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해주 북한 함대 기지,군사벨트에서 경제벨트로

by 유로저널 posted Oct 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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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간 최대 분쟁지역이던 서해바다를 매개로‘경제협력’과‘평화무드’조성의 큰 틀을 만드는'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개발 구상에 합의함으로써,2007 남북정상선언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군사문제를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적 공동이익 관점에서 접근하는‘발상 전환’을 통해 서해‘군사안보벨트’를‘평화번영벨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북한 서해함대 중심기지였던 해주 땅에서 남북한 근로자가 함께 중국을 뛰어넘는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꿈을 키우고, 적대와 긴장의 바다였던 서해 공동어로 지역에서 남북 어민이 함께 꽃게를 잡게 되었다.

이번 정상간의 합의는 △해주지역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이용, 해주 직항로 개설,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의 사업을 통해 남북 공동번영, 나아가 새로운 동북아 경제권의 텃밭을 가꿔나간다는 ‘대원칙’이 세워진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조치들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서해상 무력충돌의 불씨가 사그라드는 것은 물론, 저렴한 비용의 생산시설에 목말라하던 국내 기업과 수산자원 고갈에 힘들어하던 어민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실리를 안겨 줄 전망이다.

북측 역시 경제특구 건설 등에 따른 ‘평화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중국 동북지역 및 러시아 극동지역의 물류 통로가 되고 있는 북한과의 직항로 개설은 ‘동북아 물류네트워크의 중심’에 선 한반도의 청사진을 제시해준다.
남북정상선언이 경제특구 건설지로 명시한 ‘해주’는 황해남도의 중심지로 서울이나 개성공단(약 80km)과 가까워 개성, 인천 등 남한측 도시와의 연계 개발을 통해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곳에 남북협력을 상징하는 경제특구가 건설되고 직항로를 이용해 남북의 배가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단순한 경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곳은 남북 군사력이 밀집된 곳으로, 특히 북한 서해함대의 중심기지란 점이 최대 걸림돌이었다. 군사 요충지를 남한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하고 남측 인사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으로 개방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에 우리측에서도 특구 건설 제안은 하지만 군사적 요인에 따른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NLL 넘나드는 해주 직항로 개설…물류비↓ 경제교류↑

게다가 NLL을 넘나드는 항로를 남북 민간선박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해주 직항로’ 개설에 남북 정상이 합의함으로써 남북 간 물류비용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좀 더 넓은 시야로 보면 경제자유구역이 설치된 인천에서 개성, 해주, 나아가 남포항까지 남북의 배가 넘나드는 경제 중심 평화지대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지금도 골재 운반이나 지원식량 운송을 위해 연간 20여 척 가량의 배가 남북을 오가지만 인천항에서 해주항으로 가려면 NLL을 넘어 공해상으로 나간 뒤 다시 북한수역에 진입해야 하는 등 항로가 279마일에 달했다. 그러나 직항로가 개설되면 거리가 90마일로 단축돼 항해시간이 최대 16시간 짧아진다. 해상 물류비는 낮아지고 경제교류는 활성화되는 것이다.


공동어로구역 설치,해상충돌·중국 불법조업 방지

남북 정상은 또 NLL 주변 해역 중 한강하구와 연평도 사이 어로 불가능 지역을 제외한 일부를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치키로 합의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북한 정부측에 해주 경제권 건설 제안 등을 비롯해 지난 2000년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부터 논의되어 왔으나,여러 가지 외적 이유로 답보상태였던 것이 두 정상의 만남으로 시원하게 뚫이게 된 것이다.
1999년과 2002년 서해상에서 발생한 군사적 충돌이 결국 남북간 꽃게잡이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NLL 인근 해역에 공동어로를 두는 것은 ‘경제협력’과 ‘평화구축’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갖고‘중국 불법어선에 대한 공동 대응’도 하게되었다.
NLL 인근 서해 5도 해역은 북방한계선의 영향으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남북 양쪽은 속수무책이어서,정상적인 어로 활동이 어려웠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5일 “평화수역은 양국간 일체의 무력행위가 배제되는 포괄적 평화구역으로 군함 등은 진입이 안되고 공동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 행위와 보전활동만 가능한 구역”이라고 했다. 또 “경제적 이용가치나 보전 필요성에 따라 구역을 나눠 바다목장화 사업, 희귀생물체 보호사업, 친환경적 사업 등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방식의 평화수역 설정 사례로는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의 ‘홍해 국제해양평화공원’을 들 수 있다. 두 나라는 1994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접경 연안인 홍해 아카바만을 해양평화공원으로 설정해 산호초 보호, 관광개발, 갈등종식 등을 꾀해 긴장 완화는 물론 고용기회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호초 복원 등 환경적 효과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하구 공동 이용 28억달러 가치,수해예방 효과도

남북정상은 약 28억달러 상당의 경제가치를 지닌 한강하구의 모래를 팔아 공단 조성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강하구 공동이용 사업은 골재 판매 수익과 함께 수해 예방·군사적 긴장완화 등 남북 모두에게 다목적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현재 한강하구 골재 부존량은 10억8000만㎥로, 북측산 바다모래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28억 달러 상당에 달하며 수도권에서 20년 이상 사용 가능한 규모다. 남북 합의로 한강 하구의 모래를 채취할 경우 임진강 수위가 1m 낮아져 임진강 수해방지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 구상을 둘러싼 이번 합의가 성실히 이행된다면 ‘군사안보벨트’가 ‘평화번영벨트’로 탈바꿈할 날도 머지 않았다.
                          유로저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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