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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한국인 테너 박지민과 함께

by 유로저널 posted Mar 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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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가 젊은 한국인 테너 박지민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세계 유수의 콩쿨에서 다수의 입상 경력을 보유한 그는 현재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가 전 세계 재능 있는 성악가를 발굴하여 지원하고 훈련 시키는 Jette Parker Young Artists 프로그램에 약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되어 런던에 머물고 있으며, 이후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전속 계약으로 활동한다. 얼마 전 그는 2011년 5, 6월 이태리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으로 발탁 되었다. 그 동안 몇 명의 한국인 성악가들이 라 스칼라 무대를 밟았지만, 한국인 테너로 라 스칼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출연하는 것은 그가 최초다. 이미 세계 3대 오페라 무대 가운데 두 곳, 영국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를 이미 섭렵하고 이태리 밀라노의 라 스칼라 무대를 예약한 그가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보여줄 활약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한국인 테너 박지민을 만나 보았다.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세계 무대를 향해 도약하는 한국인 테너 박지민 님을 만나뵙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박지민 님을 자주 접하게 될 유럽에 계신 한인 독자 여러분들과, 또 역시 세계 무대를 동경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연습에 여념이 없을 후배들에게 유익하고 흥미로운 얘기 부탁 드립니다. 먼저 어떻게 성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부터 들어 볼까요?

박지민: 네, 유럽에 계신 한인 여러분들께 인사 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되어 저 역시 감사 드립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과 노래 부르는 것을 원래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가창 시험을 보는데, 제가 ‘그리운 금강산’을 멋을 부려서 R&B 스타일로 불렀더니, 음악 선생님께서 엄청 혼을 내시더군요. 그러더니 성악을 하라고 권유 하셨습니다. 당시 전주에 살았는데, 지방 고등학교에서는 서울대 입학 실적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서울대 성악과라도 한 명 보내면 입시 실적에 상당이 도움이 되었겠죠. 그렇게 성악을 하라고 권유를 받고, 저 역시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게 너무 좋았는데, 그것을 정식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성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성악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유로저널: 대부분이 이른 시기부터 강도 높은 레슨을 받는 등 성악과 입시 준비를 하지 않나요?

박지민: 그렇죠, 게다가 저는 교육자이신 부모님께서 제가 성악을 하는 것을, 노래를 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셨기 때문에 부모님 몰래 성악과 입시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제대로 된 레슨도 거의 못 받고, 결국 서울대 성악과는 낙방하고, 어느 지방대의 성악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성악에 뜻이 있던 게 아니었던지라, 제가 하고 있는 일에 혼돈을 겪었습니다. 어쨌든, 노래 부르는 것은 너무 좋아했기에 카페에서 노래하는 일을 하는 등, 음악과 노래를 떠나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IMF 때 군에 입대하고, 제대 무렵에 우연히 서울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보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제대로 도전해 보자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성악과에 재학 중인 분을 찾아가서 후에 은혜를 반드시 갚을테니 레슨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 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부모님의 인정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부모님께서는 1등이 아니면 인정받기 어려운 이 세계의 냉혹한 현실이 염려가 되셨던지, 여전히 제가 성악의 길을 가는 것을 반대하셨습니다.

유로저널: 서울대 성악과 시절은 어땠나요?

박지민: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입학했건만, 3학년 때까지 과에서 꼴찌를 면치 못했습니다. 성악과는 실기 성적이 유학 때까지도 따라다녀서 보통 좋은 점수를 주시는데, 저는 서울대 성악과 역사상 실기에서 B-를 최초로 받았죠. (웃음)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는데도 여전히 성악의 길에 대한 뚜렷한 신념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대중 가수가 되려고 SM 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갔다가 도저히 못견디고 뛰쳐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던 중, 저희 성악과의 강병운 교수님께서 저를 찾으시더니, 집으로 직접 부르셔서 레슨을 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주위 분들께 여쭤 봤더니 전혀 그럴 분이 아니신데, 정말 의외의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당연히 선생님께 드릴 레슨비가 없으니, 죄송한 마음에 봉봉 쥬스를 한 박스 사들고 선생님 댁을 찾아갔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다음 부터는 아무 것도 안 가져 와도 되니, 대신 건강한 목소리를 가지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약 1년 간이나 저를 지도해 주시면서 마치 아들처럼 챙겨주셨고, 그래서 오늘의 제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지금까지도 제가 상을 받거나 공연에 발탁되면 강병운 선생님께 연락을 드립니다.

유로저널: 해외에는 어떻게 나가게 되셨는지요?

박지민: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콩쿨에 나가면 1차에서 다 떨어지더군요. 그런 저를 보시고 강병운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해외 무대로 나갈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그리고, 4학년이었던 2003년 한스가우버 벨베데레 국제 성악콩쿨에서 빈슈타츠오퍼 특별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상을, 그것도 해외 무대에서 받고 나니 비로소 내가 성악으로도 무대에 설 수 있겠구나 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더군요. 그리고, 해외 유학을 알아보던 중, 벨베데레 국제 성악콩쿨에서 저를 눈여겨 봤던 비엔나 시립음대 교수가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성악가들은 보통 소리를 배우러 이태리로 유학을 가너나, 아니면 극장이 많은 독일로 갑니다. 그런데, 저는 독특하게 오스트리아로 갔고, 제가 있었던 학교는 소리 내는 법보다는 음악을 어떻게 만드는가를 가르쳤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는 보통 성악과들이 오페라과를 다니는 것과 달리, 종교음악 가곡과를 다녔습니다. 종교음악은 멜로디가 화려하지 않아도 깊이가 있습니다. 또, 독일 가곡은 시와 마찬가지인데, 시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입니다. 제가 부르는 노래, 그 음악의 깊이와 의미를 깨닫고 그것을 담아내는 훈련을 통해 단지 노래만 열심히 부르는 차원을 벗어나, 그것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본인이 평가하는 본인만의 장점이 있다면?

박지민: 아마도 제가 저 자신을 보기에 가장 큰 장점은 무대를 편안해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대에 섰을 때 어색해 하지 않는 것이지요. 오페라는 서양의 음악인 만큼, 이태리 사람들이 알고있는 주인공을 동양인이 소화하는 것을 상당히 어색해 합니다. 대부분의 동양 성악가들은 노래는 정말 잘 하는데 역할에 필요한 유럽식의 몸동작이나 반응, 표현에 어색해서 역할 몰입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즉,  동양인은 오페라 작품 속의 배우가 되지 않고 노래만 부르는 가수만 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성악을 잘 한다는 얘기를 못 들어서, 오히려 무대에서 다른 부분들이라도 잘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본토 배우들이 하는 몸동작, 반응, 표현법을 수첩에 적어서 실생활에서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습관처럼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비록 동양인 임에도 무대에 섰을 때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자아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반면에 단점,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박지민: 일단 얼굴이지요. (웃음) 제가 작은 키나 체격이 아닌데도 아직은 무대에 서면 어쩔 수 없이 서양 배우들에 비해 작아보입니다. 체격을 좀 더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언어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해서 제가 맡은 인물, 그 인물의 말과 노래를 100% 이해하면서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또, 무대에서 편안한 만큼, 긴장을 하지 않아서 간혹 실수를 하기도 하고요.

유로저널: 언제 가장 행복한지, 또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요?

박지민: 무대에 올라서면 조명에 눈이 부셔서 앞이 잘 안보이는데, 그렇게 눈부시고 따스한 조명을 받고 무대로 걸어 나가면서 관객들이 저를 주시할 때의 그 느낌이 너무나 좋습니다. 아마도 모든 성악가들이 그렇겠지만, 공연 중 관객과 눈이 마주치면서 그들이 내 노래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받을 때 너무나 행복하지요. 음악은 정말 인종, 국적, 문화를 초월해 하나로 연합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한 번은 남미 최고의 콩쿨인 브라질의 비도샨노 국제 콩쿨에 참가했는데, 제가 우승을 했습니다. 끝나고 나가보니 기자 회견석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기자가 영어로 기분이 어떠냐고 묻더군요. 마침 우리 나라 모 쥬스 CF로 유행했던 ‘따봉’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따봉”이라고 대답했더니 난리가 나더군요. 동양인으로서는 제가 최초의 대상 수상이었는데, 그렇게 전혀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좋아할 때, 그러니까 제가 노래하면 어느 누구나 기본적인 감성을 통해 소통이 이루어지고 교감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때 너무나 보람이 있습니다.

유로저널: 세계 3대 오페라 무대 중 한 곳인 라 스칼라 무대 주역 데뷔 소식이 있었는데요?

박지민: 네, 너무나 귀한 기회가 주어져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 스칼라 무대는 그 명성 만큼이나 텃새도 심하고, 유난히 동양인을 많이 차별하는 곳인데, 그럼에도 최고의 무대, 최고의 지휘자, 최고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최고의 가수들이 만들어내는 세계 최고의 무대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예전에 라 스칼라에서 저희 영 아티스트들을 초청해서 갈라 콘서트를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 당시 캐스팅 디렉터가 저를 기억해 두었다가 어떤 작품의 배역을 의뢰해서 오디션을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하필 비행기가 취소되는 등 너무 고생을 해서 오전 11시가 오디션인데 한 숨도 못자고 새벽 5시에 도착했습니다. 오디션 곡을 불렀는데, 이태리 사람들은 직선적이라 바로 대놓고 진짜 못한다고 지적하더군요. 그런데, 원래 보기로 했던 곡 말고도 다른 곡들을 이것 저것 시키더니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을 그 자리에서 바로 제안 하더군요. 라 스칼라 무대 데뷔 결정은 그렇게 일어났습니다.

유로저널: 후배 성악가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박지민: 사실, 성악가들은 시기와 질투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서, 평생을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입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노래나 기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많이 기다리고, 많이 참고, 즉 인내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무엇에든 많이 조급해 하고, 또 자꾸 타인과 비교해서 우위를 가리려는 습성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인내해서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고음을 내지 못해서 바리톤으로 시작했습니다. 성악을 할 목소리가 아니라는 평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작은 역할이라도 늘 참고 기다리면서 걸어왔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저의 사례가 제 동료들, 제 후배들에게 좋은 영감과 동기 부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낙오하지 않고 뜻하는 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박지민 님의 계획과 꿈은?

박지민: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제 계획은 노래는 앞으로 10년만 더 하고 그만둘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Charity, 그러니까 자선 단체를 설립하고 싶습니다. 저는 단지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자선 단체보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젊은이 한 사람 한 사람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남을 도우려면 제가 힘이 있을 때 도와야 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나이가 들어서는 남을 돕는 일에 충분한 힘을 쏟기가 어려우는 앞으로 10년간 열심히 노래해서 쌓은 힘과 네트워킹으로 그들을 돕는 일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 노래를 통해서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지만,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바꾸는 일을 젊은이들을 통해 하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더욱 멋진 모습으로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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