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재유럽 오월민중제
5.18 기념재단과 함께 베를린에서 통일을 기원하는 학술문화제로 열려
올해로 27돌을 맞는 재유럽 오월민중제(집행위원장 최태호)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고자 다음 해인1981년부터 매년 5월 18일과 가장 가까운 주말에 독일에 거주하는 동포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열려 온 행사다.
금년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한국의 5.18 기념재단(이사장 이홍길)과 함께 공동으로 개최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한국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시점에서 광주정신을 발판으로 통일로 나아가자는 생각에서 통일을 주제로 하는 학술 심포지엄과 문화행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과거에는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통일 독일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이제 우리 차례가 된 한국의 통일을 논의하는 것은 커다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5월 24일(목)에서 27일(일)까지 3박 4일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바벨론 극장에서 전야제로 열린 재외동포영화의 밤 행사를 시작으로 25일엔 시내 유스호스텔에서 2세들이 대거 참여한 워크샵이 있었다. ?독일-한국 커뮤니티: 세 가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샵은 주체측의 세심한 배려로 한국어와 독일어 양 언어로 진행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언론에 비친 재외동포들에 대한 이미지라든가 재외동포제작 영화가 한국사회에 어떻게 수용되고 평가되고 있는지를 다루는 등 주제들도 매우 신선해서 높은 참여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엔 광주항쟁으로 숨진 민주화 열사들을 추모하는 추모제가 엄숙하게 진행됐다.
26일에는 히틀러의 파시즘에 항거하다 숨진 사람들의 정신을 기리는 추모기념비가 있는 역사적인 훔볼트 대학에서 뜻깊은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오전 순서에서는 ?통일 독일, 마음속에 남아있는 장벽“이라는 제목으로 할레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악셀 뤼디거 박사가 독일통일이 이루어진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일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어서 ?통일독일의 사회문화 갈등“이라는 주제로 중앙대학 독문과의 김누리 교수는 한국적 시각에서 보는 독일 통일을 다루었다.
오후에 속개된 학술토론회는 ?5·18 민주화운동 및 5·18 기념재단 소개“라는 주제로 5.18 기념재단 조진태 사무처장이 5·18 민주화운동의 현재적 의미와 5·18 기념재단의 활동을 소개하는데 이어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전북대학 정치학과 이중호교수는 ?새로운 시각에서 본 한반도의 통일문제“라는 제목으로 앞으로 다가올 한반도에서의 통일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이날 청중으로 참석한 재독 철학자 송두율교수는 통일 논의는 누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이런 열린 생각들이 모아져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심포지엄이 끝나자 바로 ?통일을 염원하는 대동제“가 이어졌다. 길놀이, 비나리, 판굿 등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역사적 장소인 베벨광장에서 벌인 판굿은 지나던 외국인들까지 합세해 한국 통일을 기원한 국제적 대동제가 됐다.????
재유럽 오월민중제의 역사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5월 18일 한반도의 남단에 있는 도시 광주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이 전국에 내려진 비상계엄령의 해제를 외치며 투쟁에 나서자, 당시의 과도정권은 계엄군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을 동원함으로써 민주화를 위한 광주의 투쟁을 유혈로 진압했다. 당시 독일에 살고 있던 동포들은 ?우리가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질문하면서, 괴팅엔, 마부르크, 튀빙엔, 보쿰, 프랑크푸르트, 문헨, 에센 및 베를린 등지에서 광주에서의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한편으로 폭넓은 홍보활동을 전개하면서, 독일 전역에 광주에서 전개되고 있는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널리 알렸다. 이후 해마다 오월이 오면 단체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연대해서, 광주의거, 광주민중봉기, 광주민중항쟁 혹은 광주민주화투쟁등과 같은 다양한 명칭으로 추모식이나 기념식의 형태로 광주의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기념행사가 열리게 되었다.
해를 거듭해 열리는 과정에서, 광주의 정신을 기리는 이외에도 이를 더욱 발전시켜 유럽적 차원에서의 연대활동의 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해 마침내 1987년부터는 각 지역의 준비위원들이 모여 재독 오월민중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별로 분산되어 개최되던 기념행사를 하나로 모아 오월민중제라는 이름하에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이처럼 연대활동을 바탕으로 성립된 오월민중제는 27돌을 맞으며 재독한국인 역사의 하나가 되었으며, 유럽의 운동에서 유일하게 전체가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오월민중제는 민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유럽운동의 단결의 다른 이름이자 유럽운동의 한 상징이된다고 집행위원 유정숙박사는 힘주어 말한다.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여러 단체들이 숙고하여 준비모임을 통해 그해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생각하는 하는 문제들이 다루어지며 독일 동포사회의 주요한 현안들도 주제로 채택된다.
그동안 이 행사에는 박원순 희망재단 이사, 이창복 전 국회의원,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차병직 변호사를 비롯한 국내의 종교, 노동, 통일, 민주화운동 단체 및??문화단체 인사들이 참석을 한 바 있으며, 독일에서도 녹색당 최고위원 및 종교계 인사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월민중제는 이민 1세대이자 운동의 주체들인 부모세대와, 이중의 언어 및 문화속에서 정체성 문제를 새로이 고민하며 자란 자녀세대인 이민 2세대간의 만남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2세대들만의 자리를 별도로 마련하거나 아니면 1세대와 2세대가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이민 1세대와 이후 세대간의 단절과 갈등을 극복하고 공동의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나가는 세대 결속의 한마당이 되는 곳이다.
독일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및 남부지역 지사장 김운경
자료제공 : 재독 오월민중제 준비위원회
woonkk@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