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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것을 서적으로 보존하는 민속원의 홍기원 회장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Feb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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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출판업’이라고 하면 일단 돈이 안 되는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게다가 상업용 도서도 아닌, 우리 전통 문화 서적을 출판한다면 더욱 무모하게 들릴 것이다. 우리의 것을 보존, 계승하려는 투철한 사명 의식 없이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일을 지난 1977년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곳이 바로 ‘도서출판 민속원(www.minsokwon.com)’이다. 상업적이지 않은 모든 것은 존립 자체가 어려운 우리네 현실 속에서, 국학 전문출판사 민속원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인 민속학•한국음악학•복식사학•인류학 등 관련 학술 이론서와 원전 자료 등을 집중적으로 발간하는데 전력을 기울여, 그 동안 국학 관련 도서를 무려 2,000여 종이나 출판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 시대에 이토록 가치 있고 위대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민속원의 홍기원 회장과 이메일로 인터뷰를 가졌다.  

홍기원(洪起元)

학력>
동양의약대학(현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경희대학교 사회산업교육원 수료
  
경력>
동화통신사 편집기자
도서출판 민속원 대표
궁정고전연구소 소장
성균관 서울특별시 운영위원
풍산홍씨 대종회 회장
시인. ‘좋은문학’으로 등단
풍산홍씨 대종회 원로회의 의장

수상>
제32회 한국출판문화상(한국일보)
한국민요학회 감사패
KBS 국악대상(한국방송공사) 출판부문
한국문학비건립동호회 감사패
국립국악원 감사패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조선어문학부 감사패
풍산홍씨 대종회 공로패

저서>
譯校註 仁穆大妃의 西宮日記
譯校註 惠慶宮의 泣血錄
譯校註 六臣錄
유성기음반가사집(공편)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며, 특별히 우리 전통의 보존과 연구, 계승을 위해 오랜 시간 힘써 주신데 대해 유럽에 계신 한인들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민속원의 설립 취지와 설립 과정에 대해 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홍기원: 민속원은 창립(1977년)부터 현재까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보존․발전을 위해 한국학 전문 학술서, 수준 높은 교양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후세대들에게 우리의 우수한 민족 문화를 전달하고, 관련 연구자가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이 민속원의 설립 목표입니다. 민속학․인류학․무속․고문헌․복식사․음악사․무용사 등 원전 자료뿐만 아니라 학술 이론서 등의 발간에 역점을 두고 그 동안 2,000여 종을 출간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상업성이 없지만, 언젠가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도서가 될 것이라는 사명감에서 한국학 연구․발전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년간의 짧은 기간에 여러권의 출판물이 대한민국 정부부처와 전문학술기관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 학술원(www.nas.go.kr) 우수도서로는 임동권의 ‘대장군신앙의 연구’, 송방송의 ‘한국음악사논총’, 김광언의 ‘동아시아의 뒷간’ 등 62종, 문화체육관광부(www.mcst.go.kr) 우수도서․교양도서로 권오성의 ‘한국전통음악’, 이종철의 ‘한국의 성숭배문화’, 하효길의 ‘한국의 굿’ 등 34종, 합계 총 96종이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한국민속학’, ‘한국음악연구’, ‘비교민속학’, ‘한국무속학’ 등 한국학 관련 학회지 20여 종을 발간하여 학회지 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학회에 재정 지원 및 학술성과를 배포하여 활발한 학회활동을 공조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민속원의 주요 업무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상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홍기원: 민속원에서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도록 한국학 분야 가운데 민속학․인류학․역사학 관련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학 관련 학회 및 국가공공기관(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국악원, 국사편찬위원회 등)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역사적 가치가 큰 자료와 연구 성과들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속원이 소장하고 있거나, 다른 연구자(또는 기관)가 소장하고 있는 희귀자료는 영인본으로도 출간하여 보다 많은 연구자가 연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행본은 출판사에서 직접 연구자를 발굴하거나 정보 교환에 의하여 의뢰받아 발간합니다. 해외출판물 같은 경우는 해외 소재 한국학 관련 자료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직접 해외로 찾아가 섭외 후 협정에 의하여 발간하기도 합니다. 단행본은 출판사와 저자 양측이 학문적 가치와 의의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레이아웃(layout), 교정, 교열, 표지 디자인을 거쳐 완성합니다. 독자들에게 인쇄 활자 하나하나에 빛나는 전통을 전해주는 매개체라는 사명감으로 발간사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현재 우리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 문화 연구 및 전파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현황, 성과, 개선 과제 등)

홍기원: 전통문화 연구는 역사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사의 전개와 함께 생산․축적된 고문헌들은 왕조의 교체, 전쟁, 일제 강점기 등으로 인하여 소실․훼손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연구와 발간은 지속되어 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국학자들에 의하여 ‘조선학’이 시작되었으며, 이 속에는 민족의 뿌리를 지키겠다는 숭고함과, 일제에 대한 저항 정신이 담겨있다는 것은 모두 아실 것입니다. 일제 강점 후에는 민족국가의 통합을 위하여 국사․국문학에 대한 연구 필요성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IMF 등 세계경제난국에서 학문의 경제성 때문에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가 일시 주춤하였으나, 다시 인문학 진흥책에 의하여 폭과 깊이에서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문화 연구는 한국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가의 깊은 관심이 있다면 향후 그 전망은 매우 밝다고 생각됩니다.

유로저널: 인터넷 및 첨단 매체의 발달로 서적 자체가 존립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비상업적인 서적에 심혈을 기울이고 계신데, 일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홍기원: 최근 인문학 출판계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은 전자책의 인터넷서비스,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출판 시장에 잠입하고 있는 것 등입니다. 그러나, ‘위기 속의 기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출판계도 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어려움은 출판계가 혁신적으로 변할 수 있는 채찍이라 여기고자 합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반대로 일하시면서 가장 즐겁고, 또 보람을 느끼실 때는?

홍기원: 한국인이 누구인가, 한민족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한국의 전통문화연구 성과에 따라서 대답의 질은 달라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화연구 성과가 한 나라의 정신문화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한국의 민속․역사․인류학 문헌을 발굴하고 연구 성과들을 발간해 오면서 직간접적으로 한국전통문화 연구가 활발해 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왔습니다. 이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유로저널: 사실 일반인들은 전통 문화, 전통 관련 서적이라고 하면 일단 지루하거나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홍기원: 현재는 글로벌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 변화는 세계화 속에서 오히려 각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각성하고 되돌아보게 하였습니다. 한 때, 일반인에게 널리 퍼졌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표어가 있습니다. 한민족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우리를 설명해주는 것은 서구문화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전통문화입니다. 민속원이 출간한 한국학 서적들은 우리 민족이 나가야 할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등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한국학 관련 출판사로서 자긍심을 갖게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유로저널: 영문으로 발간된 서적들도 여럿 눈에 띄는데요?

홍기원: 영문 서적 발간은 우리 학자들이 유학을 통하여 거둔 성과들을 국내외에 알림으로써 관련 연구를 더욱 북돋우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성과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건이 여의치 않아 발간되지 않은 연구물들을 국내외로 소개함으로써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이제는 우리 나라가 외국에 많이 알려 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의 문화, 특히 전통 문화는 대부분 아직 외국인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문화를 외국에 보다 효율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홍기원: 국제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접근 또한 중요합니다. 문화적인 접근은 해외홍보원, 해외문화원, 해외 한인사회(커뮤니티)를 통한 해외 현지에서의 활동이 중요합니다. 그러나,더욱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 해외 현지로의 직접적인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는 외국에서 자라는 한인 3세, 4세들에게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민속원은 해외 문화 관련 기관에 발간 도서 목록(영문)을 배포하여 출간 도서를 적극적으로 알리겠습니다. 아울러 인터넷 홈페이지에 영문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민속원의 소식들을 접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해외 관련 기관에서도 우리의 전통문화 강좌개설, 작은 전시공간의 설치, 도서관 운영 등을 함으로써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으시다면?

홍기원: 출판 산업은 다양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출판사 자체에서도 활성화를 위해 변화에 적응하고, 다양한 전략을 내보여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e-Book, On-line Book, CD-Rom Book 등의 전자책 제작 등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한 출판에 관련된 제반 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고, 한국학 서적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전통문화를 수호한다는 자긍심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양질의 수준 높은 한국학 서적 제작에 매진할 것입니다. 여러 개의 다이아몬드보다 모래사장에 숨겨져 있는 유리알이 더 귀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이처럼 민속원이 만든 도서는 사라져가는 한국 전통문화를 수호하고, 관련 연구에 고귀한 가치를 지닌 서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유럽에 계신 한인 여러분들께 메시지 부탁 드립니다.
  
홍기원: 세계 속에서 한국인이라는 의식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자문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외국문화를 인지하면서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의식의 저변에 존재합니다. 그 의식을 견지해 가기 위해서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중요할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사랑할 때 우리를 아는 동시에 외국문화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귀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귀중한 가치를 실현하고 계시는 민속원의 멋진 활약을 위해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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