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남북 정상회담의 과제
다음 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분명 노무현 행정부는 2000년의 6.15 선언으로 상징되는 1차 정상회담의 부담을 벗어버릴 수 있을까?
사실 30여년에 걸친 남북 관계는 실무적 차원보다는 상징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평화체제와 한반도의 안정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번 회담은 반드시 실무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의제들이 반드시 다루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긴장 완화 및 경제협력 등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양측은 이번 회담의 의제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물밑에선 어느 정도 회담의 의제에
대해 얘기가 오고갔는지 알 수 없지만 회담을 지켜봐야 할 국민들로선 갑갑할 따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눌 것인지, 또 어떤 분야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할 것인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불행히도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남북관계가 특수한 상황인 만큼 전략적 차원에서 회담의 의제를 밝히지 않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어떤
문제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는 언급이 있어야 옳다.
그래야 국민들도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가 있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성격이나 국정운영 스타일로 볼 때 이번 회담에서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선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 보다는 예측 가능
하게 해야 한다. 국민들이 충분하게 납득하고 그 내용을 수용할 수 있게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관한 실무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핵문제는 우리 손을 벗어나 있었다. 국제기구와 북미간 직접 접촉을 통한 성과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얼마전 이스라엘 언론이 발표한 시리아 관련 문제를 보더라도 자칫하면 본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렇기에 북핵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이 북핵문제를 이번 기회에 주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앞으로 있을 6자 회담 속개나 북미간 협상 과정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평화협정과 관련한 문제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평화체제 구축이나 평화협정과 관련해 실질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라고 간주하고 있는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의미있는 평화 제안
을 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남북한이 '평화관계 구축 선언'을 하고, 노 대통령이 "미.북 간 평화협정이
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평화선언을 위해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규모 경제협력과 NLL(북방한계선) 재고 등을 약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의 당사자는 당연히 남북한이 돼야 한다. 단지 한민족이라는 추상적인 구호에
사로잡혀 있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인접한 두 체제의 안정을 당사자가 주도해야 한다.
어쩌면 이 문제의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접근이 이번 회담의 핵심일 것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게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문제다.
이번 회담에선 남북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뜻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쓸데없는 억측이나 논란을 줄 일 수 있다.
특히 이번처럼 정권 말기에 남북 간 정상회담을 추진함으로써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낭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든 미리 짜여진 로드맵에 따라 일관되게 회담을 할 수 있도록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 관련 기사 4,5 면 >