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이 가장 즐기는 메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고기류와 해물류가 될 것이며, 해물류 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생선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물가 비싼 이곳 영국에서 맘놓고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한 차례 문을 닫은 아픔이 있는 가게가 푸짐한 한국식 횟집으로 새단장을 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회를 좋아하는데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회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 마땅치 않아서 회를 자제(?)했던 분들에게는 희소식일 것 같아서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유로저널: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국에서 보기 드물게 저렴하고 푸짐한 횟집이 생겼다는 입소문이 한창이라 직접 확인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듣기로는 사장님 부부께서 영국 초창기 이민 세대 출신이셔서 영국 정착과정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얘기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소영: 네, 저희가 송(松)을 재단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저희를 찾아주신 분들이 좋은 평을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 남편인 조욱일 사장님은 영국에서 30년 넘게 지내온 이민 초창기 세대이며, 저희는 중간에 사업 차 한국에서 지내다가 5년 전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저희가 지난 5년간 식당을 운영하지는 않았지만, 10년도 넘은 오래 전에 남편이 당시 처음으로 숯불 바베큐를 도입해서 코리아 가든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사실, 원래 남편 집안 분들께서 모두들 음식을 잘하시고, 남편도 요리를 너무 좋아해서 지금도 송(松)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더 솔직히는 집에서도 남편이 주로 요리를 책임지고… (웃음)
유로저널: 송(松)이 뉴몰든 역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뉴몰든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은 어느정도 아시겠지만, 원래 송(松)은 2008년 봄에 개업했다가 곧 잠정 휴업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나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조금 설명을 드리면, 이소영 사장님은 처음에 송(松)을 개업하신 분이 아니고, 그렇게 잠정 휴업 후 송(松)을 새롭게 인수하셔서 10월에 재개업 하신 것입니다. 그 과정과 사연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 하실 것 같습니다.
이소영: 네, 사실 이 얘기는 처음에 송(松)을 개업하시고, 또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역경을 딛고 애쓰셨던 원래 사장님께 최대한 결례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원래 송(松)은 2007년부터 개업 준비를 해서 2008년 3월에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사장님께서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여서 개업을 하셨음에도, 안타깝게도 몇 가지 사정으로 한 달 반만에 잠정 휴업에 들어가셔야 했습니다. 원래 사장님은 저희하고도 안면이 있던 터라 송(松)과 관련해 저희와 상담 차 대화를 갖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결국 저희가 직접 송(松)을 인수해보면 어떨까 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된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얘기를 들어드리고 좋은 의견을 제시해 드리려는 것이었는데, 결국 그 분께도 상황을 대처해나가는 방편이 된 것이고, 저희에게도 새로운 시도의 기회가 된 것이지요.
유로저널: 솔직히, 어려움으로 한 번 문을 닫은 곳이라는 인식들이 있었을 텐데, 인수하시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소영: 네, 보시다시피 저희가 인수하고 재개업 하면서도 가게 인테리어는 물론 송(松)이라는 이름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 번 문을 닫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대한 갈등이 있을 법도 했는데, 저는 소나무, 송(松)이라는 이름 참 좋았습니다. Matsu라는 이름도 같이 붙어 있지만, 저는 저희가 송(松)으로 불리고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나무는 늘 푸르고, 무엇보다 역경을 딛고 피어나는 나무입니다. 비록 저희 송(松)이 어려움을 겪어 한 차례 넘어졌지만, 그럼에도 그 이름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푸르게 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저희 삶에서도 그렇게 역경을 딛고 일어서자는 다짐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도 가끔 왜 송(松)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냐고 물어보시는 손님들께 송(松)이라는 이름에 담긴 소나무와 희망에 대한 얘기를 들려드린답니다. 사실, 요즘 송(松)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 송(松)에 대한 인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중요한 것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저희가 손님들에게 얼마나 좋은 것을 드릴 수 있느냐, 얼마나 그것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비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지는 것처럼, 저희처럼 한 번 어려움을 겪은 곳이 부활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유로저널: 그렇게 송(松)을 인수하셔서 재개업 하시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나요?
이소영: 저희가 6월에 인수해서 몇 달 간 준비 과정을 거친 뒤에 10월 17일에 재개업 했는데, 일단 십수년 전 남편이 식당을 경영할 때와는 영국 법이나 운영 체계, 또 재영 한인사회와 손님들도 많이 변해서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어차피 기존의 송(松)이 일식집으로 갖추어진 곳이기에 그러한 조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우리가 흔히 ‘일식집’에 대해 갖게 되는 가격 부담과 같은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곳, 결론은 한국식 전문 횟집이었습니다. 영국에서 회를 파는 곳은 많지만, 회만을 전문으로 내놓는, 그리고 고급 일식집의 느낌이 아니라 한국에서 맛보았던 푸짐한 한국식 횟집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한국 횟집처럼 밑반찬(스끼다시)도 푸짐하게 드리고, 회도 씹는 맛을 느낄수 있도록 두툼하게 썰어서 먹고 나면 아쉬움 보다는 만족감이 들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가격은 최대한 낮추고. 특히, 요즘처럼 경기도 어려운 때에 다른 메뉴를 안시키고 회만 시켜서 먹어도 배부를 수 있는, 그래서 손님들로부터 “여기 정말 한국에 있는 횟집 같아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유로저널: 송(松)에서 회를 드신 분들이 한결같이 횟감이 참 좋다는 평을 하고 계신데, 횟감을 어떻게 마련하시는지, 또 추천하는 메뉴는?
이소영: 아무래도 저희가 횟집은 처음 운영하다 보니 재료에 특별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랑 둘이서 매일 새벽마다 직접 시장에 나가서 횟감을 골라서 가져온답니다. 덕분에 남편은 13킬로, 저는 5킬로나 몸무게가 줄었지요. 새벽 시장에 가서 한 시간 넘게 둘러보는데도 처음에는 생선을 잘 몰라서 애써서 골라와도 버리는 게 더 많았답니다. 시장 상인들도 처음에는 저희가 전문 장사꾼처럼 보이지 않았던 모양인지 어떤 등급의 생선을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는데 매일같이 방문한 덕에 이제는 친해져서 좋은 횟감을 준답니다. 이렇게 직접 사장이 발품을 팔아야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재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 시장 방문을 그만둘 수가 없네요. 저희 대표 메뉴는 당연히 회가 되겠지요. 광어, 농어, 도미, 연어, 참치 이렇게 다섯 가지 회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권해드리고 싶은 것은 농어회 입니다. 사실, 한국 분들께 가장 익숙할 수 있는 광어는 양식이지만, 영국은 두세 시간 이동해서 바다에서 낚시하면 농어가 잡히는 만큼, 한국에서는 워낙 고가여서 맛보기 힘든 자연산 농어의 싱싱하고 쫄깃한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유로저널: 이소영 사장님은 식당 운영이 처음이신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이소영: 네, 저는 원래 디자이너 출신으로 광고 업계에서 일을 해 왔습니다. 그런 만큼 사람들 만나는 게 너무나 좋았는데, 본격적인 매니지먼트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늘 새로운 분들을 만나다 보니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물론, 잠을 하루에 두세 시간 잘 만큼 피곤할 수 있지만 막상 손님들만 보게 되면 웃게 되네요. 어느 순간부터는 식당에서 손님들 만나는 게 제 천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려운 점은 좋은 생선을 꾸준히 마련해야 하는데, 다른 생선들은 이제 어느 정도 구분이 되는데, 아직도 광어는 아무리 살펴봐도 질 좋은지 구분하기가 어렵네요. 그리고, 어린 자녀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돌봐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애들한테 많이 미안한 점도 있습니다. 초반에는 애들은 애들대로 끼니를 못 챙기고, 저희 부부는 저희대로 워낙 가게에서 바쁘다 보니 끼니를 못 챙겨서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정작 네 식구가 굶주리며 지내기도 했답니다. (웃음) 사실, 얼마 전에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한국에서 소식을 전해들은 애가 울면서 가게로 전화해서 소식을 전했습니다. 일하던 중에 그 전화를 받았는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니 울기는 울어야겠는데 손님들이 계셔서 혼자 밖에 나가서 울고 들어오기도 했답니다. 찾아 뵈었어야 하는데 가게를 비울 수 없어서 못 찾아 뵌 게 지금도 가슴이 아프네요.
유로저널: 그렇다면 송(松)을 운영하시면서 좋은 점은?
이소영: 무엇보다 저희 송(松)을 찾아주신 손님들이 만족해 하시고 인정해 주시는 것입니다. 저희가 아직 손님 층이 넓지는 않지만 참 깊답니다. 한 번 오신 분들은 멀리 계시는 분들도 다시 찾아주시고 입소문도 많이 내주시더군요. 주중에 회사 관계로 와보신 분들이 주말에 가족을 동반해서 오시는 경우도 많고요. 또, 저희는 내 식구가 먹는 것처럼 음식을 만들자는 취지로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가끔 그것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흐뭇하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맛이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건강에는 좋잖아요.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이소영: 새해부터는 점심에 제가 좋아하는 메뉴인 바지락 칼국수와 통만두를 내놓으려고 준비 중입니다. 특별한 계획보다는 한결같이 좋은 재료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식당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재료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손님들께 내놓기가 두려울 만큼 소심하고, 정말 손님들께 좋은 서비스를 드리려고 노심초사 하는데, 이러한 저의 초심이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저희가 새롭게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저희 송(松)을 찾아주시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터뷰 후기: 이소영 사장은 첫인상부터가 식당 사장님처럼 보이지 않았다. 더 솔직히는 장사를 해본 사람 같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얘기를 나누면서 발견한 이소영 사장은 무엇보다 참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인물이었다. 인터뷰 중에도 배고픈 사연(?)을 지닌 어느 청년에게 죽을 세 대접이나 싸주고 있었다, 당연히 무료로. ‘한국 횟집의 푸짐한 인심’, 송(松)이라는 이름과 넉넉한 이소영 사장의 마음씨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나가다 가게 밖에서 들여다보면 워낙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테리어 때문에 비싼 일식집이 아닌가 오해를 했었는데, 이소영 사장을 직접 만나보니 그 어떤 곳보다 정감 넘치고 부담이 없는 곳이었다. 얼마나 오래 이소영 사장이 송(松)을 운영할 지는 모르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도 지금 이소영 사장이 갖고 있는, 식당을 처음 운영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순진한 초심과 사람들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 변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송(松)
27 Coombe Road, New Malden, KT3 4PX (뉴몰든역 도보 1분)
020 8949 1623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