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간송 컬렉션의 명예를 앞세워 개인 재산을 파는가?
새해 고미술시장의 컬렉터와 문화재학계 전문가들이 대수장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에게 묻고 있다. 간송은 일제강점기 국외 유출되거나 불쏘시개로 살라질 뻔했던 서화, 도자기, 불상 등 이 땅의 최고 문화유산 수천여점을 온 재산을 털어 사들였다. 해방 때까지 민족 문화의 진수를 지키기 위해 수집품을 일체 팔지 않고 보존했다. 간송의 이런 고결한 신념이 빛이 바래고 말았다는 한탄이 그치지 않는다. 최근 간송의 권위에 오점을 남기는, ‘벼랑 끝 전술’을 방불케 하는 경매 흥정을 후손이 작심하고 벌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간송미술문화재단(간송미술관)과 경매업체 케이옥션이 삼국시대 국보 불상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고려시대 국보인 삼존불감을 오는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올린다고 발표했을 때 든 생각은 마침내 올게 왔다는 것이었다. 기시감이 들었다. 간송의 장손 전인건씨는 이미 2년 전 역시 자신의 소장품으로 등록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보물 불상 두점을 케이옥션 경매에 내놨다가 유찰되자 국립중앙박물관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매각의 명분으로 재정난과 구조조정을 내건 것이나 매각 뒤 간송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도 거의 같다.
하지만 매각했거나 매각하려는 넉점의 보물, 국보는 모두 전인건씨 개인 소장이고, 국보와 보물, 서울시문화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나머지 컬렉션 소장품 46점 또한 전인건씨와 전영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 전씨의 동생 전인석씨 공동명의로 등록돼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증여 상속 등에 드는 일체의 세금이 면제된다.
이 문화재들은 세금 부담 없이 거래가 가능한 개인 재산이며, 2013년 설립된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품도 아니다. 간송의 후손들은 증여세를 내야 하는 비지정 컬렉션은 재단에 대부분 귀속시켜 이 부분의 과세도 피해갔다.
게다가 이들은 간송미술관 수장고 증축과 소장 컬렉션 보존 보수 지원 등으로 문화재청에서 70억원 이상의 지원도 받고 있고,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사업도 전적으로 대구시의 지원 아래 자체적으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과 미술관의 재정난을 이야기하며 개인 재산인 명품을 처음부터 경매에 내놓아 높은 값을 받으며 영리를 취하려는 태도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지난해엔 전인건씨가 홍콩과 셰이셀 등 조세도피처 지역에 페이퍼컴퍼니 4개소를 수년 전 만든 사실이 탐사매체의 보도로 드러나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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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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