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313
"시간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직 회화만 존재한다.” (시그마 폴케3)
3. “시간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직 회화만 존재한다.”
시그마 폴케(Sigmar Polke, 1941-2010)는 세계 제 2차 대전 중에 폴란드 로어 실레 지아 지방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전쟁의 영향을 받은 독일 화가이자 사진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사진 실험에 더욱 열중했다.
1960 년대 후반에 그는 주로 단추나 장갑과 같은 작은 물체의 이미지를 찍으면서 사진과 영화 촬영을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몇 년 후인 1970 년대 초부터, 갑자기 예술 경력의 대부분을 중단하고 그는 여행을 떠났다.
아프가니스탄, 프랑스, 파키스탄, 미국 등지로 혼자 돌아다니다가, 뉴욕의 바워리에서 우연히 알코올 중독자인 노숙자의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나중에 폴케는 이 사진의 이미지를 조작하여 개인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 때부터 그는 원본 이미지를 단순한 원료로 삼아, 강력한 환각제인 LSD나 환각을 유발하는 버섯 등을 가지고 염색 및 기타 기술로 사진을 인쇄하기 시작했다.
Sigmar Polke, Untitled c. 1975 (Gelatin silver print) © 2022 Estate of Sigmar Polke /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 VG Bild-Kunst, Bonn, Germany
색상은 보색으로 명암은 명부와 암부가 반전된 상태인 네거티브 형태와 그리고 색상이나 명암의 반전이 없는 상태인 포지티브 형태 두 가지 모두를 통해 그는 노출된 이미지를 사용했다.
Sigmar Polke, Untitled c. 1975 (Gelatin silver print with applied color) © 2022 Estate of Sigmar Polke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VG Bild-Kunst, Bonn, Germany
그리고 때로는 세로 및 가로 방향의 사진을 겹쳐서 콜라주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Sigmar Polke, Untitled, 1970–1980 Courtesy Georg Polke Collection and © Sigmar Polke, Cologne/ADAGP, 2019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결되도록, 또 반대로 모든 것이 서로에게 등을 돌릴 때까지 그는 끝없는 연대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면서 지속적인 실험을 해나갔다. 그러면서도 그는 더 이상 사진이 필요하지 않는 언젠가 우리는 그저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그의 실험의 저변에는 모든 권력에 대해 깊은 회의주의가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그에 대한 평가 또한 ‘폴케의 위트는 불경하다’, ‘폴케의 지능은 복잡하다 못해 난잡하다’, ‘폴케는 우연함을 실행한다’ 등 비꼬는 어투의 비판이 많다.
사진으로 많은 실험을 거듭하던 그는 1980 년대 초부터 그의 예술의 주요 매체인 회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동남아시아와 호주를 여행 한 후 그는 유성 먼지, 연기, 비소와 같은 물질들을 그림에 포함시켜 화학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작품의 이미지를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Sigmar Polke, Untitled, 1980-81 (Metallic paint, acrylic, buttons, and toggles on fabric) © Estate of Sigmar Polke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VG Bild-Kunst, Bonn, Germany, Photo Elisabeth Bernstein
폴케는 또한 하나의 그림에 여러 레이어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작품에 대한 내러티브 여정을 보여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이후, 그의 그림은 좀 더 추상적이 되었고 때로는 고전적인 추상표현주의와도 관련된 것처럼 보였다.
Sigmar Polke, Untitled 1983 (Synthetic polymer paint on paper) © 2022 Estate of Sigmar Polke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VG Bild-Kunst, Bonn, Germany
1980 년대 중반부터 폴케는 망루의 스텐실 이미지를 중심 주제로 사용한 일련의 그림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운석 먼지에서부터 금, 포장용 비닐, 달팽이 주스, 감자, 그을음, 심지어 우라늄까지 일반적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특이한 재료들로 작품을 제작했다. 폴케의 실험적 작품들의 사이즈도 스케치북에서부터 기념비적인 회화작품까지 아주 다양하다.
그가 이렇게 끊임없이 실험미술에 도전한 20세기 작가 중 한 명이 된 이유에는 무엇보다 1961 년 그가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당시, 독일 공연 예술의 선구자인 요셉 보이스(Joseph Beuys,1921-1986)의 가르침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폴케가 이렇게 다양한 실험을 거쳐 회화를 통해 우리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조형성을 드러내는 것? 아니다. 그는 지극히 단순한 이미지들을 화면에 들임으로써, 자신의 조형적 의지는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화면 자체가 능동적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폴케의 그림은 회화의 본질에 대한 추구이며 회화가 가지는 에너지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4. 색즉시공공즉시색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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