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민중항쟁 41주년기념제,
독일에서도 온라인으로 개최되다
지난 5월 22일 토요일, 독일에서도 오월 민중항쟁 41주기 기념제가 열렸다.
이 기념제는 한민족유럽연대, 코리아협의회, 한국민중문화모임, 베를린 노동교실로 구성된 재유럽 5.18 민중 항쟁 협의회가 주최하고 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 독일지역본부가후원하였다.
코로나 판데믹 이전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이 되던 독일 오월 민중항쟁 기념제는 작년에는 온.오프라인으로, 올해에는 온라인으로만 열렸지만, 독일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캐나다,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지의 해외동포들까지 포함하여 90여명이 참가하였다.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이 날 기념제는 1부 추모식, 2부 강연, 3부 문화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1부 추모식에서는 이종현 한민족유럽연대 상임자문의 추모사, 묵념, 분향 그리고 조현옥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의 격려사에 이어 정동년 광주 5.18기념재단 이사장,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고 힌츠페터 기자 미망인, 루츠 드레셔 목사, 나경택기자와 위인백교수의 연대사가 이어졌고 이후 목진학 성악가의 추모가와 전체 참가자가 ‘산자여 따르라’를 합창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2부 순서로는 명진스님이 “오월에서 한반도의 평화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다음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3부 문화 프로그램으로는 소솔이(소리), 김보성(장고)과 서하영(가야금)의 비나리와 개고리타령과 두들소리의 사물놀이가 이어졌으며 이후 성명서 낭독과 단체사진 촬영을 한 후 최영숙 한민족유럽연대 의장의 폐회사로 기념제를 마쳤다.
한민족유럽연대 이종현 상임자문은 추모사에서 “아직도 우리 앞에는 해결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위해 다시 촛불을 밝혀야 한다. 숭고한 5.18정신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함께 분투할 것을 다짐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지만 참석자들은 각자 준비한 촛불과 향을 모니터 앞에 켜고 민주 영령들을 기리는 묵념을 한 다음, 영상으로 보내온 조현옥 주 독일대사의 격려사를 경청하였다.
조 대사는 “5.18 민주영령들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날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이룩했다. 광주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렸던 독일 위르겐 힌츠페터기자를 기리는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이 금년부터 실시된다. 당시 독일에 있던 유학생들과 동포들은 5.18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독일과 세계에 알리면서 5월 정신에 동참했다. 광주 5월항쟁을 계기로 독일에서도 고국의 민주화운동에 동참하는 많은 단체들이 생겨났고 이 단체들이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독일에서 스스로 교민의 권리를 찾는 활동을 했다. 이 활동들은 한국뿐 아니라 독일내에서 교민사회를 발전시키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5.18기념재단 정동년 이사장은 동영상 연대사를 통해 “5. 18항쟁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되었을 순간을 만들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주먹밥을 나누고 헌혈의 대열에 동참했다. 서로 돕고 용기를 북돋으며 가진것을 나누는 것이 불의한 국가폭력에 대항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역사에 남겨주었다. 당시 보도가 모두 막힌 상황에서 해외동포들이 전두환과 군부의 만행을 규탄하고 광주의 진실은 세계에 알렸다. 광주의 눈물과 고통에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응답한 것은 바로 해외동포여러분이었다. 여러분의 헌신적인 활동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에 큰 힘이 되었다. 해외동포여러분의 활동이 제대로 조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화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의 연대사는 한국에서 참여한 김찬호씨가 대독하였는데,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있다.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할 사람들이 자비와 화해보다는 경쟁과구별, 차별과 폭력으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욕심을 내고 있다. 조국의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해 변함없는 연대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우줄라 리 여사가 대독한 힌츠페터기자의 미망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는 연대사에서 남편인 힌츠페터기자가 광주에 가게된 계기와 그의 활동을 소개하며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유가 허용되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하며 항상 그것을 감사해야한다. 우리는 또한 이전 동독을 기억한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결코 당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년 기념 및 추모식이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 루츠 드레셔 목사
한국어로 천천이 연대사를 한 동아시아 선교회 소속의 루츠 드레셔 (Lutz Drescher) 목사는 1987년 광주를 방문하고 알게되었다는 “임을 향한 행진곡”을 바로 그 자리에서 불렀다.
그리고 “광주의 희생자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마음속에 하나님과 함께 살아 있다. 광주의 희생자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통일된 나라인 독일인으로써 여전히 분단된 한반도사람들을 생각한다. 한반도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도록 기도하고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이것이 나의 뜨거운 맹세이다.”라고 하여 많은 참가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강연에 나선 명진스님은 “5월광주”라고 운을 떼고나서 갑자기 울컥한지 잠시 멈추었다가 “늦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다른 군인들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길 바랍니다.”며 41년만에 5.18영령과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한,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되었던 신순용 전 소령의 말을 먼저 읽고 나서 “이제야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다. 높은 계급의 가해자들이 고백이 잇달으면 발포명령자에 대한 진실도 밝혀질 것이다.”라고 했다.
사진> 명진스님
또한 스님은 “5.18 민주화운동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못하면서 영령을 위로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 수 없다. 가해자들이 무릎꿇고 영령앞에 사죄해야 그 분들도 지하에서 편히 눈을 감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통일로 가는 발판이다. 남북이 더불어 행복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 통일은 안되더라도 군사적 대치는 종전선언으로 종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합니다. 5천년을 함께 살았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헤어져 살 수 없습니다.”라고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상기하며 “이제는 우리 민족이 하나되어 가지 않으면 5.18 민주영령들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최영숙 한민족 유럽연대 의장은 “유토피아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위기에 순간에 섬광처럼 번쩍이는 것이다.”라는 한 학자의 말을 소개하며, “41년전 광주 참혹한 학살의 현장에서도 주먹밥을 서로 나누었던 대동단결이 바로 유토피아라고 생각된다. 41년전 광주항쟁을 보면서 광주항쟁의 의미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정표라고 생각했다. 41년간 매년 5월 영령들을 기리는 행사를 하면서 우리가 그 이정표를 향해서 정확히 잘 가고 있는지 점검하곤 했다. 그래서 매년 5월은 우리에게 특별히 다가온다. 이 자리에 참석해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격려사로 연대사로 동참해주고 좋은 강연을 해주신 명진스님과 공연으로 참여해준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감사드린다.”라는 폐회사로 기념제의 막을 내렸다.
이날 기념제는 장장 3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많은 시차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빠져나가는 사람없이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함께 했다.
유로저널 독일 베를린 정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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