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한국병’,외환위기 지속중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자 전 열린우리당 의원(사퇴)인 정덕구 고려대 교수는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CEO(최고경영자) 특강에서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전의 ‘고비용 저효율’과는 다른 병인 무기력증으로 대표되는 ‘신(新) 한국병’에 빠져 서서히 가라앉는 배”라고 비유하면서,민주화 이후 정치가 사회 모든 부분을 압도해온 것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치가 경제를 흔들고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등장하면서 만성적인 신한국병 징후가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소수의 정치세력이 아닌 각 부문의 초일류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민주 대 반민주’ 같은 대결 구도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지난 87년 당시의 사고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시급히 ‘1987년 체제’로부터 탈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1987년 민주화, 1997년 외환위기 등 한국에는 10년마다 중요한 전환의 시기가 찾아왔다”며 “2007년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정교수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바람’과 지역정서로 덮으려 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제는 상생의 정치와 집합적 문제 해결능력을 중시하는 실용적 정치의식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386(세대) 같은 민주화운동 정치세력들도 이제는 시장 체제에 맞는 스스로의 문제해결 능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교수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개별 경제 주체가 위험 회피에 급급, 기업 투자가 감소하고 민간 소비지출이 줄면서 우리 경제는 무기력해지고 역동성을 잃어 갔다”며 “이대로라면 잠재 성장력이 2015년 이후에는 3%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투자·소비 침체, 실물시장 버블화, 금리·환율 간 정책적 상호작용 붕괴 등 3중고를 겪고 있지만 국가의 권위 실종과 문제해결 능력 저하, 정부 경제 운용에 대한 시장의 불신 때문에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17대 국회에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등원했으나 “집권여당이 시장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에 당에 남아 노력했지만 이런 말과 행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며 의원직을 내놓았다.
< 유로저널 정치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