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그의 재기를 도운 것이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때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다.
자신의 재기를 도운 박원순 전 시장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임 전 실장이 참지 못하고 옹호 발언을 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박원순 원죄를 털고 가지 않을 경우 향후 여러 선거에서도 계속 민주당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정면돌파를 하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사자가 사망해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만큼) 박원순 성추행 사건을 판단불가 영역으로 끌어내 털고 가자는 전략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 박 시장 옹호가 오히려 박영선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이번 선거는 어차피 외연 확장(중도층 확대) 전략이 먹히기 힘들다. 자기 지지층을 선거장에 나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보궐선거는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박원순 옹호 발언으로)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나가게 한다면 박영선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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