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8일 어느 강연에서 북한미사일 문제에 대해 “김정일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98년 도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어느 강연 도중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고는 “신이여 !, 김정일을 축복 하소서”라며 기뻐했다는 것과 같다.
북한의 위력 과시를 오히려 반기고 즐기는 미,일 강경파의 이런 반응에서 북한 문제가 지닌 다면적인 국제정치적,군사적 함축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의 군사력이 미국과 일본에 대한 실제적인 위협이 될 리 만무하다.
북한이 핵 보복을 각오하고 미국과 일본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재래식 군사 경쟁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나머지 정권 유지의 최후 수단으로 택한 것이 바로 핵이요 미사일이라 보고 있다.
핵과 미사일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 공격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과장된 것이다.
그 역시 즉각 군사 보복을 받으리라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첩보 위성으로 거의 매 시간 북한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다.
일본도 첩보 위성으로 북한을 직접 감시하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의 경우도 미국과 일본은 오래 전에 그 움직임을 감지해 한 달 전에는 그 세부 대응책까지 미리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이런 판에 북한의 군사력이 방어력 이상의 위협이 될 수 있을까.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 전략과 시스템을 원한다는 것은 이미 비밀도 아니다.
북한이 ‘악마’나 ‘악의 축’ 역할을 해주면 쉽게 국내외 지지를 얻어 명분 있게 그 대응책을 추진할 수 있다.
아소나 럼스펠드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오히려 반긴 속뜻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다른 나라 핵과 미사일에 대한 2 중, 3중의 잣대와 일방적 논리만 보아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의도적인 과장임을 알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을 비난하는 일본 스스로가 지금까지 14차례나 대형 위성 로켓을 쏘아 올려 11차례나 성공했다.
그 중 두 개의 첩보 위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상공을 지나며 북한의 동향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다.
로켓과 탄도미사일은 근본적으로 같은 기술이어서 일본의 위성 발사 로켓은 언제라도 대륙간 탄도탄이 될 수 있다.
일본은 필요하면 단기간에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일본이 북한 핵개발 능력과 미사일에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만 보아도 그 다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9 일 핵보유국인 인도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4000~6000km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야단법석을 떨지 않았다.
인도 언론에 의하면 오히려 이번 실험은 ‘미국의 암묵적 동의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미국 설명은 ‘인도와 북한은 다르다’는 것이다.
제 멋대로의 기준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대응하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안보장사’에 어깨춤을 출 이유가 전혀 없다.
국민은 셈이 빠르고 현명하다.
미국과 일본이 그 호들갑을 떨고 국내 보수 언론들이 그에 맞장구 쳐 연일 지면을 도배하며 야단법석을 떠는데도 태연하다.
증시도 발사 당일 잠깐 동요하더니 이내 정상을 되찾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미국을 향한 정치적 시위임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듯이 “김정일 정권을 그대로 놔두면서 굶주리고 파산하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북한이 붕괴되기까지” 기다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딕 체니는 “시간은 우리 편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막다른 골목에 처한 북한과의 이런 소모전은 한반도의 안정을 여러 모로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다방면 외교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사태가 악화되면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난민 문제를 함께 안게 될 중국과 협력해 북한이 더 이상 경솔한 행동을 못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금융제재 해제를 위한 북미 1 대 1 대화와 6자 회담의 동시 개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침 미국 의회 안에서도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