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들어왔지만, 그 흔한 비례대표 한 번 하지 못했고, 강남은커녕 보수당의 험지인 서울 노원구에서 내리 낙선했다. 하지만 10년 간 방송 패널로 독특한 입지를 다졌고,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런 정치 역정이 기성 정치를 불신하는 민심과 상승 작용을 일으켰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이 이준석을 통해 투영됐다.
취임 후 작은 행보 하나하나가 큰 주목을 받았고, "우리의 파격이 여의도의 파격이 돼야 한다"는 이 대표의 말처럼 언론은 기존 보수정치에서 없었던 그의 파격에 주목했다. '따릉이 출근' '취임 후 첫 호남 행보' '지하철 이동' '나는 국대다' 한 달 여 신선하다는 호평 일색이었지만, 이제 본격적인 실험대에 올랐다. 당내에서 '0선 대표'의 한계와 '리스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나오면서 '이준석의 시간'은 이제 지났다는 평가이다.
국회의원'0선’이준석 당 대표,컨밴션 효과 끝나고 '불안불안'
헌정 사상 주요 정당의 첫 30대 당 대표가‘이준석 돌풍’을 일으키며 탄생하면서 보수,진보층 모두가 낡은 보수를 타파하고 한국 정치 전반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몰고 오기를 기대받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개인기 남발로 자책골만 넣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국회의원‘0선’에다 당 최고위원직 정도를 지냈으며 36세로 조직도 없고 계파도, 출신 지역도‘본류’로 보기 어려운 이준석 당 대표는 따릉이 자전거를 이용한 국회 출근, ‘나는 국대다’ 토론배틀로 당 대변인단을 선출하는 등 파격적 시도 등으로 연일 정치 이슈를 만들어 가면서 당의 쇄신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같은 이 대표의 출현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 민주당을 몇 주동안 앞섰고, 지난 4월 재보산 선거에서 20대 남들로부터 외면 받아 고심을 해오고 있던 여당과 청와대를 긴장시켰고, 마침내 20 대 청와대 비서관까지 임명해 맞불을 놓게 했다.
컨벤션 효과 대신 '불안불안'
하지만, 7월로 접어들면서 이준석 컨벤션 효과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데다가 대중국 강성 발언, 젠더 이슈 부각, 여성가족부 및 통일부 폐지 주장,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후 번복 등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면서 ‘이준석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지지율도 도로 민주당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우선,당초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는 후보로서 '이대남(20대 남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젠더 이슈 등을 가져와 성별·세대별로 여론을 갈라치기함으로써 논란에 휩쓸렸다.
둘째로는 과거 바른정당부터 함께 활동하며,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이 주장하며 대선 출마 공약으로 내건 ‘여가부 폐지’에 동참하면서, “이번에 대선 출마하는 주자들이 여가부 폐지에 제대로 입장을 내달라”고 말하면서까지 이슈를 부각시킨 것이다.
이로인해 차기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의 공정한 관리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세째로는 '여가부 폐지'와 같이 당의 의결 등이 없이 '통일부 폐지론'을 내세워 여권은 물론 야권, 그리고 중도층으로부터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넷째로는 이 대표는 7월 12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적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는 홍콩 문제를 거론하며 “국제적 기준에 맞는 국제사회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직격하는 중국을 향한 강성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됐다.
이와같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도 반중 정서를 이용하기 위해 제1야당의 당대표로서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들도 이 대표의 이와같은 발언에 ‘유치하고 개념이 없는 철부지, 지식 없는 정치인, 인터넷 연예인’ 등이라고 비판했다.
다섯째로는 7월 1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당의 정책과 반대하는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가 100분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이면서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이 대표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80%가 아닌 전 국민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해,당초 당에서 강하게 반대하던 전 국민 지원 확대를 이 대표가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내부는 발칵 뒤집어졌고,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당 내 초중진들, 당 대표 서서히 비토 시작
조해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다.”며 “이준석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한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당내 ‘경제통’으로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 역시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 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한 대표를 뽑았을 때 자기 맘대로 밀어붙이는 과거의 제왕적 당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 그는 젊은 당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직격했다.
결국 이 대표는 발표한 지 2시간도 안 돼 황보 대변인을 통해“양당 대표 회동의 합의 내용은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으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남는 재원이 있을 때’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라고 번복했다. 사실상 조건부 합의였다고 한발 물러선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취임 한 달 지지기반 없는 ‘0선’당 대표의 한계점 노출로‘이준석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당대표 리스크’ 대두에도 이 대표는 정면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7월 14일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에 대해 “여야가 샅바싸움 하는 중에 저희가 나쁘지 않은 스탠스라고 생각했는데 당내 대권 주자들이 좀 불편하신가보다”라며 “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주지 말자는 스탠스에 서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인가에 대해 강하게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가부·통일부 폐지에 대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당 대표는 당내 의원 및 구성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협의하고 의견을 조율해 당론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 데,이 대표가 여전히 SNS나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는 점은 당 내부에 이 대표의 지원군이 많지 않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즉,이 대표가 정치 개인기는 뛰어나지만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이준석 리더십’에 대한 구설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기성 정치인 등의 이 대표에 대한 비토 세력이 갈수록 힘을 얻어갈 것으로 에상된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