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과 직업에 만족하며 다니는 직장인들은 얼마나 될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우기 다시 태어나서 직업을 가진다면 같은 직업을 택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여행사를 하겠다“ 고 말하는 프랑크푸르트 황만섭 세계여행사 대표를 만나 보았다.
유로저널 : 안녕하세요? 신문에서 사진으로만 뵙다가 이렇게 만나뵈니 반갑습니다.
황만섭 대표: 네. 유로저널에 매주 제 사진과 광고가 나가서, 제가 만나는 분들께 „오랫만입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저는 매일 황 사장님을 보는데요.“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로저널 : 그렇겠군요. 독일에는 처음에 어떻게 나오게 되셨는지요?
황만섭 대표: 1971년 파독광부로 독일에 오게 되었어요. 결혼 후에 각각 병원과 광산에서 계속 근무하다가 뒤셀도르프 근처 Kamp-Lintfort 에서 1982년부터 한국식품점을 열었지요.
유로저널 : 여행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습니까?
황만섭 대표: 그 당시에는 한국식품점이 별로 없던 때라 제 아내와 둘이 일을 하는데 일손이 부족할 만큼 잘 되었어요. 이 식품점을 하면서 비행기표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후 따로 여행사만 하게 되었습니다. 13년 동안 Kampf-Lintfort 에서 살다가 1996년에 프랑크푸르트로 이사하여 세계여행사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 사모님과의 재미있는 결혼 로맨스가 있으시다고 들었는데요?
황만섭 대표: 제 아내는 1970년에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나왔어요. 저보다 일년 먼저 독일에 나와서 지금까지 제가 선배대우를 하고 있지요 (웃음). 간호사와 광부 50여 명이 파리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내도 같이 갔었어요. 제가 이 여행의 사회를 보았고 좋은 이미지를 주었는지 제가 병원 기숙사로 찾아갔을 때 밥을 해주며 맛있는 식사대접을 해주더군요.
유로저널 : 그 때 두 분만 만나셨습니까?
황만섭 대표: 저는 혼자 찾아갔는데 제 아내는 다른 간호사들도 불러와서 함께 식사를 하였지요 (그 당시 간호사들 사이에는 광부를 조심하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 사모님이 옆에서 귀뜀해주신다).
그 후 제가 결혼할 대상에게 주려고 샀던 목걸이를 선물하려고 다시 한번 찾아갔는데 거절당했지요. 세 번째 찾아갔을 때에는 제 아내가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있을 때였어요. 그 때 마음이 약해져 있었는지 청혼에 응하더군요 (아무도 병문안 올 사람이 없었는데 „Guten Tag“ (안녕하세요) 하며 황 사장이 병실에 찾아와서 놀랐다고 사모님이 덧붙여 말씀하신다).
유로저널 : 결국 단 세번 만나시면서 결혼에 이르게 되셨군요?
황만섭 대표: 그러나 시간적으로는 2년 가까이 걸렸어요. 두번 째 만나 거절당한 이후로 더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용기를 내어 찾아간 때가 마침 이 사람이 아파서 병원에 있을 때였지요.
유로저널 : 마침 사모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던 그 일주일 동안 찾아가신 것이 결정적인 만남이 되셨군요. 결혼하신 지 35년째 되시는데 두 분 다 연세보다 훨씬 젊어보이십니다.
황만섭 대표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라인강 여행안내를 15번 나가면 나이 한 살을 빼곤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39살이라고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 유럽여행을 안내하시는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라고 추천해주실 수 있습니까?
황만섭 대표: 스위스나 체코 프라하도 아름답지만 저는 독일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 예상 밖의 답변이시네요. 독일에서 어느 곳이 아름답다고 보시는지요?
황만섭 대표: 유럽 다른 나라를 다녀오신 분들도 독일이 아름답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라인강변과 그 천연석들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독일에 여행오시는 분들은 사실 독일에서 배워갈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코블렌츠 (Koblenz) 에서부터 비스바덴 (Wiebaden) 에서 마인츠 (Mainz) 로 건너는 다리에 이르기까지 93km 에 이르는 라인강 구간에 다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 구간에 몇 개씩 다리를 만들어놓아 빨리빨리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짐을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살리기 위함이지요.
유로저널 : 유럽여행 등 여행안내를 하시려면 건강하셔야하겠습니다.
황만섭 대표: 유럽의 다른 나라를 며칠간 여행하는 손님들은 다른 가이더들이 나가고 저는 독일 라인강과 로만틱가도, 하이델베르크, 백조성 혹은 스위스 등 하루나 이틀 코스의 독일 및 유럽여행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다른 가이더가 손님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는 날에는 제가 꼭 나가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유럽여행에 대한 당부를 하지요.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 즐거운 여행을 하기 위해 자유관광시간 후에 다시 모이는 시간을 꼭 지켜주시도록 부탁드리고 소지품이나 귀중품 관리를 잘 하시도록 가능한 한 여행보험을 들고 오시도록 말씀드리지요.
유로저널 : 고향에 좋은 일을 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황만섭 대표: 제 고향이 장성인데 6년 전부터 매달 조금씩 후원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장성의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이나 다른 도시로 나가고 혼자 있는 노인들이 많아 장성 부녀회에서 부녀 자원봉사자들이 그분들께 일주일에 세 번 식사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후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배운 것이 있는데,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적은 금액으로 꾸준히 후원금을 보내는 독일인들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제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처음 2년간 장성에 후원금을 보냈지요. 그 후 2년을 연장하여 4년간 보내다가 다시 4년을 연장하였는데 올해가 6년째 입니다.
유로저널 : 장성에 사시는 분들은 황사장님을 모두 알고 계시겠군요.
황만섭 대표: 처음에 후원금을 보낸다고 하고 보냈을 때 그분들이 기대하던 금액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꾸준히 2년, 4년, 6년째 매달 보내니 그 분들이 다르게 생각하더군요. 앞으로 2년이 지나면 다시 8년으로, 8년이 지나면 16년으로 후원금 송금을 연장할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제가 오래 살아야겠지요 (웃음).
유로저널 :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계속 여행사를 하실 생각이신지요?
황만섭 대표: 저는 다시 태어나도 여행사를 하려고 합니다. 여행사를 하며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지요. 여행의 꽃은 가이더 (Guider) 입니다. 얼마 전, 모 은행의 사장님 부부가 독일에 오셔서 여행안내를 한 적이 있지요. 은행 사장님 부부이시니까 연세가 드신 분들이지요. 그 분들을 자동차에 모시고 여행을 떠나는데 제가 „자, 제가 신혼부부를 모시고 신혼여행을 떠납니다.“ 하고 차를 몰기 시작하였더니 그 분들의 얼굴이 밝아지며 행복해하시더군요. 전라도에서 오신 한 교수님을 모시고 여행한 적도 있었는데 여행 후에 그 분이 자신의 아들도 한 번 독일에 보내겠다고 하시더니 실제로 그 아들을 보내신 적도 있었어요. 부모들이 말하면 잔소리로 듣지만 다른 사람이 말해줄 경우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지요. 몇 년전에는 젊은 박사 몇 분들이 여행을 오셨는데 주머니에 손을 끼어넣고 다니시길래 „케네디 대통령이 바지주머니에 손을 끼어넣고 다니는 것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하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요. 이 분 중 한 분이 제게 여행 후에 메일을 보내오셨는데 „ 바지주머니에 손을 끼고 걷다가 황 사장이 말하던 것이 번뜩 기억이 나서 손을 다시 빼곤 했다“ 고 하더군요.
제가 여행 가이더가 아니면 어떻게 은행사장이나 높은 분들을 만나 친구같이 함께 다니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저는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 모두를 제 가족이나 친척으로 생각합니다. 제 아내가 김해 김씨이고 제 형수가 밀양 박씨이며 제 조카들과 조카며느리들이 조, 이, 곽, 오, 한씨 등 없는 성이 없으니 모두 제 가족이나 친척이 아니겠습니까?
유로저널 : 손님들이 황 사장님과 함께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을 하시겠군요. 언제 독일 라인강 일일코스여행을 떠나시면 저도 한 번 초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여행에서 만나 결혼하여 여행사를 함께 운영하며 긴 인생여행을 함께 하고 있는 황만섭 대표 부부의 모습은 아름다와 보였다. 두 부부는 오늘도 대한민국 손님들이 모두 친척이며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고객들의 독일과 유럽여행 뿐만 아니라 인생여행길의 즐거운 동반자가 되고 있다.
(독일 유로저널)
유 한나 기자 hanna211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