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방탄소년단에겐…(BTS 2)

피카소와 방탄소년단에겐…(BTS 2)

3) 진정한 팬

셋째, 피카소와 방탄소년단에겐 그들을 지지하는 진정한 팬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진심으로 그 팬들과 소통한다. 

거트루드 스타인 (Gertrude Stein)

유명한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에게도 자살을 시도할 만큼 우울하고 처참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때 그는 주로 검푸른 색이나 청록색 색조를 띤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1901년에서 1904년에 이르는 이 시기를 청색시대라고 부른다. 

파블로 피카소, 늙은 기타리스트, 1903, 목판에 유화, 122.3 X 82.5cm, 시카고 미술관

그가 이 시기를 벗어나 성공의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거트루드 스타인 (Gertrude Stein,1874~1946)때문이었다. 

피카소의 막강한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그녀는 파리에서 유럽 예술계의 20세기 모더니스트 혁명에 대한 열렬한 반응을 보인 최초의 미국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피카소 뿐만 아니라,  마티스(Matisse), 세잔(Cézanne), 그리고 브라크(Braque)를 비롯한 많은 신흥 아티스트를 지원했다. 

특히 피카소의 경우, 그녀의 이 초기 후원은 그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거트루드 스타인과 피카소는 후원자와 예술가를 떠나, 놀라운 우정을 나눈 친구 사이였다. 

거트루드는 독일에서 이주한 부유한 유태인 가문에서1874년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부모님은 5명의 아이들을 낳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2명의 아이들이 사고로 죽게 되자, 부모님은 2명의 아이를 더 낳았다. 이 중 한 명이 바로 거트루드다. 

거트루드는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1842~1910)의 제자로 심리학을 전공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녀는 1903년 자신의 오빠 레오가 있는 파리로 떠났다. 

오빠와 함께 살면서 그녀는 글을 쓰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유산으로 오빠와 함께 아트 컬렉팅을 시작했다. 

그녀의 오빠 레오는 당시 유명한 미술감정가 버나드 버렌슨(Bernard Berenson,1865~1959)과 친구 사이였다. 거트루드와 레오의 첫 번째 컬렉션인 세잔의 풍경화는 바로 이 버나드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 당시 세잔은 그 존재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Paul Cezanne, Quartier Four, Auvers-sur-Oise, c. 1873 (Philadelphia Museum of Art)

이렇게 해서 그들은 아트 딜러인 앰브로이스 볼라드(Ambroise Vollard,1866~1939)의 파리 갤러리에서 무명이었던 세잔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리고 이 전시 후 그들은 세잔의 여러 작품들을 더 구입했다. 

그들은 첫째 오빠 마이클로부터 후원을 받아 고갱과 르누아르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많은 미술 작품들을 사들였다. 

이렇게 해서 거트루드 스타인은 파리를 사랑한 미국인 아트 컬렉터이자 창조적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당시 20세기 초 파리의 모든 예술가들의 친구였다. 거트루트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천부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있었고, 이것을 이용해 파리를 중심으로 자신의 집을 스타인 살롱으로 만들었다. 

이곳은 곧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토요일 살롱이 되었다. 당시 많은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이 이곳을 찾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20세기 초 유럽에서 예술 혁명에 강한 애정을 보인 첫 번째 미국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그녀는 20세기 미술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은 대표화가 마티스와 피카소를 서로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거트루드는 미술가들, 특히 당시의 무명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세잔 그리고 마티스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그리고 피카소와는 특별히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아끼고 사랑했다.

그녀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매섭게 비평하고 논쟁했다. 때로는 심지어 언성을 높여 다투기까지 했다. 특히, 그녀는 자신이 아끼는 피카소에게 진지하고 거침없는 조언을 자주 했다.  

피카소가 그린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초상화

어쩌면 예술가들은 이런 진정한 비평에 목 말라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그녀의 이런 강직한 성품을 좋아했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헤밍웨이도 유일하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이는 거트루드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그녀의 현대미술 컬렉션은 컨템포러리 아트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는 그녀의 동상이 있는데, 이것은 아트 컬렉터로서 또 작가로서 그녀가 미국에 끼친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도 ‘거트루드 스타인’(1990) 이라는 비디오 조각을 만들었다.

아미(Army)

피카소에게 거트루드가 있었다면, 방탄소년단에게는 든든한 후원자인 아미(Army)가 있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공식 팬덤으로 이미 유명하다. 

영어로 군대인 ‘Army’에서 유래한 이 팬클럽의 이름은 ‘군대와 방탄복처럼 방탄소년단과 항상 같이 있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아미는 2014년 7월 9일 팬미팅 이후 정식 팬클럽으로 만들어졌다. 아미의 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포되어 있으며 나이와 인종, 국적을 막론하고 수 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얼마 전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전 세계에서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에 대한 뉴스 보도가 있었다. 여기에서 케냐의 아이들이 자신들을 아미라고 지칭하면서 방탄소년단 노래를 이해하고 싶어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고 인터뷰를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런 팬들과 자신들의 진정성있는 이야기를 통해 긴밀하게 그리고 진실되게 소통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스타들과 팬들과의 관계처럼, 방탄소년단은 수직적으로 메세지를 마냥 전달하지 않는다. 그들은 수평적으로 팬들과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소통을 하고 있다. 

BTS Army Fandom

칸바일러(Daniel-Henry Kahnweiler)

피카소에게는 거트루드 스타인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운명의 후원자가 있었다. 피카소를 세계적인 예술가로 만들어 준 바로 화상 칸바일러(Daniel-Henry Kahnweiler, 1884-1979)다.  

파블로 피카소, Daniel-Henry Kahnweiler,1910

"어느 날 난 나의 작은 화랑에 앉아 있는데, 어떤 젊은이가 성큼 들어오는 것이었어요. 먼지가 잔뜩 낀 신발과 옷은 형편없이 입었는데,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는 작고 다부졌으며 '눈빛'은 놀랍게 빛났어요."

​이것은 칸바일러가 피카소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피카소도 “칸바일러가 타고난 미술 감각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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