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갖가지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8?15남북공동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북측 당국?민간대표단 일행이 자발적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것이다. 북측 당국의 대표가 우리의 국립묘지를 방문한 것은 ‘불신과 갈등’의 역사를 씻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한반도 역사를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광복 이후 60년 동안 우리 사회와 민족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이 변화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고 있다. 먼저 밝은 면으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1인당 GNI는 1955년 65달러에서 2004년 1만4162달러로 218배 증가하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치를 살펴보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 60년간(1945∼2005년 6월) 서울시내 버스요금은 500만배,쇠고기값은 192만배 올랐고 쌀가격은 55만배 상승하였다.
어두운 측면으로는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간 갈등,비생산적인 정치행태의 지속,경제 양극화 현상의 심화,미래에 대한 지향점과 비전의 상실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경제의 양극화문제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추동해 나갈 ‘신(新)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종합주가지수의 신기록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나온,우리 사회의 빈곤층이 716만명에 달한다는 정부 발표는 성장과 분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논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남북관계도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남북교역액은 1989년 1872만달러에서 2004년에는 6억9704만달러로 36배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3대 경협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사업,개성공단개발사업,철도?도로연결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금강산관광사업의 경우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왔으며,개성공단건설사업 역시 활발하게 추진되어 지난 8월3일 기준으로 북측인력 4000여명과 남측인력 400명이 함께 일하면서 의류,주방용품,신발,시계 등을 생산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어두운 측면은 정치?안보분야 협력의 부진,특히 제도적 장치 마련의 미흡,북한경제의 장기 침체와 일방적인 경제지원 등으로 인한 경제협력의 한계 노출,북핵문제로 야기된 한반도의 긴장 고조,그리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갈등 등을 우선적으로 거론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체제의 경직성과 폐쇄성이 상황의 개선과정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풍습에 결혼 60주년이 되면 회혼식을 치른다. 물론 이혼한 자녀가 있으면 안되고 자녀들 모두가 생존해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지만,노부부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남북한의 경우는 지난 60년 동안을 갈라져 있었으며,각각 나름대로의 어려움과 아픔을 가지고 있고,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회혼식보다는 ‘합혼식’과 같은 특별한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의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고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와 남북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나와,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 야기된다. 이에 따라 편가르기가 성행하고 다양성과 관용은 설자리를 찾지 못하는 갈등과 반목의 문화가 번성해온 것이다. 광복 60주년을 계기로 ‘차이’는 받아들이고 ‘차별’은 거부하는 새로운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