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대부분은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는 것 같다. 나라 안팎에서 교육이 대화의 주제가 되면 모두 한결같이 열변과 열병을 토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과연 공교육이 공동화되어 사교육이 창궐하였고 대학입학전형은 매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대학들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이제는 해외유학도 보편적인 수준을 넘었다. 대학생뿐 아니라 초, 중등생의 유학이 크게 늘었다. _유로저널“ 589호(2006. 10. 31)도 우리나라의 조기유학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여 작년에는3만5천명으로 역대 최다라 보도하였다. 이러한 교육문제에 수반되는 국민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 모두는 우리의 교육문제를 중등교육, 대입전형, 고등교육, 사립학교로 나누고 이에 대한 좌파와 우파의 주장을 살펴 해결의 방향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은 입시위주로 왜곡되었다. 특히 국립서울대학교라는 하나의 특정한 대학에 국민 모두의 일차적 입학열망이 집중되어 고등학교들의 교육목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그 준비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입시경쟁은 치열하여 각 학교마다 성적 상위권학생을 중심으로 특별반을 운영하며 특별히 지도하고 있다. 서울대합격생 수에 따라 명문의 서열이 정해지고 명문고등학교의 입학을 위해 다시 중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학생들간에도 경쟁은 치열하다. 왜냐하면 서울대의 입학기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_네가 들어가면 내가 못들어가는“ 전형적인 제로섬게임으로 학생 개개인의 절대적인 실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남을 제칠 수 있는 상대적인 우월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방송이나 학교에서 동일한 내용을 배웠더라도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남을 앞서는 그 무엇인가를 보충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는 수단이 사교육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내용적으로도 공교육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었고 국민경제적인 재정규모도 공교육을 능가하고 있다.
현재는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사교육을 받는 것이 정상이고 그렇지 못하면 비정상인 경우로서 장래의 희망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교육의 기회가 불평등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병폐를 제거하기 위하여 정부는 1971년에 소위 _고교평준화“ 조치를 단행하였다. 고등학교에는 학생선발권을, 지원학생에게는 학교선택권을 박탈하므로 초등학교와 같이 모든 학교를 평준화하여 교육기회의 평등을 도모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만 적용되었고, 또 그후에 특수목적고, 자립형 사립고 등 평준화를 초월하는 학교들을 인가하므로 실질적인 효과는 50% 정도라 할 수 있다.
둘째, 대학입학전형은 매년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므로 국민들을 충분히 격분시키고 있다.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해당 고등학교, 대학 그리고 국가이다. 고등학교는 학생생활기록부(내신)를 작성하고, 대학은 본고사, 논술 및 면접을 실시하므로 그리고 국가는 수학능력시험(수능)을 집행하므로 제 각각 입학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당초에는 대학 자율에 일임하였으나 서울대의 독주, 대학업무능력의 한계, 부정입학 등으로 공정한 전형이 불가능하였다. 그러므로 대입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목적으로 국가가 전국에 획일적이고 엄격한 국가고시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고등학교 자체의 교육적 의미와 내용이 실종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다시 고등학교를 구제하기 위하여 내신제도가 한 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 세 가지 기준이 매년 그 복합적인 비중을 달리하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며 보완, 변경된다는 것이 막상 입시에 응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혼란과 공포인 것이다. 어떤 이는 이 참상을 _마의 삼각“ 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고등학교, 대학, 국가라는 세 마리의 악마가 세 방향에서 어린 학생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학생을 살리기 위하여 소위 _3불정책“을 선언하였다. 3불이란 대학들의 횡포가 막심하므로 대학들에게 대학본고사, 고교등급제, 기부금입학을 불허하는 것이다.
셋째, 대학들에는 확고한 서열체계가 정착되어 그 모습이 마치 피라미드와 같다. 전국적인 대형 피라미드의 정점에는 서울대가 위치하고, 그 속에는 각 지방의 지역거점 국립대학들이 소형 피라미드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립대학에 대한 국립대학의 우위가 두드러진다. 이것은 학생유치경쟁에서 국립대가 사립대를 장기간 압도한 결과이다. 국립대의 경쟁우위는 교육의 질이 아니라 등록금의 반액 할인, 국가재정의 자동적 지원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명백한 불공정 경쟁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는 것이다. 등록금은 대학교육에 대한 가격이므로 이것이 낮을수록 높은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교육의 질이 낮아도 등록금이 싸기 때문에 지원자가 몰려오므로 교육의 질을 높일 유인도 없다. 또 학교를 아무리 부실하게 운영하고 학생정원이 미달되어도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예산은 자동적으로 배정되고 공무원신분인 구성원들은 해고되지도 않는다. 책임경영이 없는 곳에 비효율과 낭비가 발생하는 것은 생명 없는 생선이 부패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립대학의 실종된 효율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립대학의 독립법인화를 구상하고 있다.
넷째, 정부가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으로 정처없이 표류하는 중에 공교육의 울타리 밖에서는 사교육이란 전염병이 창궐하고 울타리 안의 사립학교들은 소유자들의 개인자산으로 전락하였다. 사립중고등학교의 경우는 예산의 98%를 국가에 의존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모든 사립학교는 재단의 독립된 왕국으로서 재정, 인사, 행정 모든 면에서 전횡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역시 _독재권력은 부패한다“는 법칙에 따라 사립학교들의 부정과 비리가 나타나며 소요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2005년 9월 법인이사회의 ¼을 이사회 외부, 즉 학교구성원, 학부모, 동창회 등의 추천으로 구성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였다.
이상과 같이 간략하게 서술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교육의 개혁을 위하여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등장하였다. 크고 작은 것들을 합하여 수십개는 족히 되고 그 규모를 정확히 아는 사람도 없으나 단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즉 좌파와 우파로 나뉘는 이들의 원인진단과 해결방안은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좌파는 교육위기의 원인이 시장적인 경쟁에 있다 하며 교육에서 시장의 요소를 제거하고 국가의 관리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교평준화를 강화하여 학교간 그리고 학생간 비인간적, 비교육적인 경쟁을 방지할 것, _3불정책“도 법제화하여 엄격히 준수할 것, 모든 국립대학은 무상 평준화할 것, 개정 사학법은 변경 없이 그대로 집행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수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파는 문제의 원인이 국가의 규제에 있다 하며 국가개입을 중단하고 시장의 원리를 적극 적용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고교평준화를 완화 내지 페지하여 학교와 학생에게 각각 선발권, 선택권을 보장할 것, _3불 정책“도 폐지하고 학교 자율권을 인정할 것, 현 국립대학 체제를 유지할 것, 개정 사학법을 철회 내지 재개정하여 학교의 사유권과 자율권을 존중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좌파와 우파의 대립은 기이하게도 국가와 시장의 대립구도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경제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상반된 두 방법으로서의 국가와 시장은 서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현 국가정책이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분야를 확인하여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이중에 핵심적인 것이 정부의 일방적 지원에 의해 왜곡된 국립대와 사립대의 경쟁조건이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때 좌파와 우파의 화합도 가능하고 우리나라 교육의 안정과 번영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정영섭, ysc925@kku.ac.kr
건국대 사회대 경제학 교수
시민단체 학벌없는 사회만들기대표
주요저서 및 논문
_이해하기 쉬운 경제학원론( 1996)
_국제무역, 금융의 이해(2002)
_화폐와 금융의 입문( 2006)
_교육, 시장과 정부에서 길을 찾다
_평화공존체제 _
_사회주의몰락의 경제제도적 원인
_우리나라 국립,사립대학 간 경쟁질서와 그 영향
_ 학력병,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