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에 정운찬, 6개 부처 개각
야권 대선 후보 1 순위 정운찬 총리 기용에 민주당 당혹, " 차기 대권 후보군에 재진입"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신임 국무총리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정한 것을 비롯해 6개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정 총리 내정자는 충청 출신에 진보.개혁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있어 여권의 지역적.이념적인 기반과는 다소 다른 측면이 있고, 지난 17대 대선때부터 대선후보로 거론돼왔었다.
이와같은 청와대의 예상치못한 개각과 그 내용에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당혹감에 빠져, 여권 내부는 물론, 여야 구도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정 총리 내정자가 '간판용 총리'에 머물지 않고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을 정 전 총장 중심으로 펼쳐가면 대중적 인기와 업적은 정 전 총장에게 그치지 않고 '탕평' 인사를 한 이 대통령이 흡수하게 되어 20% 선에 머물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은 더욱더 하락할 수 있다.
이 명박 대통령이 정 전 총장을 총리에 발탁한 것은 지역화합과 중도실용노선 추구 등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같은 충청출신인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 기용이 무산된 직후 정 전 총장을 낙점한데서 충청연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 등을 겨냥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정후보 "나라 상황 한가하지 않아 고심끝 수락"
정운찬 차기 국무총리 내정자는 3일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 상황이 책상머리에서 고뇌를 거듭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총리직 수락 배경을 밝혔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특히 "직면하고 있는 현안 가운데 어느 하나 녹록한 게 없다"며 △불안한 거시경제 △어려운 서민생활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 △일자리창출 △사회적 갈등과 지역대립 △ 남북문제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정 총리 내정자는 그러나 "하면 된다는 '신바람'과 함께 뛰자는 '일체감'만 조성된다면, 제2의 한강 기적도 머지 않아 실현될 것"이라며 "이것이 총리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이자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 내정자는 3일 "대운하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했었다"면서도 "4대강 사업은 수질 개선 문제가 있어 쉽게 반대하기 힘든 사안으로 보다 친화적이고, 주변에 쾌적한 중소도시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내정자는 특히 '그동안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해온 만큼 정체성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로서 비판한 적은 많지만 최근에 만나본 걸 바탕으로 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나의 경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 총리 내정자는 또한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고, 도전 계획도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그런 생각 조금도 없다. 우선 대통령 보필해 경제 살리고 사회통합 하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통합.탕평.개혁' 포석,
친박계 견제 비롯 야 대권 후보 혼란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총리 후보자의 내정은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군에 거론됐던 인물을 정부 2인자로 세움으로써 `통합.탕평.개혁'을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하면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지형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새로운 차기 대선주자를 육성, 박근혜 전 대표의 일방독주 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여권내 대선구도에 경쟁구도를 형성하겠다는 포석도 내포돼 있다는 관측이다.
정 총리 내정자가 권력과 인기까지 얻게 된다면 민주당 후보군들인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는 물론 박근혜 전 대표까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특히 무엇보다 친박계 견제가 대두되고 10월 재보선을 비롯한 한나라당이 위축세인 충청권에서 자유선진당을 위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세 의원 입각한 6 개부처 장관
법무부 장관에는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 국방부 장관에는 김태영 합동참모의장, 지식경제부 장관에는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 노동부 장관에는 임태희 의원, 여성부 장관에는 백희영 여성부 장관, 특임장관에는 주호영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이번 개각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3명이 포함돼 여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정치인 입각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정치인 출신 장관은 지난해 7월 임명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올해 1월 선임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여 차기경쟁 ‘박-정-정 3각구도’ 조기 점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양산 재선거 준비를 위해 7일 사퇴하면서 전당대회 차점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해 당의 얼굴로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여권의 차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잠룡’으로 분류돼온 정 최고위원이 168석의 거대 여당 대표가 되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 경쟁 구도의 초반 윤곽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즉, 당내 비주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와 정운찬 총리 후보자, 정 최고위원이 김문수 경기지사 등 다른 잠재적 후보를 제치고 일단 선두그룹을 형성한 셈이다.
정 대표는 대표직을 최대한 활용해 잠룡들의 머리에 설 것이고, 정운찬 총리 내정자도 장기적으로는 대선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아 두 사람은 앞으로 정부의 굵직한 정책들을 놓고 당정협의를 통해 자신들의 차별점을 부각시키기위해 많은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과 정부에 동시에 경쟁자를 맞게 된 박근혜 전 대표 쪽은 “달라질 것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를 향한 주류 쪽의 견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 당혹감 속에 평가 절하
민주당은 과거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로 발탁된 데 대해 허탈해 하면서도 그 의미는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3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정운찬 전 총장에게)속은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최재성 의원은 "정운찬 전 총장은 경제정책과 교육정책, 4대강 사업 등에서 현 정부의 핵심정책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라면서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정 전 총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면 이명박 정부가 어려워질 것이고, 정부 정책에 순응하기만 한다면 그가 더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3일 정운찬 총리 내정자에 대해 "논에 장미를 옮겨 심은 격인데, 꽃이 필지 의문"이라면서 "2년전까지 구 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분이 한나라당 정권의 신임 총리가 됐다" 며 "국민들이 매우 놀랄 것 같다. 원칙과 일관성이 정치신뢰의 근본" 이라며 이와같이 밝혔다.
유로저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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